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업계, 4개 항만공사 일괄 통합 중단 촉구
  • 김재경 기자
  • 입력: 2026.06.23 16:14 / 수정: 2026.06.23 16:14
항만공사 설립 취지인 항만별 전문·효율성·자율성, 책임경영 원칙 존중
인천항 수도권과 환황해권 연결하는 관문항 존치 돼야
16일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항만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4개 항만공사 통합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항만공사
16일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항만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4개 항만공사 통합 반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항만공사

[더팩트ㅣ인천=김재경 기자] 인천항만발전협의회 등 지역 10여 개의 항만관련 단체(단체)가 정부의 전국 4개 항만공사 일괄 통합 논의에 대해 즉각 중단과 함께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광역권 기반 항만공사 체계 유지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효율화 논의 과정에서 인천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주요 항만공사를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단체는 23일 공동 자료를 통해 "항만공사의 일괄 통합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항만별 특성과 지역 산업구조, 광역권 경제의 현실을 외면한 획일적 통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항만공사는 단순한 공공기관이 아닌 해당 지역과 광역권의 산업, 물류, 고용, 수출입 경쟁력, 도시 발전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기관"이라며 "항만은 행정 편의에 따라 일괄적으로 묶을 수 있는 단순 시설이 아니라, 선박과 화물, 기업과 노동자, 배후산업과 지역경제가 함께 움직이는 국가 기간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항만공사는 처음부터 항만별 특성과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항만공사 제도는 중앙정부 중심의 경직된 항만 행정에서 벗어나, 항만별 여건에 맞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항만개발·관리·운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관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을 경쟁력 있는 해운물류 중심기지로 육성하는 것이 항만공사의 본래 설립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각 항만은 지역을 넘어 광역권 경제를 지탱하는 전략 거점이며, 항만별로 맡고 있는 기능과 산업적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인천항은 인천만의 항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환황해권을 연결하는 관문항으로 수도권 소비·산업 물류, 대중국 교역, 국제여객, 크루즈, 해양관광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복합항만으로서 수도권 광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수도권과 환황해권의 특성을 반영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부산항은 부산만의 항만이 아니라 부·울·경과 동남권 수출산업을 세계와 연결하는 글로벌 해운물류 허브로 세계 주요 항만과 경쟁하는 환적 중심 항만으로서, 동남권 제조업과 국가 수출입 물류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축이다. 부산항에는 부산항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역 기반 전문 항만공사가 필요하다.

울산항은 동남권 에너지·석유화학 산업을 지탱하는 국가 기간항만으로 액체화물, 에너지 물류, 석유화학 산업단지와 직결돼 있으며, 국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공급망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항만은 일반 항만과 같은 방식으로 획일화해서 운영할 수 없다.

여수광양항은 광양만권, 전남권, 호남권, 남해안 산업 벨트를 연결하는 핵심 물류거점으로 제철, 석유화학, 컨테이너, 벌크화물, 배후산업단지와 연계된 종합항만으로서 지역 산업경쟁력과 국가 기간산업의 물류 기반을 담당하고 있다. 여수광양항 역시 광역권 산업구조와 항만 기능을 잘 아는 지역 기반 항만공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단체는 "전국 주요 4개 항만은 각각 다른 산업적 배경과 물류 기능, 광역권 역할을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모두 '항만공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은 항만별 차이와 지역의 현실을 무시하는 행정 편의적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진정한 효율화는 항만공사의 지역성과 전문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책임경영을 유지하면서 공통 기능을 공동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항만공사 통합은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할 수 있다"며 "항만공사 본사와 의사결정 기능이 지역에 있어야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 지역 인재, 지역 대학, 연구기관, 항만 이용자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 항만공사가 지역 현장에서 멀어지고 의사결정 권한이 중앙으로 집중되면, 지역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항만정책은 현장과 괴리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만은 지역의 미래이자 국가 물류 경쟁력의 기반"이라며 "항만공사 통합 여부는 단순히 기관 수를 줄이거나 관리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항만별 산업구조, 광역권 경제, 지역 일자리, 국가 수출입 물류망, 항만 안전과 환경, 장기 항만개발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이날 정부에 △항만공사 일괄 통합 논의 중단 및 항만별 독립성과 지역 기반 운영체계 보장 △항만공사의 최초 설립 취지인 항만별 전문성, 효율성, 자율성, 책임경영 원칙 존중 △인천항, 부산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의 고유한 기능과 지역 산업구조 반영한 광역권별 항만 발전전략 수립 △항만공사 통합 논의 전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 항만 이용자, 노동계, 산업계, 시민사회와 충분한 협의 △인사·회계·전산·교육·감사·연구개발 등 공통 기능의 공동화와 협업 강화 방식으로 추진 △항만위원회와 지방정부 협의 구조 강화 통한 지역 의견 실질적 반영 등을 요구했다.

단체는 "항만공사의 지역 존치는 항만공사 제도의 설립 취지를 지키는 일이며, 항만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이고, 광역권 산업경쟁력과 국가 해운물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일"이라며 "정부는 획일적인 항만공사 통합 논의를 멈추고, 항만공사의 설립 취지에 맞게 지역과 현장을 기반으로 한 항만공사 체계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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