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재희 기자] '김병수(43)'라는 이름 앞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비운의 축구천재'다. 최고의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꽃을 피우지 못했기에 나온 말이다. 아직도 '선수' 김병수를 그리워 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그런 '비운의 스타' 김병수가 '감독' 김병수로 또 다른 꿈을 이뤄나가고 있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했던 자신만의 축구를 감독으로서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다.
필자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김병수 감독을 만났다. 대학축구 U리그에서 돌풍을 몰아치고 있는 영남대학교를 찾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김 감독이 강조한 부분의 핵심은 '패스축구'였다. "1대1보다 2대2대, 2대2보다 3대3, 3대3보다 11대11이 강해야 한다. 결국 축구는 11명이 더 강해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다." 개인보다 팀이 더 뛰어나야 공통의 목표인 승리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이 새겨놓은 기본이었다.
축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다음날 연습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영남대학교와 경주대학교가 연습 경기를 치렀다. 경기 결과는 5-1 영남대학교의 승리.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경기장을 찾은 부모들은 영남대학교를 '영스널', '영남셀로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상대 팀 이태홍 감독도 영남대학교의 높은 경기력에 박수를 보냈다. 물론 수준 차이가 있겠지만, 김 감독이 이끄는 영남대학교는 이미 2010년에 아스널과 바르셀로나의 기본이 되는 '패스축구'로 U리그의 강호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간단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했다. 경기 내내 '패스축구'의 흐름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운 평가의 이유였다. "지금 뛰는 선수들이 1~2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패스축구의 기본을 익히고, 팀으로서 잘 뭉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는 더 강한 '영스널', '영남셀로나'가 그려져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이명주'의 이름이 축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K-리그 클래식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으로 새 역사를 쓴 그가 홍명보호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해 아쉬운 반응들이 많다. '이명주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김병수 감독이다. 이명주를 비롯해 포항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승대, 손준호 등을 영남대학교에서 '물건'으로 만들어낸 주인공이 바로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명주를 비롯해 김승대, 손준호 등 영남대학교 출신 선수들의 성장에 대해 오히려 손사래를 친다. "개인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뗀 그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보인다"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비쳤다. 영남대학교를 거쳐 포항에 입단한 제자들이 '스틸타카'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진심 어린 조언이다. '이명주 논란'보다 '더 발전할 이명주'가 중요하다는 것이 '스승' 김 감독의 생각이다.
어쨌든 2010년 영남대학교 신입생이었던 이명주의 성장을 보면서 김 감독의 지도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포항 2군 감독으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조용하지만 서서히 전진하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선수 시절 무리하게 좋지 않은 몸 상태로 경기를 소화하다가 조기 은퇴해야만 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스스로가 그린 밑그림이다. 그 기본적인 원칙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조용한 도전'을 실천하고 있다.
2003년에 만났을 때도, 2010년에 만났을 때도 그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수로서 남긴 것은 '비운의 천재'라는 말밖에 없다. 감독으로서 더 많은 것을 남기고 싶다. 아직 시간은 많고, 이뤄야 될 것들이 많다." 그는 자신만의 패스축구가 더 빛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믿고 있다. 김병수 감독이 '비운의 천재'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 멋진 지도자로서 서서히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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