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Story] 최희 아나 "'여신' 수식어 불편해, 2012년 '진정성' 승부"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1.12.28 10:25 / 수정: 2011.12.28 10:25
▲ 새 해엔 진정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최희 KBS N 아나운서. / 문병희 기자
▲ 새 해엔 진정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최희 KBS N 아나운서. / 문병희 기자

[김용일 기자] 최희(25)에겐 꿈이 있다. '여신'이란 칭호 속에서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걸출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신의 '진정성'이 시청자에게 전달돼 마음 속 깊은 곳의 울림까지 전하는 것이다. 때론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자신의 생활이 두렵기도 하다. 진정성의 꿈을 위해 '진화'라는 단어를 결코 넘겨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2년의 시간은 어느덧 삶의 지평마저 바꿔 놓았다. 카메라 앞에 처음 섰을 때 주체할 수 없는 떨림에 혀 깨물고 죽고 싶었다던 그는 현재 어느 누구보다 즐겁게 방송하며 스포츠와 인연을 돈독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최희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스포츠에 야망이 있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이 바닥에서 잠시 반짝하고 자취를 감춘 보통의 여자 아나운서들에 비해 이미 당도한 그곳에서 차근차근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최희를 만났다.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여신' 최희가 아닌 '인간' 최희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12년 새해를 앞두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공개하고자 한다.

▲ 올 한 해,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낸 최 아나운서가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일 년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새해 희망찬 포부를 밝혔다.
▲ 올 한 해,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낸 최 아나운서가 <더팩트>
과 인터뷰에서 일 년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새해 희망찬 포부를 밝혔다.

◆ 올 한 해 뒤흔든 '최희 논란 시리즈' "엄청 속상했죠"

- 연말에 스포츠계 송년회 자리가 많다던데, 최 아나운서(이하 아나)를 찾는 이가 많죠?

많은 것 보다 저와 방송하는 해설위원들께서 참석한 자리는 거절하기가 어렵죠.(웃음)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고 즐거운 자리여서 부담 없어요. (주량도 세다던데) 대학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해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죠. 주량은 기복이 있어요. 그런데 스포츠계에서 일하니 주량이 느네요.(웃음)


- 올 한 해 최 아나 뉴스가 많았어요. 논란이든, 인터뷰 기사든, 희로애락이 많았을텐데요.

인터뷰는 똑같은 질문들이 많아서.(웃음) 손아섭, 이상형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사실 아직까지 공인이라는 게 낯설어요. 트위터 글이 기사화되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구나'하고 다시 생각하죠. 제가 (트위터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데 사람이 괜히 공개적인 공간에서 속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데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덜컥' 해요.


- 최근에 '힘들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기사회 됐어요?

(웃음) 너무 웃겨서. 진상을 밝혀드리면, 저는 늘 겨울에 행복했어요. 즐겁고 낭만적인 추억이 겨울에 편중돼 있었죠. 올 겨울은 쳇바퀴처럼 굴러간 야구 프로그램을 마치고 갑자기 여유가 생기니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공허함도 생기고. 그렇다고 친구들도 자주 볼 수 없고, 남자친구도 없고. 20대 초반 풋풋하고 하얀 눈 같은 겨울이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느껴야 할 외로움을 떠올리니까 '어른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기사화 되면서 오해 전화를 엄청 받았죠.

- 올해 최 아나는 '논란 기사'가 유독 많았어요.

엄청 속상했죠. 자질 논란까지 나왔으니까. 먼저 벨트 내려간 사건은 어쩔 수 없었어요. 큐빅으로 된 것이었는데 방송 전부터 떨어졌었죠.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들어가라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물론 이게 떨어진다고 바지가 벗겨지는 것도 아닌데.(웃음) 너무 선정적으로 기사가 나와 힘들었죠. 둘째로 '콧물 사건'은 그날 감기가 워낙 심했는데 마지막 멘트 때 콧물을 삼키지 않으면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여자로서 창피했어요. 사람들이 놀리니까. 하지만 '이게 나인걸 어떡하니'라고 했어요. 아나운서도 사람이니까.

마지막으로 방송 중 '웃은 사건'은 반성해야할 것 같아요. 그때 상황이 엄청 웃긴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왜 평소 생활하다보면 분위기 자체가 웃겨질 때가 있잖아요? 당시에도 그런 경우였죠. 카메라 감독님, 작가 분들도 앞에서 데굴데굴 웃고 계신데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방송 끝나고 '큰일 났다. 제발 기사화되지 말아줘'라고 기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웃음) 아나운서로서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느꼈죠.

▲ 아직 공인이라는 게 어색하다는 최 아나운서. 올해 겪은 숱한 논란들을2012년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 아직 공인이라는 게 어색하다는 최 아나운서. 올해 겪은 숱한 논란들을
2012년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고자 한다

◆ "여신 수식어 불편한 게 사실…내 승부수는 '진정성'"

방송에서 씩씩해 보이는 최희는 실제 겁도 많고 걱정도 많다. 남 앞에서 표현하지 않으려 할 뿐. 한 번은 어머니와 슈퍼스타 K3 생방송 현장을 찾았는데 평소 팬이던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 몸이 좋지 않아 출연하지 못하자 두 모녀가 '엉엉' 울었다고 한다. 주변 관객들이 임윤택의 친척들이라 오해했을 정도라고. 2010년 배구 코트에서 첫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도 '경기가 중단이 돼 인터뷰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두려워했다. 준비된 시간보다 짧은 기간에 데뷔하는 것을 누구보다 직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이면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최희는 특유의 근성과 자기 관리로 어느 덧 여유와 즐거움으로 무장한 스포츠 우먼으로 거듭났다.

- 스포츠계 여자 아나의 수가 많아져 희소가치가 떨어진다는 말도 많은데요.

사람이 적으면 제 주목도는 높아지겠죠. 하지만 후배들이 생기면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즉 선배가 돼 가면서 그 상황에 맞게 커가는 기쁨이죠. 책에서 본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은 얻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지만, 현명한 사람은 버리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고요. 여자 아나운서들의 외모 등을 비교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솔직히 저보다 예쁘고 잘하는 후배들이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순리이고, 제가 버릴 것은 버리면서 배우는 기쁨을 얻고 싶어요.

- 프로야구가 끝나고 스페셜V를 통해 배구에서도 활약하고 있어요. 두 종목을 비교하면?

배구는 친구 같고, 야구는 날 사랑해주는 남자 같아요.(웃음) 왜냐하면 배구 프로그램에서는 제가 선수들의 숙소를 가요. 편하게 선수들하고 침대에 철퍼덕 앉아서 이야기를 하니까 친해지더라고요. 성격이 낯을 가리고 남자들한테 말을 못하지 않아서. 털털해요. 때론 짖궂게 하니까 배구 선수들이 절 이제 여자로 안 봐요.(웃음) 반면 야구는 제가 사랑하고 매일매일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아직 선수들에게 서먹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물론 2년차가 되면서 편하게 대해주고 있지만요.


- 열애설 루머가 난무해서 딱 부리지게 묻고 싶어요. 운동선수 남자친구 어때요?

아나운서 선배들 중 운동선수와 결혼하신 분들을 이해해요. 그만큼 (선수들이) 멋있어요. 하지만 저는 감당 못할 것 같아요. (운동선수가 매달려도?) 글쎄요. 제가 좀 더 용기가 있어야 하고 가치관이 바뀌면 모르겠지만, 제 연애관과 맞지 않아요. (연애관?) 전 자주 만나고 싶거든요. 거창한 연애를 꿈꾸는 게 아니에요. 자주 보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도 같이 먹는 거요. 운동선수들은 해외도 많이 나가고 바쁘잖아요. '친구 같은 연인'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 곳곳에서 '여신'이라는 단어가 남발되는 시기에요. 최 아나에게 ‘여신’은 이제 자연스러운 칭호가 됐는데요. ‘여신’이라는 굴레의 삶은 어때요?

예쁜 분들은 계속 나타나잖아요? 여신에 해당될 만큼 예쁜 분들은 따로 계신데 제가 그런 말을 들으니 부담스럽죠. 전 예쁜 캐릭터가 아니에요. '미인, 여신' 이런 게 아니죠. 제가 원하는 건 현실에 있을 법한 진정성 있는 아나운서예요. 삶의 가치관과 밀접해요. 사람을 만나도 진정성 있게 만나고 싶고, 연애도 진실 되게 하고 싶고. 그런데 여신과 최희를 동의어쯤으로 불리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저를 오래 보신 분들은 '여신 최희'가 아닌 '인간 최희'를 느끼실 걸요?

- 팬들은 외모 뿐 아니라 진행 실력과 노력하는 자세를 지지하는 것 아닌가요.

연애도 2년이 지나면 무심해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웃음) TV도 2년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고 걱정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여신이라는 수식어로 부담을 느끼며 방송하고 싶진 않아요. 언젠가 '최희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인정받고 싶죠. 사실 '누가 좋네, 예쁘네, 인기 있네' 등 여론에 휘둘리다 그만둔 여자 아나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 중 스포츠를 정말 사랑했던 분들이 많으세요. 여 스포츠 아나운서의 베테랑이 생기고 오래오래 팬들과 소통할 수 있으려면 참을성과 자기 관리도 필요하지만, 팬들도 이면의 모습을 바라봐 주셨으면 해요.

▲ 여신이 아닌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최 아나운서. 2012년 그의 새로운행보를 기대한다
▲ '여신'이 아닌 '진정성'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최 아나운서. 2012년 그의 새로운
행보를 기대한다

최희는 스포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사람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하는 이 매력 덩어리는 이젠 최희에게 직업이고 전부다. 삶의 지평도 스포츠를 벗 삼아 '롱텀(Long-Term)'으로 변모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못 쳤다고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잖아요. 끝날 때까지 모르고, 마지막 순간에 역전 홈런을 칠 수도 있고요.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길게 바라보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보이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을 스포츠에서 얻고 있다는 최희. 최종 꿈이 스포츠 미디어학과 교수가 되고 싶다는 것처럼 그의 원대한 꿈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진정성'을 통해 수많은 대중과 함께 커지길 기대한다. 최희와 만남은 '여신의 재해석'이었다.

<글 = 김용일 기자, 사진 = 문병희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kyi0486@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