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자키의 눈] '굿바이' 도쿄국립경기장, 잠실주경기장은 잘 있나요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4.03.04 18:00 / 수정: 2014.03.04 17:42
일본 축구의 성지 도쿄국립경기장은 5일 일본과 뉴질랜드의 마지막 A매치에 이어, 5월 6일 반포레 고후-우라와 레즈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 요시자키 에이지 제공
'일본 축구의 성지' 도쿄국립경기장은 5일 일본과 뉴질랜드의 마지막 A매치에 이어, 5월 6일 반포레 고후-우라와 레즈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 요시자키 에이지 제공

[요시자키 에이지 칼럼니스트] 이달 5일, 한일 양국 대표팀이 나란히 A매치 데이를 맞이한다. 그리스를 만나는 한국은 최대 관심사인 원톱 자리에 박주영이 적합한지를 테스트한다. 중요한 타이밍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감이 있어 보인다. 그에 비해 홈에서 뉴질랜드와 만나는 일본은 좀 넉넉한 분위기다. 경기 내용이 아닌 다른 점이 더욱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성지' 도쿄국립경기장의 마지막 A매치. 글쓴이 개인적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상적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너무나 섭섭하다. 2020년 개최될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경기장을 그 자리에 짓기 때문이다. 새 경기장은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공사를 마치면 8만명 규모의 신국립경기장이 완공된다.

'도쿄 대첩의 무대'.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는 그렇게 기억되는 경기장이 아닐까 한다. 지난 1997년 9월28일에 열린 19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본은 그 경기에서 한국에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월드컵 본선 경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 경기 중계 시청률이 무려 58.4%나 되는 '괴물급' 콘텐츠였다. 그리고 한국과 아픈 인연이라면 1988년 서울올림픽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도 기억이 생생하다. 1987년 10월 26일, 일본의 상대팀은 중국이었다. 그 경기에 비기기만 해도 1968년 멕시코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본선 진출이 이뤄졌겠지만, 결과적으로 0-2로 져 무산이 됐다. 그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글쓴이는 절망적인 기분에 빠졌다. 우리가 그 대회를 나갔어야 되는 이유는 '한국이 개최국이라 아시아 예선에 안 나온다'는 것. 당시는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축구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도쿄국립경기장의 공식 명칭은 '국립 가스미가오카 경기장'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세워졌다. 추억이 많은 경기장이지만 최근 들어 새 경기장들에 밀린 것도 사실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 지휘봉을 잡은 지코는 근교에 있는 요코하마, 사이타마 경기장을 더 선호했다. 사실 도쿄국립경기장의 조명시설은 노후했고, 경기 사진을 봐도 분명히 전체적으로 어두워 보인다. 게다가 육상경기용 트랙도 있어 축구 보기엔 불편한 점도 있다.

지난해 7월28일 치러진 2013 EAFF 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13년 만의 A매치로 주목을 받았다. / 더팩트 DB
지난해 7월28일 치러진 '2013 EAFF 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13년 만의 A매치로 주목을 받았다. / 더팩트 DB

그렇다고 해도 일본에선 그 경기장이 최고다. 2014년이 되자마자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경기 모두에 '국립 라스트 매치'라는 수식어가 들어갔다. 1월1일 천황배 결승전, 1월13일 고교선수권 결승전을 치렀고, 5일에는 뉴질랜드전이 열린다. 2월말에는 스포츠 전문 출판사에서 '국립경기장 석별 특별잡지'까지 발행되기도 했다. 글쓴이가 한국 사정을 전혀 몰랐으면 도쿄국립경기장의 마지막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잠실주경기장에 관련된 소식을 들으니 일본 사람들의 특징을 알게 됐다. 일본은 오래된 육상경기장을 왜 그렇게 고집할까?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에 잠실주경기장을 찾아갈 기회가 있었다. 동아시안컵 한일전 때다. 당시 '잊혀진 경기장'은 많은 이슈가 됐다. 한국의 심장인 서울에 있는 대규모 경기장인데도 불구하고 프로 연고팀이 없다는 것 말이다. 특히 A매치가 열린 것도 13년 만이라는 게 다소 놀라웠다. 경기 후 한국 친구들에게 "왜 잠실주경기장을 그대로 두고 있지? 오랜만에 보니 볼 만했는데"라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새로 경기장이 생겼잖아."

일본도 국립경기장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텐데, 왜 안 그럴까. 재일교포 작가 김달수(작고)가 유명작가 시바 료타로와 대답에서 이런 말을 남긴 것이 기억난다. "조선 사람들에게는 새로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전에 있었던 것을 버린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 일본 사람들은 새로운 걸 받아들여도 이전에 있었던 것이 오래 남는다."

글쓴이가 학창시절에 책에서 그 내용을 봤을 땐, 전혀 실감이 안 났다. 하지만 잠실주경기장과 도쿄국립경기장을 비교해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도쿄국립경기장의 마지막 경기는 오는 5월 6일 J리그 12라운드 반포레 고후-우라와 레즈전이다. 아, 섭섭하다! 그 날이 안 왔으면 좋겠는데….

1974년생 기타큐슈 출신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오사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 주간 사커매거진 한국소식 코너 담당(11년). 스포츠지 넘버에서 칼럼 연재(7년) 최근에는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정치, 북한 사정 등의 글을 쓰기도 한다. 박지성 나를 버리다, 홍명보의 미라클 등을 번역, 일본에 출판했다.
1974년생 기타큐슈 출신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오사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 주간 사커매거진 한국소식 코너 담당(11년). 스포츠지 '넘버'에서 칼럼 연재(7년) 최근에는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정치, 북한 사정 등의 글을 쓰기도 한다. 박지성 "나를 버리다", "홍명보의 미라클" 등을 번역, 일본에 출판했다.

<정리=유성현 기자>

yshalex@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