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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L 팀들이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그래픽=박설화 기자 |
[ 심재희 기자] 이변은 없었다. 내심 역전을 노렸지만 무리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팀들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미끄러졌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아스널이 전력 열세를 실감하며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맨시티와 아스널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적지에서 2013~201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렀다. 맨시티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에 1-2로 패했고, 아스널은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1-1로 비겼다. 두 팀 모두 1차전 홈 경기에서 당했던 패배(맨시티 0-2 바르셀로나, 아스널 0-2 바이에른 뮌헨)를 극복하지 못하고 8강행 티켓을 놓쳤다.
역부족이었다. 맨시티와 아스널 모두 전력을 다했지만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 밀렸다. 맨시티는 점유율에서 42-58로 뒤졌고, 슈팅 수에서도 7-11로 열세를 보였다. 21개의 파울(바르셀로나 7개)을 기록할 정도로 강한 저항을 했지만 모든 면에서 뒤지며 2연패를 당했다. 아스널도 처참한 경기 내용을 남겼다. 점유율에서 32-68로 크게 뒤졌고, 슈팅 수에서도 8-14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1-1 무승부가 다행스러울 정도로 경기 내내 바이에른 뮌헨의 기세에 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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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시티(위)와 아스널이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다. /출처=사커웨이 |
올 시즌 4개의 EPL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다. 맨시티와 아스널을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별들의 전쟁' 초대장을 거머쥐었다. 모두 우승후보로 평가 받았지만 힘이 달리는 느낌이다. EPL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맨시티와 아스널은 이미 8강의 문턱에서 눈물을 흘렸고, 'EPL 디펜딩챔피언' 맨유 역시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원정 1차전에서 0-2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몰려 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도 갈라타사라이(터키)와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겨 8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13일 현재까지 EPL 4개 팀이 가진 16강전 성적은 6전 2무 4패다. EPL의 '챔스 몰락'이 불운이 아닌 '모자란 실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PL은 2000년대 중반 '챔스왕국'으로 맹위를 떨쳤다. 2004~2005시즌 리버풀이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2005~2006시즌에는 아스널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6~2007시즌에는 리버풀이 준우승, 맨유와 첼시가 4강에 오르면서 기세를 드높였고, 2007~2008시즌에는 맨유가 우승, 첼시가 준우승, 리버풀이 4강, 아스널이 8강의 성적을 내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스페인과 독일 팀들에 서서히 밀렸고,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8강에 단 1팀도 오르지 못하는 '대굴욕'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이어져 올 시즌도 이미 2팀의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EPL은 현재 'UEFA Country Ranking'(유럽 리그 랭킹)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13일 현재 83.034점을 마크하고 있다. 1위 스페인에 8점 이상 뒤져 있다. 3위 독일과 격차는 2점대 초반으로 좁혀졌다. 최근 5시즌의 유럽 클럽대항전(UEFA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의 성적을 토대로 정하는 랭킹 포인트에서 스페인과 독일에 밀리면서 3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EPL을 유럽의 '대세'로 볼 수 없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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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글랜드가 'UEFA Country Ranking'(유럽 리그 랭킹)에서 불안하게 2위를 지키고 있다. /출처=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
아직 '믿는 구석' 맨유와 첼시가 살아남아 있기에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맨유와 첼시도 예전과 같은 '강력한 포스'를 내뿜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건, '스페인 쌍두마차'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프랑스 강호' 파리 생제르맹보다 EPL 팀들의 전력이 월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팀 조직력에서 모두 EPL 팀들이 뒤진다. 경기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에서도 밀리고 있다. EPL이 언젠가부터 '안방호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과정을 생략한 결과는 없다. 축구가 기록의 스포츠는 아니지만,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 결과가 계속 나오지는 않는다. EPL이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남긴 부진한 성적을 '불운'으로만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EPL의 '챔스 몰락'의 이유도 결국 경기 내용 속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