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Story] 이기흥 올림픽 선수단장 "박태환, 나한테 매일 혼나…손연재는 겸손한 선수"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2.09.24 09:26 / 수정: 2012.09.24 09:26
곽승준(위) 미래기획위원장에게 올림픽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기흥 올림픽 선수단장. / 이새롬 기자
곽승준(위) 미래기획위원장에게 올림픽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기흥 올림픽
선수단장. / 이새롬 기자

▶[동영상] 이기흥 런던올림픽 선수단장 편


우리 시대의 리더와 뉴스메이커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현재를 살고 있는가. 또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가. "따분한 보수는 가라"며 '쿨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이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과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20~40대가 주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더팩트>과 '쿨한 융합'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는 곽승준이 펼치는 색깔 있는 대화는 뉴스메이커들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편집자 주>

이기흥(58) 대한수영연맹 회장 겸 런던올림픽 선수단장은 종합 5위를 기록하며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단의 숨은 조력자 중 한 명이다. 대선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후보들의 각양각색 리더십이 화제에 오르고 있지만 런던올림픽 때 이 단장은 선수들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리는 이른바 '아버지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직선적으로 강한 것보다 곡선적인 부드러움을,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지혜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도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라는 완장은 권위가 아닌 책임의 의무라며 경기력뿐 아니라 인성적으로도 국가대표가 돼야 함을 목청껏 외쳐 눈길을 끌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선수단 단장을 맡아 종합 2위를 이끈 그는 지난 2월 올림픽 선수단장으로 임명됐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비리와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고 3월 자진해서 사퇴하자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일각에선 이 단장을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승리투수가 돼 돌아왔다고 말한다.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04~2009년 대한카누연맹 회장, 201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맡는 등 비인기 종목 육성에 애정을 쏟았다. 항상 '나'보다 조직원을 우선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통해 스포츠계 생산성과 만족도, 충성도를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다.

지난 19일 광화문에서 만난 이 단장은 올림픽 이후 못다 한 뒷이야기는 물론 '스토리가 있는' 리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리더 모델을 보여줬다.

곡선적인 부드러운 힘을 믿는 이기흥 올림픽 선수단장 겸 대한수영연맹 회장.
곡선적인 부드러운 힘을 믿는 이기흥 올림픽 선수단장 겸 대한수영연맹 회장.

◆ "메달리스트 곧바로 한국 안 보낸 것은 상업적 활동 우려"


- 2012년 런던 올림픽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어요. 금 13, 은 8, 동 7개로 종합 5위를 차지하며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는데,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대회 개막 4개월 전에 단장직을 맡게 됐는데, 2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단장을 맡았기에 사양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중책을 맡게 됐죠. 단장은 성적에 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광저우 때 성적이 좋았지만, 이번엔 거리도 멀고 시차 적응도 어려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 귀국장에서 검게 탄 얼굴이 화제가 됐어요. 단장님께선 "난 한 것이 없다"며 겸손하게 말씀하셨는데, 올림픽 기간 어떠셨나요? 하루 세 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회의하고 일정과 업무들을 정리하면 금세 아침입니다. 이후 경기장을 다니면서 단장으로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주요 사안을 확인하죠. 그렇게 일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오면 새벽 1시입니다.(웃음) 다음날 일정을 확인하고 문제가 된 사안을 정리하면 새벽 2시가 다 돼 잠을 청합니다.

- 살인적인 일정이었네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대회 직전 파마를 하셨다고요?

맞습니다.(웃음)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파마를 했는데 주위에서 반응이 좋더라고요. 바쁜 일정에도 특별히 머리에 신경 쓸 것 없이 손으로 쓱쓱 빗어 넘기면 되니까 좋았어요. 그래도 워낙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발이 물집투성이가 됐어요. 두 번이나 의무실에 찾아가 물집을 터뜨렸습니다.(웃음)

- '아버지 리더십'으로 유명하세요. 구원투수로 비유하기도 하죠. 선수들 사이에선 별명이 '울보'라고 들었어요.

자식 같은 선수들이라….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고생하는 것을 알게 돼요. 새벽부터 밤까지 한 가지 목표를 보고 고생하는데…. 장미란 같은 경우엔 무거운 바벨을 하루에 수백 번 이상 들고, 박태환은 50m 구간을 하루 700회 이상 레이스를 하죠.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놀고 싶은 거 못하잖아요. 적게는 4년, 많게는 12년 이상 한순간을 위해 고생하는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메달을 따면 괜찮은데 못 따면 선수촌 식당에 나타나지 않고, 혼자 방에서 불 끄고 울기도 해요. 그럴 땐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죠.

곽 위원장이 이 단장의 다양한 애칭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곽 위원장이 이 단장의 다양한 애칭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 브루널 대학 기숙사를 통째로 임대해 선수촌으로 사용하고, 총 70명의 훈련 파트너가 현지에 동행해 각 종목 선수들의 상대가 돼 주기도 했어요.

효과가 컸습니다. 정부의 배려로 런던 시내에 있는 브루널 대학에 훈련 캠프를 마련했는데요.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가면 다른 나라 선수들과 훈련 일정이 겹쳐 하루 2시간밖에 운동할 수 없습니다. 자체 캠프를 갖고 있으니까 24시간을 이용할 수 있었죠. 한국 식사도 할 수 있었고요. 올림픽 등 큰 대회는 음식이나 시차, 날씨 등 경기 외적인 요소가 중요합니다.

- 대회 내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단장님께서 머리 아프셨을 것 같군요.

메달리스트를 왜 빨리 귀국시키지 않느냐는 비난에 시달렸어요. 그런데 선수를 바로 보냈다가 상업적으로 이용당하면 메달 박탈당합니다. 올림픽 규정상 개막 전 9일, 폐막 후 3일에는 어떤 경우에도 메달리스트의 상업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어요. 동료 선수가 경기하고 있는데 함께 응원하는 스포츠맨십도 중요했고요. 또, 우리가 64년 전에 런던 올림픽에 나갔는데 6·25 전쟁 때 영국군 5만 6000명이 한국에 파견돼 1100명이 죽고 2000명이 다쳤어요. 어느덧 우린 세계 경제 10대 대국으로 성장했잖아요?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게 도와준 곳인데, 메달리스트가 바로 가는 것보다 어느 정도 모아지면 국립묘지가 있는 세인트 폴 성당에 가서 헌화하는 모습도 중요하게 봤어요. 국내에선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메달리스트를 데려다가 상업적으로 쓰기 위한 행동이 많거든요.

곽 위원장(오른쪽)은 올림픽 기간 내내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단장의 구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곽 위원장(오른쪽)은 올림픽 기간 내내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단장의 구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신아람 사태' 이후 선수단 한마음으로 혼연일체"


- 이번 올림픽은 양궁이나 태권도 등 효자 종목뿐 아니라 펜싱, 레슬링, 체조 등에서도 금메달이 나와 메달밭이 넓어졌어요. 좋은 성적을 예상하셨나요?

처음엔 객관적인 기록과 경기력을 판단할 때 10개 종목에서 금메달이 가능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어느 정도 적중한 것 같아요. 초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아람 사태' 이후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된 것도 있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메달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신아람 은메달입니다. 오심 사건 이후 피스트에 주저앉았는데, "지난 것에 미련 버리고, 단체전에서 본때를 보여줘라. 그게 진정한 선수고 승리자"라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해냈어요. 어찌나 고맙던지요….


- 한 번 궤도에 오른 종목은 상승세를 타는 경향이 있죠. 펜싱이 다음 올림픽에서도 선전할 것 같은데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제2의 효자 종목으로 예상하시는 게 있나요.

체조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양학선의 금메달은 가치가 크죠. 그동안 우리 체조가 올림픽 금메달을 한 번도 따지 못했잖아요? 대회 직전 "(양)학선아, 몸은 어떠니"라고 물었는데 "단장님, 이번엔 잘 될 것 같아요. 옛날엔 연습할 때 잘되고, 시합 때 부진했는데 이번엔 달라요"라고 하더군요. 완벽했잖아요? 유럽 선수와 체격 싸움을 벌일 필요 없는 체조에선 학선이 처럼 자신만의 기술로 경쟁할 수 있으니까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 신아람을 비롯해 수영 박태환, 유도 조준호 등 오심 피해자들이 속출했어요. 오심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내에선 많은 교육을 했습니다. 그래서 박태환이나 일부 선수들이 판정 번복 등 성과가 있었죠. 우선 국제연맹의 규정 정비가 필요합니다. 종목에 따라 항의하는 방법과 항의 권한이 있는 주체가 달라요. 펜싱이 대표적인데, 코치진은 안 되고 선수만이 항의할 수 있죠. 유도는 심판 3명의 판정을 심판위원장 권한 아래 뒤집을 수 있고요. 다음 올림픽부턴 오심에 대한 항의 방법도 숙지가 필요합니다.

다음달 초 발표되는 박종우(부산)의 독도 피켓 논란과 관련해 이 단장은 긍정적인 결과가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달 초 발표되는 박종우(부산)의 '독도 피켓' 논란과 관련해 이 단장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홍명보호의 동메달 신화에도 박종우 선수의 '독도 피켓'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다음 달 초 심의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고 하던데요.

국내에 들어와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우선 독도가 남의 땅도 아니고 우리 것이라고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단, 일본 기자들이 문제 삼았죠. 분명 정치적인 목적의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국제축구연맹과 올림픽위원회 측에 잘 설명했으니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찌 됐든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가 경기 후 자제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겠죠.


-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씀처럼 자식 같은 선수들이실 텐데, 금메달리스트를 한 데 모아놓고 "겸손하라"고 말씀하셨다고요.

'너희가 최고가 됐지만 절대로 혼자 금메달 딴 게 아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부모와 선생님, 지원팀, 동료, 국가, 세금, 지원 등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영광은 없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메달을 못 딴 선수도 있잖아요? 동료를 배려하고 겸손해야 진심으로 존경받는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메달 따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참 많습니다. 그걸 알아야죠. 선수들도 잘 이해하더라고요.

이 단장은 메달리스트 뿐아니라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가치에 대해 국민들이알아주기를 바란다.
이 단장은 메달리스트 뿐아니라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가치에 대해 국민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 "박태환은 나한테 매일 혼나…손연재 자기관리 철저"


- 올림픽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들의 방송 출연이 많았어요. 흐뭇하셨을 것 같은데요.

메달리스트들은 모든 생활에 있어 자신의 위치가 생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메달을 못 딴 선수들에 대한 격려입니다. 그 선수들도 한국 체육을 이끌어 갈 자산입니다. 국민들께서 많은 성원을 해주셔야 합니다. 가장 상처받고 힘겨운 건 그들인데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한 쪽만 밝고, 다른 쪽은 어두운 것은 앞으로 한국 체육에 좋지 못한 것이죠.


- 박태환과 손연재 선수가 '국민남매'로 불리며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 반응이 좋았어요. 평소 두 선수를 가까이 보셨을 때 성품이 어떤가요?

손연재는 아주 착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입니다. 올림픽 후 대통령께서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는데, 당시 연재가 아무것도 안 먹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재야, 맛있는 게 많은데 얼른 가져다 먹어"라고 했더니 "단장님, 체중 관리 때문에 먹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과일이라도 먹어라"고 하니까 그것도 안 된다고 해요. 그러더니 자기가 가져온 물만 마시더라고요. 정말 철저한 자기 관리에 놀랐어요.


- 한국 네티즌 중 일부는 손연재 선수가 성적보다 마케팅으로 지나치게 부각됐다면서 비난하더라고요.

그 분들이 손연재의 진정한 모습을 잘 모르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상당히 겸손합니다. 선배들한테 인사 잘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요. 어떤 경우에도 앞으로 나서려고 하기보다 선배를 배려하려고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항상 뒤에 있어요. 우리가 앞으로 나오라고 해야 나오죠. 인품이 훌륭합니다.

이 단장은 선수단 막내 손연재(위)에 대해 매우 겸손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그러나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서 박태환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내세웠다.
이 단장은 선수단 막내 손연재(위)에 대해 "매우 겸손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서 박태환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내세웠다.


-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서 박태환 선수를 바라보는 눈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박)태환이는 매일 나한테 혼나죠.(웃음) 사실 태환이는 현재 수영 선수이기 때문에 선수에 맞는 생활을 더욱 강조해요. 앞으로도 수영으로 자신을 말해야 하고, 한국 체육의 대들보 구실을 해야 하는데 방송 출연 등 바깥 생활에 재미를 느끼다보면 바람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만약 태환이가 운동 외에 엉뚱한 생각이 들어가면 본인은 물론 한국 체육의 큰 손실입니다. 방송 출연이 나쁘다는 게 아니지만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근 승승장구나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도 한 말씀 하셨겠네요?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할 도리는 당연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박태환은 한국 수영 100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인물이잖아요? 지금 메달을 땄다고 해서 폼 잡고 방송 출연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박태환은 수영 선수로서 뿐 아니라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 문대성에 이어 IOC 선수 위원으로도 충분히 나설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쪽으로 자신의 발전을 이끌고 지도자가 되기 위한 소양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2년 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또 이겨야죠. 쑨양 등이 쫓아오고 있는데….


-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단장을 맡으실 분은 엄청 고생하실 것 같군요. 단장님께서 워낙 잘해놓으셔서요.

제가 잘 한 것보다 다음 올림픽 단장을 맡는 분은 고생할 가능성이 높죠. 시차가 서머타임이 적용된다면 11시간이나 돼요. 한국과 정반대죠. 하루 시차를 극복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립니다. 비행기도 직항 노선이 없어 30시간을 타야죠. 현지 음식도 잘 맞지 않고요. 더군다나 이번 대회를 통해 기초 종목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메달 숫자도 동, 은, 금 순서로 많은 피라미드형이 옳은데 우린 역 피라미드형이죠. 반면 일본은 금메달에선 우리한테 뒤졌으나 은, 동메달 숫자가 많아요. 어린 선수들이 땄고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서부터 변화가 있을 겁니다.

곽 위원장은 이기흥식 아버지 리더십을 우리 사회에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곽 위원장은 이기흥식 아버지 리더십을 우리 사회에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 단장님은 우리 시대의 따뜻하고 긍정의 리더십을 실현하고 계시네요. 과거 이력을 보니 사회 활동도 많이 하셨더라고요. 2004년 청소년을 위한 나눔 문화 재단을 설립해 200명의 청소년들에게 장학금도 주셨고, 2011년 불교 조계종에서 불자대상을 받은 뒤 태릉선수촌 내 올림픽 공원 법당 개원에도 앞장섰죠.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체육 발전에 밀알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왕이면 큰 밀알이 되는 것은 어떤가요? 예를 들어 2013년에 시행되는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실 계획은요?

(손사레 치며) 아뇨, 전혀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야말로 비체육인 출신으로 지금까지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다 누렸습니다. 대한체육회 부회장부터 전국체전위원장,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단장 등 과분한 직책을 맡았어요. 일부 언론에서 대한체육회장을 노리고 있다는데 오보입니다.


- 스포츠계 오랫동안 몸담으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우리가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103개의 금메달을 땄어요. 올림픽 메달은 대한민국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크게 상승시켰죠. 비정치적인 요소에서 국민들을 단합하게 하고, 청소년에게 '하면 된다'는 용기를 준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에 일조한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단, 메달리스트 외에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안타까워요. 그 선수들이 선수 은퇴 후 취업을 못해 강남역 사거리를 밤중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면 이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최소한 2급 준교사 자격증을 줘서 생활체육 현장에 투입하면 국민 스포츠 질도 높아지고, 기구 관리도 됩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각 동,읍,면에 한 명씩만 배치해도 5000명의 선수가 해결 돼요. 정부가 예산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줬으면 합니다.


-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막 전 '금메달의 가치'라는 논문을 썼어요. 국민들에게 주는 즐거움이 돈으로 환산할 때 600~700억 가량 한다는 것이죠. 국민들의 삶의 질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단장님 말씀처럼 사회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잘 결합돼 체육인의 저변을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스포츠를 통해서 경쟁도 하지만, 협력을 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문화를 자라나는 세대에게 물려줘야 하고요.


-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런던 올림픽의 성공을 축하드리고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단장은 대담을 마치고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요구하자 메달을 따지 못한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이 단장은 대담을 마치고 국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요구하자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했다.



곽 위원장(왼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 단장. 앞으로도 한국 체육 발전의 든든한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곽 위원장(왼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 단장. 앞으로도 한국 체육 발전의 든든한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 이기흥 단장 주요약력

▲이민우 신민당 총재 비서관(1985년 1월) ▲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1989년 7월) ▲고려대 교우회 이사(1999년 5월)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2000년 9월) ▲대한카누연맹 회장(2004년 4월)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2004년 5월) ▲아테네올림픽 한국선수단 의전담당임원(2004년 7월) ▲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 설립(2004년 10월) ▲아시아카누연맹 제1부회장(2007년 9월) ▲베이징올림픽 한국선수단 홍보담당 임원(2008년 8월) ▲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2009년 3월) ▲대한체육회 부회장(2009년 3월) ▲제38회 전국소년체전 대회장(2009년 5월) ▲대한체육회 전국체전위원회 위원장(2009년 7월) ▲대한수영연맹 회장(2010년 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장(2010년 11월)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장

정리 = 김용일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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