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기획] '★들의 이동' 유럽축구, 끝나지 않은 '한일전'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2.09.08 11:39 / 수정: 2012.09.08 11:39

2012년 런던올림픽 한일전 이후, 양국의 자존심 대결은 유럽축구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2년 런던올림픽 한일전 이후, 양국의 자존심 대결은 유럽축구로 자리를 옮겨 계속된다. /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현 기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성사된 남자축구 한일전의 여운은 실로 짙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그리고 황금세대로 자라난 '2002 월드컵 키즈'들의 축구 인생에 날개를 달 수 있는 병역 혜택까지 주어졌다. '숙적' 일본을 꺾고 얻어낸 열매가 그토록 달콤했던 만큼, 한일 양국 축구팬들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불을 지핀 양국 축구의 경쟁 관계는 올림픽 이후 유럽 무대로 번졌다. 박주영과 구자철을 비롯해 기성용, 김보경, 지동원 등 '미라클 런던'의 주역들이 유럽 주요리그에서 일본축구의 미래들과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럽축구 주요 리그 이적시장이 마감되면서 올림픽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또 다른 한일전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박지성은 7년간 이어 왔던 맨유 생활을 정리하고 QPR에서 주장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 스포츠서울 DB
박지성은 7년간 이어 왔던 맨유 생활을 정리하고 QPR에서 주장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 스포츠서울 DB

◆ '박지성부터 박주영까지' 유럽파 코리안리거 지각변동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유럽 무대를 누비는 코리안리거들의 거취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국 선수들의 이적시장은 '양박'이 시작과 끝을 담당했다. '맏형' 박지성은 7년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생활을 뒤로하고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서 주장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며,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아쉬웠던 첫 시즌을 마치고 이적시장 마지막 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셀타 비고로 임대돼 재도약을 준비하게 됐다.

올림픽 무대에서 맹활약했던 기성용과 김보경은 잉글랜드 무대 연착륙을 노린다. 셀틱(스코틀랜드)에서 3시즌을 보낸 기성용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에 구단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입단했다. 일본의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던 김보경은 도르트문트(독일), AS모나코(프랑스), 셀틱 등의 영입 제의를 뿌리치고 잉글리시 챔피언십(2부리그) 카디프시티에 둥지를 틀었다. 잉글랜드 무대 적응을 마친 뒤 1부리그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원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에 복귀했던 구자철은 지난 시즌 확실한 입지를 다진 아욱스부르크에 한 시즌 더 임대 생활을 이어가게 됐고, 셀틱에서 기성용과 함께 '기차 듀오'를 이뤘던 차두리는 분데스리가 승격팀 뒤셀도르프로 이적해 독일 무대를 다시 밟았다. 지난 2월 프랑스 명문 보르도에 입단했던 김경중도 뒤스부르크(2부리그)로 둥지를 옮겨 독일에서 재도약을 노린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기지 않은 지동원(선덜랜드)과 이청용(볼턴), 손흥민(함부르크), 박주호(바젤), 석현준(흐로닝언), 이용재(낭트), 김인성(CSKA모스크바), 윤주태(FSV프랑크푸르트)까지 포함하면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수는 총 15명이다. 유럽파 선수들만으로도 한 팀을 꾸릴 만한 숫자다. 2012~2013시즌에도 유럽에 부는 한류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축구의 희망 가가와 신지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최고 선수에 도전한다. / 맨유 홈페이지
'일본 축구의 희망' 가가와 신지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최고 선수에 도전한다. / 맨유 홈페이지


◆ 'EPL-분데스 진출 러시' 일본, 유럽파 숫자는 한국에 앞서

2012~2013 시즌에는 개막을 앞두고 유럽파를 대거 배출한 일본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EPL 무대에서 뛰는 일본인 선수는 아스널 소속으로 볼턴에 임대됐던 미야이치 료 뿐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엔 상황이 역전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맨유 유니폼을 입은 가가와 신지를 비롯해 리 타다나리, 요시다 마야(이상 사우스햄튼)가 가세해 총 4명이 됐다.

반면 한국은 박지성과 박주영, 이청용, 지동원의 '4총사'가 버텼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볼턴의 강등과 박주영의 셀타 비고 임대로 인해 숫자가 반토막 난 2명으로 줄었다. 특히 가가와의 맨유 입단이 박지성의 QPR 이적과 시기가 겹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에 대한 논쟁도 더욱 불붙게 됐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일본 A대표팀의 주장인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를 비롯해 우치다 아쓰토(샬케), 호소가이 하지메(레버쿠젠), 오카자키 신지(슈투트가르트) 등의 기존 선수들에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 사카이 고토쿠(슈투트가르트), 사카이 히로키(하노버96) 등 '젊은 피'가 대거 입성했다. 도르트문트의 리그 2연패를 이끌고 맨유로 떠난 가가와 신지의 성공이 만든 하나의 이적 러시였다.

단 한 명의 코리안리거도 없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일본은 당당히 주전을 꿰찬 나가토모(인터밀란)를 비롯해 모리모토 다카유키(노바라)가 뛰고 있다. 이밖에도 '에이스'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 스페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부스키 히로시(세비야), 유망주들이 몰려 있는 네덜란드 무대까지 더하면 일본의 유럽파는 무려 25명에 이른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한국보다 더 많은 유럽파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기성용과 구자철, 지동원은 한국 축구의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미래다. / 더팩트 DB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기성용과 구자철, 지동원은 한국 축구의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미래다. / 더팩트 DB

◆ 한일 유럽파 2세대,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은 유럽파 숫자에서 일본에 다소 밀리고는 있지만 활약도 면에서는 전혀 뒤질 게 없는 분위기다. 25명에 달하는 일본의 유럽파들은 대부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유럽 주요리그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는 가가와와 나가토모, 하세베, 우치다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일본인 선수들이 유럽파 대열에 합류했지만 당장 눈앞에 놓인 건 주전 경쟁보다도 리그에 대한 적응이다.

박지성이 유럽 무대를 개척한 이후, 이제는 '유럽파 2세대'로 평가받는 구자철,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시기에 들어섰다. 한국 축구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올림픽 세대'들의 활약은 일본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특히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기요타케와 오쓰, 요시다의 소속팀 내 입지는 기성용과 구자철, 손흥민 등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림픽에서 병역 혜택을 거머쥔 젊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어 새로운 유럽파 코리언리거의 탄생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림픽 메달 주역인 윤석영(전남)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 팀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의 유럽 진출 최대 걸림돌이었던 병역 문제가 해결되면서 더욱 많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yshalex@media.sport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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