
[더팩트ㅣ천안종합운동장 = 김광연 기자] 대표팀에서 좀처럼 선발 기회를 잡지 못한 남태희(23·레퀴야)와 김민우(24·사간 도스)가 나란히 A매치 첫 골 맛을 보며 새롭게 출항한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떠올랐다. 둘을 기존 대표팀 포지션과 달리 기용한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남태희와 김민우는 1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친선경기에 나란히 선발 출장해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김민우가 전반 27분 먼저 상대 골문을 열자 5분 뒤 남태희가 두 번째 골문을 열었다. 나란히 A매치 데뷔골의 기쁨을 맛보며 웃었다. 남태희와 김민우는 각각 13경기와 7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국가 대표 발탁 자체가 힘들었던 시기를 벗어나 대표팀 주축으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날 남태희와 김민우는 나란히 '원톱' 조영철(25·카타르 SC)의 밑을 받쳤다. 기존 주축으로 뛴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동국(35·전북) 등을 벤치에 앉힌 파격적인 '인사'였다. 김민우는 왼쪽 측면 공격을 맡았고 남태희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을 지휘했다.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왼쪽 풀백으로 나섰던 김민우와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았던 남태희다. 이날은 달랐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며 재능을 뽐냈다. 자기 포지션을 찾은 것처럼 맹활약했다.
둘은 시종일관 과감히 자신들을 선발로 기용한 슈틸리케 감독 결정에 절정의 기량으로 보답했다. 남태희는 군계일학이었다. 전반 내내 자신 있는 드리블 돌파와 패스로 눈길을 끌었다. 빠른 돌파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지나치게 공을 끄는 점은 옥에 티였지만 연계 플레이 또한 훌륭했다. 좌우를 넘나들면서 기회를 엿봤다. 홍명보호 시절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된 설움을 한 방에 날렸다.
김민우도 과감했다. 수비 임무에 한정됐던 그간 대표팀 출전이 아쉬울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과감하게 왼쪽 공격 임무를 부여한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실력으로 보답했다. 소속팀 사간 도스에서 수비보다 공격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는 것이 그대로 반영됐다. 김민우는 간결한 패스와 패스로 대표팀의 공격이 원활하게 흘러가는 데 이바지했다. 특히 골 장면은 훌륭했다. 오른쪽 풀백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이 올려준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처음 공을 잡을 때 제대로 잡아 놓지 못했으나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있었던 것을 모두 지우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이다. 그간 선수들이 뛰었던 데이터는 중요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했다. 이번 남태희와 김민우의 활약은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제로 베이스 정책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fun350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