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 라면의 온기를 한시에 담다…전국 한시인들, 구미서 붓을 들다
  • 정창구 기자
  • 입력: 2026.06.09 10:08 / 수정: 2026.06.09 10:08
10일 전국 한시 백일장 열어…시제는 '구미라면축제발전'
전통과 일상이 만나는 특별한 하루…한시인, 구미의 맛과 정서를 노래
전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한시인들이 묵향 속에 마주 앉아 삶의 이야기를 시로 빚어낸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28회 전국 한시 백일장에서 한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참가자들 /구미시
전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한시인들이 묵향 속에 마주 앉아 삶의 이야기를 시로 빚어낸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28회 전국 한시 백일장에서 한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참가자들 /구미시

[더팩트ㅣ구미=정창구 기자] 한 줄기 먹물 향이 번지고, 조용히 붓끝이 종이를 스친다. 그 곁에는 누구나 한 번쯤 추억을 품고 있을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이 있다. 가장 소박한 일상을 가장 오래된 문학으로 노래하는 특별한 풍경이 초여름 구미에서 펼쳐진다.

구미시는 오는 10일 오전 10시 새마을테마공원 글로벌관 다목적홀에서 금오한시회 주관으로 '제29회 전국 한시 백일장'을 개최한다. 전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한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 한시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저마다 삶과 감성을 한 편의 시에 담아낼 예정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유생의 옷차림을 한 문인들이 묵향 속에서 운자를 맞추고, 긴 생각 끝에 한 자 한 자 시구를 새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우리 전통문학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순간이다.

특히 올해 시제는 '구미라면축제발전(龜尾拉麪祝祭發展)'이다.

조금은 낯설고도 흥미로운 만남이다. 수백 년을 이어온 한시와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라면축제가 한 작품 안에서 마주한다. 뜨거운 국물에서 피어나는 온기, 가족과 친구들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축제의 풍경,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정겨운 마음을 한시인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풀어낼 예정이다.

전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한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 한시의 멋과 품격을 나누고 저마다의 삶과 감성을 한 편의 시에 담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28회 전국 한시 백일장 모습 /구미시
전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한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 한시의 멋과 품격을 나누고 저마다의 삶과 감성을 한 편의 시에 담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28회 전국 한시 백일장 모습 /구미시

지난해 '반도체특화단지'를 주제로 시대의 변화를 노래했다면, 올해는 한 그릇 라면이 품고 있는 따뜻한 공동체의 가치를 시 속에 담아낸다. 전통문학이 과거를 지키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삶과 호흡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셈이다.

대회는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개회식과 심사위원 위촉, 운자 추첨, 백일장, 심사와 시상 순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당일 공개되는 운자를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며, 작품성은 물론 문장 구성과 대구, 운자 활용, 의미 전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박창근 금오한시회장은 "전국 한시 백일장은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소중한 자리"라며 "전국의 한시인들이 구미에서 학문과 예술을 나누고, 시민들도 전통문화를 가까이에서 느끼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것은 거창한 역사만이 아니다. 한 그릇 라면을 나누던 웃음, 축제의 밤을 밝혔던 불빛 그리고 그것을 시로 남기려는 사람들의 마음도 결국은 한 도시의 문화가 된다.

초여름의 구미에서 전국의 한시인들은 붓끝으로 말할 것이다. 가장 평범한 일상이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고.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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