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고령=정창구 기자] 경북 고령에서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흙과 불을 벗 삼아온 한 도공의 손끝이 다시 한번 전통 도자의 생명력을 되살렸다.
고령군은 지난 7일 개진면 무형유산 전수교육관에서 경상북도 무형유산 사기장인 백영규 장인의 공개행사를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공개행사는 '풍영 만월(豊盈 滿月)'을 주제로 마련됐다. '그득하고 풍성하여 마침내 둥근 보름달이 되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번 행사는 오랜 시간 흙을 빚어온 장인의 삶과 우리 전통 도예가 지닌 깊은 철학을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전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주민과 도예 애호가 등 50여 명이 참석해 전통 발물레 시연과 장작가마를 이용한 달항아리 제작 과정을 직접 지켜보며 우리 도자문화의 아름다움을 체험했다.
기계가 아닌 발의 힘으로 천천히 물레를 돌려 흙덩이가 하나의 그릇으로 탄생하는 과정은 장인의 오랜 경험과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전통기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수백 도의 불길 속에서 완성되는 장작가마 달항아리는 현대 도예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 제작 방식으로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경상북도 무형유산 공개행사는 매년 무형유산의 대중화와 보전·전승 활성화를 위해 열리는 행사다. 단순한 시연을 넘어 장인과 지역민, 미래세대가 함께 전통문화를 배우고 이어가는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영규 사기장은 1953년 전통 도예의 길에 들어선 이후 평생 흙과 불을 연구하며 한국 전통 도자의 맥을 이어왔다. 특히 대가야 토기의 원형을 복원하고 다양한 전시와 작품 활동을 통해 고령의 도자문화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경상북도 무형유산 사기장으로 지정됐으며, 2021년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백 장인은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전통을 후대에 전하는 스승으로서 후학 양성과 전승 활동에도 힘을 쏟으며 우리 도예문화의 뿌리를 지켜오고 있다.
고령군 관계자는 "평생을 우리 전통 도예기술 보전과 전승에 헌신해 온 백영규 사기장의 공개행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앞으로도 고령이 간직한 소중한 전통문화와 무형유산을 널리 알리고, 미래세대에게 계승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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