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산=손연우 기자] 물과 소금기에 쉽게 부식되는 마그네슘 합금의 약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부식을 일으키는 철 불순물을 제거하는 대신 다른 물질로 감싸 마그네슘과의 접촉을 차단한 것이 핵심이다.
12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신소재공학과 박성수 교수 연구팀은 마그네슘 합금 내부의 철 불순물을 작은 입자 안에 가두는 방식으로 고내식성 마그네슘 합금을 개발했다.
마그네슘은 구조용 금속 가운데 가장 가벼운 소재로 꼽힌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자동차와 항공기, 드론, 휴대용 전자기기 등 경량화가 필요한 산업에서 주목받아 왔지만 물기와 염분에 쉽게 부식되는 특성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상용 마그네슘 원료에 미량 포함된 철은 부식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다. 철과 마그네슘이 직접 맞닿으면 두 금속 사이에서 미세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 상대적으로 반응성이 큰 마그네슘이 먼저 녹는다. 기존에는 철 함량을 최대한 낮춘 값비싼 고순도 원료를 사용해 이 문제를 줄여왔다.
연구팀은 철을 제거하는 대신 마그네슘과 직접 접촉하지 못하도록 가두는 방법을 택했다. 여러 원소를 대상으로 이론 계산을 진행한 결과, 스칸듐이 적합한 첨가 원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그네슘 합금에 스칸듐을 미량 첨가하면 합금이 굳는 과정에서 철이 많이 포함된 입자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표면을 철 함량이 거의 없는 껍질이 감싸는 '코어-쉘' 구조가 형성된다. 이 껍질이 철과 마그네슘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해 철 불순물로 인한 부식 반응을 억제한다.
효과는 소금물 침지 실험에서 나타났다. 스칸듐을 넣지 않은 마그네슘-알루미늄 합금은 소금물에 사흘 동안 담가두자 표면이 심하게 부식됐지만 스칸듐을 넣은 합금은 큰 형태 변화 없이 원래 모습을 유지했다.
무게 변화를 토대로 산출한 부식 속도는 연간 22.2㎜에서 0.38㎜로 낮아졌다. 스칸듐을 넣지 않은 같은 계열 합금과 비교하면 약 60분의 1 수준이다. '㎜/년'은 같은 속도로 1년 동안 부식됐을 때 금속 두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알루미늄뿐 아니라 망간과 아연 등이 포함된 상용 마그네슘 합금에 극미량의 스칸듐을 첨가한 실험에서도 부식 속도가 기존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번에 개발된 합금은 초고순도 마그네슘 합금보다 철 불순물이 6배 이상 많이 포함됐는데도 부식 속도는 더 느렸다. 값비싼 초고순도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마그네슘 소재의 생산비를 줄이고 산업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수 교수는 "그동안 마그네슘 기반 소재의 내식성을 높이려면 철 함량을 최대한 줄인 값비싼 고순도 원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합금은 초고순도 마그네슘 합금보다 철 불순물 함량이 6배 이상 높은데도 부식 속도가 더 느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초고순도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고가 소재로 인식돼 온 마그네슘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설계 기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달 23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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