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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전서 후반 17분 헤딩 역전골을 터뜨린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셰브첸코(가운데). / UEFA.com |
[유성현 기자]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담은 축구계에서도 통했다.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 AC 밀란의 간판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온 안드리 셰브첸코(36·디나모 키예프)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1·AC 밀란)의 맞대결에서는 결국 '형님'이 웃었다.
셰브첸코는 12일 오전(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조별리그 D조 1차전 스웨덴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9분 동점골과 17분 역전골을 연속 헤딩으로 터뜨리며 우크라이나의 짜릿한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번 무대를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라 공언했던 셰브첸코는 유로 본선에 처녀출전한 조국 우크라이나의 역사적인 1,2호골과 첫 승을 역사에 새기며 또다른 전설을 써내려갔다.
이번 경기는 AC 밀란의 전·현직 간판 공격수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발과 머리에서 이날 기록된 3골이 모두 터졌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는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36세 백전노장' 셰브첸코는 자신보다 '5살 적고 14cm나 더 큰' 이브라히모비치가 보는 앞에서 머리로만 두 골을 터뜨리며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했다. 전성기 못지 않은 위치 선정과 골 결정력으로 불꽃튀는 신구 골잡이 맞대결에서 이긴 셰브첸코의 활약에 경기장을 찾은 자국팬들은 열광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활약도 결코 부족하진 않았다. 후반 6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스웨덴의 리드를 이끌었다. 주장 완장을 단 이브라히모비치는 경기 내내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경기 결과에 명암이 엇갈렸다. 공교롭게도 전반 38분에는 완벽한 득점 기회에서 연결한 헤딩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가 머리로만 2골을 터뜨린 셰브첸코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두 번째 실점 당시, 번개같은 몸놀림에 이은 헤딩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린 셰브첸코를 놓친 선수도 이브라히모비치였다.
결국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신의 발 끝에서 만든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경쟁자 셰브첸코에게 내리 두 골을 얻어맞으며 승리를 놓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셰브첸코는 동료들과 얼싸 안고 짜릿한 역전승에 기뻐했다. 하지만 패배의 충격에 휩싸인 이브라히모비치는 그저 멍하니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AC 밀란의 역사를 이어온 두 특급 공격수의 운명은 그렇게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