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 기자]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올 시즌 '원클럽맨'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이 그렇다. 위기에 빠지면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한 번이라면 우연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최근 7경기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을 이끈 주인공은 지금까지 '데몰리션'으로 불리는 데얀과 몰리나였다. 데얀은 지난해 31골 4도움, 몰리나는 18골 19도움으로 K리그 클래식을 평정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상대 수비가 데얀과 몰리나에 집중한 사이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반기엔 둘에 대한 상대의 집중 견제로 팀 균형이 흐트러진 서울이었다. 성적 또한 개막 후 7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리는 등 중하위권으로 고꾸라졌다. 전반기 막판 부활의 날갯짓을 하더니 후반기에는 날아오르고 있다. 그 중심엔 데몰리션보다 더 강한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의 존재다.

특히 김진규의 가공할만한 득점포는 서울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다. 김진규는 지난달 7일 3-0으로 이긴 성남 일화와 경기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뜨리더니 13일 2-1로 이긴 전남 드래곤즈전에서도 종료 직전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넣었다. 16일 1-0으로 이긴 강원FC 원정에서도 머리로 골망을 흔들며 승점 3을 선사했다. 3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선 아디의 결승골을 도운 김진규다. 4일 수원 블루윙즈와 슈퍼매치에서도 후반 6분 몰리나의 프리킥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절묘한 헤딩 슈팅으로 결승골을 기록해 최근 5경기에서 4골 1도움을 올리고 있다. 공격수도 해내기 힘든 놀라운 기세다. 아디 또한 제주전에서 결승골을 넣더니 수원전에서 전반 29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2경기 연속골이다. 최근 7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김진규의 아디의 활약은 서울의 5연승을 이끌고 있다. 홈에서는 7연승이다.

수원과 경기에서 전반 29분 헤딩 선제골을 넣은 뒤 최용수 감독에게 달려가는 서울 수비수 아디 (가운데). 수원전을 마친 김진규는 취재진에게 "계속해서 공격포인트를 올리니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 경기에선 골이나 도움을 안 했으면 한다"고 농담을 던졌다. 반면 최 감독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상기돼 있다. 초반 부진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득점 루트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비수들의 득점이 우리 팀의 득점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6골을 넣은 김진규는 데얀(8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5골을 넣은 몰리나보다 한 골 더 많다. 득점 부문 공동 11위인데, 수비수는 김진규가 유일하다. 서울의 초반 부진은 상대 팀이 데몰리션을 축으로 한 주력 선수들의 견제가 어느 때보다 심했다. 일종의 서울 공격 패턴의 핵심인 이들의 동선을 잘 대비할 수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선 공격진의 효력이 살아있으나 국내 팀을 상대해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수트라이커 신드롬'은 서울의 트레블(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도전에 가속페달을 밟게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몰리나도 견제 터널에서 벗어나 수비수들에게 정확한 패스로 도움을 착실히 쌓고 있다. 종아리 근육 부분 파열로 5경기 연속 결장하다 최근 복귀한 데얀의 움직임이 살아나고 하대성 고요한 윤일록 등 국가대표 미드필더 삼총사의 지원 사격이 뒷받침되면 서울의 화력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kyi0486@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