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4분' 김기희 "군 면제 패러디, 기분 나쁘지 않아" (인터뷰)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2.08.21 07:30 / 수정: 2012.08.21 07:30

한국 축구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에 기여한 대구 김기희. / 대구FC 제공.
한국 축구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에 기여한 대구 김기희. / 대구FC 제공.


[김용일 기자] 김기희(23·대구FC)에게 올여름은 생애 가장 가슴 뛰는 시간이었다. 꿈의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은 물론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그가 올림픽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단 4분에 불과하지만, 축구 인생의 어느 순간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꿈의 4분'이었다.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는 것을 증명한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축구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것도 의미 있었다.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 이전까지 벤치에 앉았던 그는 '올림픽 단체경기에서 동메달 이상 입상 시 출전하지 않은 선수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병역법 보도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다. 하지만 시나브로 '팀 홍명보호' 정신에 녹아들어 있었다. 병역 혜택을 떠나 팀 승리를 위해 땀을 흘렸다. 그리고 짜인 각본처럼 그라운드를 밟았고,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며 희열을 맛봤다.

<더팩트>은 올림픽을 마치고 대구로 복귀한 김기희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그는 올림픽을 마친 소감과 함께 K리그에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3위 결정전 일본전에서 후반 막판 교체 투입하는 김기희(왼쪽)./ 런던 = 사진공동취재단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3위 결정전 일본전에서 후반 막판 교체 투입하는 김기희(왼쪽).
/ 런던 = 사진공동취재단


◆ 런던, 그 후…"군 면제 패러디, 기분 나쁘지 않았다"

- 올림픽을 다녀온 뒤 큰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지냈나.

한국에 돌아와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났고,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낸 것이 전부다. 대표팀 해산 이후 곧바로 대구에 합류해 리그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 한일전 전후로 김기희의 '병역 혜택' 관련 보도가 많았다. 경기 후 4분 출전을 축하하면서도 농담으로 군 면제 패러디를 했다. 기분이 상하진 않았나.

인터넷을 통해 (내 모습에 전투복을 입힌) 패러디 사진을 봤다. 동료 선수들, 홍명보 감독님과 함께 봤는데 좋은 분위기였기에 기분 나쁘진 않았다. 그냥 좋은 추억이다.

- 일본전 후반 막판 투입할 때 홍 감독이 지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 어떤 말을 했나.

후반 막판에 우리가 일본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장신 선수가 공격진에 있었는데 홍 감독님이 그 선수를 동료 수비수와 협력해서 막으라고 말씀하셨다.

일본전 승리 후 숙소에서 팀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은 김기희(왼쪽 위 두 번째)./ 김기희 트위터
일본전 승리 후 숙소에서 팀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은 김기희(왼쪽 위 두 번째).
/ 김기희 트위터


- 대회를 마친 뒤 트위터에 숙소에서 동료, 홍 감독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란 글을 남겼다. 가장 많이 배운 점은 무엇인가. 부족한 점을 느꼈다면.

경기 외적으로 정신적인 부분을 배운 것 같다. 특히 주장 구자철과 기성용, 박주영 선배를 통해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느낀 게 많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를 뛴 경험도 소중하다. 하지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구력과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 올림픽 기간 뒷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특별한 뒷이야기 보다 런던에 갔을 때 잠깐이었지만 한국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선수촌에 들어갔다. 우리는 선수촌과 별개의 생활을 했다. 선수촌을 산책하면서 올림픽 열기를 실감했다. 역도 장미란 선수, 펜싱 신아람 선수를 만나 인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올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른 대구의 수비를 이끌고 있는 김기희. / 대구FC 제공
올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른 대구의 수비를 이끌고 있는 김기희. / 대구FC 제공


◆ "대구 내려가는 KTX에서 사진·사인 요청"

- 대구에 복귀한 뒤 모아시르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어떤 얘기를 해줬나.

축하 인사를 많이 해줬다. 모아시르 감독님은 브라질과 4강전을 직접 봤었다면서 한국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했다고 얘기하셨다.

- 올림픽 전, 후로 대구 팬들과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달라졌지 않나.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신다. 길을 가다가도, 숙소 주변에서도 많은 팬이 알아보시더라.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는 KTX 열차 안에서도 나를 알아보시더니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하셨다. 기분 좋았다.

- 대구는 K리그는 스플릿 시스템 상위그룹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팀이 지금 리그 9위를 달리고 있다. 22일 강원 전에서 이긴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해봐야 한다. 남은 2경기에서 총력을 펼칠 것이다.

- 올 시즌 대구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팀을 끈끈하게 만들었다.

- 모아시르 감독은 대구를 어떻게 변화시킨 것 같나.

항상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신다. 개인이 아닌 팀을 강조하시고, 본인도 팀을 먼저 생각하신다.

- 앞으로 목표를 듣고 싶다.

대구는 8강이 최우선 목표다. 남은 경기에서 온 힘을 다해 팬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스스로 보완해야겠다고 느낀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고 성장하는 게 목표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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