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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전서 전반 24분 결승골을 뽑아내며 덴마크의 승리를 이끈 크론 델리. / 스카이 스포츠 캡처 |
[유성현 기자]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제대로 일을 냈다. '덴마크의 숨은 진주' 미카엘 크론 델리(29·브뢴비)가 천금 결승골로 거함 네덜란드를 격침했다. 조국 덴마크에 '45년 만의 네덜란드전 승리'까지 안기며 기쁨은 두 배가 됐다.
크론 델리는 10일 새벽(한국시간) 우크라이나 카르키프의 메탈리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전반 24분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 덴마크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덴마크는 탄탄한 수비로 크론 델리의 선제골을 경기 막판까지 잘 지켜 승리를 거머쥐면서 이번 대회 돌풍을 예고했다.
사실 크론 델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유럽 변방' 덴마크 리그에서 뛰는 171cm의 단신 윙어에게 거는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크론 델리보다는 '장신 공격수' 니클라스 벤트너(아스널), '중원 사령관' 크리스티안 에릭센(아약스), '핵심 수비수' 다니엘 아게르(리버풀) 등에 시선이 쏠렸다. 덴마크 대표팀은 '터줏대감' 욘 달 토마손의 은퇴 이후 한층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29세의 적지 않은 나이인 크론 델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10년 이상 대표팀의 측면을 책임졌던 '베테랑' 데니스 롬메달(올림피아코스) 만이 주목할 노장 선수로 꼽혔다.
하지만 크론 델리는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왼쪽 측면을 쉼 없이 누비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돌파력과 빠른 발은 네덜란드 수비진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선제골 장면에서는 수비수 두 명을 단 한번의 볼 트래핑으로 제치고 득점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개인기까지 뽐냈다. 후반 24분에는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네덜란드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덴마크는 '죽음의 조'로 불리는 B조에서 탈락 1순위로 꼽혔다. 독일과 네덜란드, 포르투갈이 8강행 티켓 두 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몇몇 전문가들은 덴마크가 조별리그에서 1승 조차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크론 델리의 활약 아래 덴마크는 대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조별리그 판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덴마크의 깜짝 돌풍과 더불어 네덜란드전 승리를 이끈 크론 델리의 향후 활약도 더욱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