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부모가 늙어갈수록 중증 재가장애인의 '자립 준비'는 오히려 빨라졌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존의 공포 속에서 떠밀린 '강제적 자립(생존형 자립)'이었다.
경기복지재단이 28일 발간한 '복지이슈 포커스 제2026-9호'에 중증장애인들이 마주한 이런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복지재단은 '중증 재가장애인의 통합지원과 자립의 관계'를 주제로 보건의료·건강관리·일상돌봄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실제 자립 준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가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보호자의 평균 연령은 59세였고, 이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 보호자가 절반이 넘는 50.2%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늙어가는 이른바 ‘노노(老老) 돌봄’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호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 준비 확률도 급격히 높아졌다. 보고서는 이를 스스로 선택한 자립이라기보다 부모 사후 돌봄 공백의 불안으로 떠밀리듯 선택한 ‘생존형 자립’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자립을 준비 중인 비율은 26.3%에 그쳤고, 83.3%는 여전히 부모 등 가족 돌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건강 통제력'이었다. 스스로 신체건강 수준이 높다고 인식할수록 자립 준비 확률은 14.5배, 정신건강 수준이 높을수록 10.5배 증가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경우일수록 자립 준비 확률이 반대의 경우보다 19.9배 높았다.
보고서는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을 '보호 중심'에서 '자립 역량 강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대 이상 고령 보호자 가구를 최우선 통합지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야간 활동지원사를 배치하는 '가정형 지원주택'을 확대해 돌봄 공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장애인 가정을 정기 방문하는 ‘재택의료센터’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자립 경험 장애인을 ‘동료상담가’로 양성하는 민관 협력 체계 구축도 제시했다.
이용빈 복지재단 대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단순한 서비스 연결에 그쳐선 안 된다"며 "고령 보호자 가구를 위한 선제적 주거·돌봄 안전망과 예방적 보건의료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 중증장애인들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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