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결합 부위 많을수록 쉽게 뭉친다…UNIST, 단백질 모방 소재로 규명
  • 손연우 기자
  • 입력: 2026.10.06 11:24 / 수정: 2026.10.06 11:24
약한 결합에도 응축체 형성…분자 뭉침 원리 분석
내부 결합 강해지면 소재층 사이 접착력은 감소
단백질의 결합 특성을 본뜬 스티커-스페이서 고분자 모형. /UNIST
단백질의 결합 특성을 본뜬 스티커-스페이서 고분자 모형. /UNIST

[더팩트ㅣ울산=손연우 기자] 국내 공동연구진이 단백질을 모방한 합성 소재에서 분자의 결합 부위가 많을수록 약한 결합만으로도 분자들이 모여 액체 방울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이동욱 UNIST 교수팀은 최수형 홍익대학교 교수팀, 허수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팀과 함께 합성 분자의 결합 부위 수와 결합 세기가 분자 사슬의 모양 변화와 응축체 형성, 소재층 사이의 접착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생체분자 응축체는 세포 안을 떠다니던 단백질과 RNA 등이 한곳에 모여 생기는 작은 액체 방울로, 별도의 막 없이 반응에 필요한 물질을 모아 세포 내 여러 반응을 조절한다. 바이러스 DNA와 이를 감지하는 단백질이 모여 만드는 응축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안에 효소와 반응 재료가 모이면 면역 신호물질을 만드는 반응이 활발해진다.

응축체가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려면 분자의 어떤 부분이 뭉침을 좌우하는지 알아야 하지만 실제 단백질은 구조가 복잡해 각 부분의 역할을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결합 특성을 본뜬 합성 소재를 만들어 분자들이 뭉치는 과정을 단순화한 실험 모형으로 살폈다.

실험 모형은 긴 사슬 모양의 합성 분자에 서로 달라붙는 결합 부위인 '스티커'와 그 사이를 채우는 '스페이서'를 배치한 구조다. 스티커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인 아르기닌의 '구아니디늄' 구조를, 스페이서는 다른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일부 구조를 본떴다.

스티커의 평평한 부분들이 서로 포개지듯 가까워지면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같은 사슬 안의 스티커끼리 붙으면 사슬이 오므라들고, 서로 다른 사슬의 스티커끼리 붙으면 여러 사슬이 연결돼 뭉친다.

연구팀은 사슬 길이를 같게 유지한 상태에서 스티커 수와 물속 소금 농도를 바꿔 분자 사슬의 모양과 액체 방울이 형성되는 조건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스티커가 많을수록 더 낮은 소금 농도에서도 분자들이 모여 액체 방울을 만들었다. 액체 안에서 성분이 다른 액체 방울이 생기는 '액체-액체 상분리'가 더 쉽게 일어난 것이다. 개별 분자 사슬이 펼쳐진 상태에서 오므라드는 변화도 스티커가 많을수록 더 낮은 소금 농도에서 나타났다.

이는 분자에 결합할 자리가 많으면 각각의 결합이 상대적으로 약해도 사슬이 수축하고 여러 사슬이 모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결합 부위의 수가 분자 하나의 형태 변화뿐 아니라 여러 분자가 모여 응축체를 형성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인했다.

반면 같은 소재를 입힌 두 표면을 물속에서 맞붙였을 때는 스티커끼리 붙는 힘이 강해져도 접착력이 커지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스티커가 많은 소재에서는 결합이 강해질수록 두 소재층이 오히려 덜 달라붙었다.

연구팀은 각 소재층 안에 밀집한 분자 사슬들이 먼저 서로 결합하면서 맞은편 층과 연결될 스티커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한 층 안에서 결합 부위가 사용되면 두 층을 이어줄 결합 부위가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분자 시뮬레이션에서도 결합이 강해질수록 바깥으로 노출되는 스티커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이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모형은 단백질의 결합 특성을 닮으면서도 결합 부위의 수와 세기를 조절할 수 있어 분자 사슬의 수축부터 응축체 형성, 소재층 사이의 접착까지 비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공동연구진은 "단백질의 결합 특성을 닮으면서도 결합 부위의 수와 붙는 힘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분자의 모양 변화부터 응축체 형성과 소재층 사이의 결합까지 살펴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다"며 "생체분자 응축 현상을 이해하는 기초 연구뿐 아니라 자극 감응성 연성 소재, 습윤 접착제, 수중 코팅 개발 분야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 8월 18일 게재됐다.

newsb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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