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야생녀] 두산 니퍼트 부인 "야구선수와 결혼? 주저 않고 추천"
  • 박소연 기자
  • 입력: 2012.05.14 11:09 / 수정: 2012.05.14 11:09

두산 투수 니퍼트의 딸 케이든과 부인 캐리 씨, 아들 오브리(왼쪽부터). / 박소연 인턴기자
두산 투수 니퍼트의 딸 케이든과 부인 캐리 씨, 아들 오브리(왼쪽부터). / 박소연 인턴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은 야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해에는 여성 관중이 10명 중 4명에 달할 정도로 흥행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다른 종목보다 어려운 경기규칙과 긴 관람 시간을 이유로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여성의 핵심 문화생활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는 올해 야구장에서도 여성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깊은 야구 지식과 열정을 가진 여성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팩트>은 야구장 안팎에서 '야구에 사는 여자', 이른바 '야생녀'를 만나 그들의 뜨거운 '야구 사랑'을 느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이번 주 '야생녀'의 주인공은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다승 단독 선두(5승)로 나선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미국)의 사랑스런 부인 캐리 니퍼트(33)씨다. 8일 어버이날 두산-SK전에 선발 등판한 남편 니퍼트를 보기 위해 두 아이들과 경기장을 찾은 캐리씨는 중계석 근처 관중석에 앉아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두산은 니퍼트의 호투에도 1-2로 아쉽게 졌지만 캐리씨는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홈 경기뿐 아니라 원정 경기도 텔레비전 중계를 찾아본다는 캐리씨는 승패를 떠나서 야구를 즐길 줄 아는 진짜 ‘야생녀’였다.

- 니퍼트는 두산 최고의 투수잖아요. 요즘 굉장히 잘 하고 있는데, 부인으로서 기분이 어때요?

고맙습니다.(웃음) 두 말 할 것 없이 좋지요. 잘 하면서도 항상 최고의 경기를 위해 노력하는 남편이 참 자랑스러워요.

- 하지만 늘상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럴 때 옆에서 보기 안타깝지 않으세요?

그는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100점이에요. 아무리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더라도 절대 집에서는 티를 안내요. 집에 돌아와서는 야구나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하죠. 당연히 기분은 좋지 않겠죠. 하지만 가족과 있을 때는 가족에게만 집중해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 내는 듯 해요.(웃음) 시간이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가기도 하고, 여기(잠실종합경기장) 나와서 아이들과 뛰어 놀기도 하고. 또 가끔은 서울 구경을 나가기도 하죠.

- 니퍼트는 굉장한 ‘연습 벌레’라고 들었는데,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남편은 경기가 있으면 전날 꼭 연습을 하는데, 그날이 월요일이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화요일에 경기가 있으면 월요일이 휴일이라도 나가서 연습을 해요.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또 남편으로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가정에 충실하니 항상 고마울 따름이죠.

- 남편을 어떻게 처음 만났나요?

대학(둘은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교 출신) 에서 만났어요. 그는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남자였죠. 정.말.(웃음) 말수도 적고. 그래서 항상 제가 더 말을 많이 해야했죠. 지금은 저보다 말이 더 많지만요.(웃음) 하지만 여전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는 쑥쓰러워하는 것 같아요.

- 아내가 생각하는 남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남편은 정말 가정적이에요. 우리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만큼 아이들에게도 또 저에게도 굉장히 잘 하죠. 그리고 잘생겼잖아요.(웃음) 물론 남편도 사람이니깐 단점이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제게 그는 완벽해요. 모든 것들이 다 장점이라 단점은... 글쎄요.(웃음) 딱히 꼽을 만한 것이 없네요. 그가 제 남편인 것에 항상 감사해요.

지난 8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니퍼트. / 스포츠서울DB
지난 8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니퍼트. / 스포츠서울DB

- 지난해부터 한국에 살기 시작했는데,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아니오. 사실 전혀 몰랐어요. 조금 걱정했지만 막상 한국에 와 보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도 다 친절하고. 정말 살기 좋은 곳 같아요. (한국 음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약간은요. 저는 입에 잘 맞았지만 아이들은 힘들어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편식을 좀 하는 편이거든요.(웃음) 특히 매운 음식은 잘 못 먹어요. 그래서 초반엔 고생을 좀 했죠. 하지만 아이들도 이젠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주로 어떤 요리를 해주세요?) 보통은 미국식 식사를 차리죠. 남편은 밖에서는 주로 한국 음식을 먹을테니 집에서는 미국식 음식을 해줘요. 하지만 그는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해요. 매운 음식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김치도 잘 먹어요. 그것도 굉장히 많이.(웃음)

- 야구선수 부인이라서 힘든 점이 있다면?

본격적인 야구 시즌 중에는 남편이 워낙 바쁘니까 아이들을 거의 제가 돌봐야해요. 보시다시피 아이들이 한참 클 때다 보니 조금 버거울 때도 있죠. 책임도 무겁고. 하지만 남편은 틈나는대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오프 시즌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으니 괜찮아요. 딱히 야구선수 부인이라서 힘들다기 보다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이기 때문에 힘든거죠.(웃음) 전 지금의 삶에 굉장히 만족해요. 야구선수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주저않고 추천할 거예요. 물론 제 남편은 빼고요.(웃음)

- 캐리에게 야구란?

남편의 직업?(웃음) 야구는 제게 일상이에요. 남편은 매일 같이 야구장에 출근을 하고 저는 매일 응원을 하죠. 그가 경기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흥분되고 자랑스러워요. 야구 자체가 주는 매력도 크지만 남편의 직업이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죠. (남편을 만나기 전에도 야구를 좋아했나요?) 약간은요. 제 오빠 역시 야구를 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만큼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남편을 만나고 야구의 매력에 푹 빠졌죠.(웃음)

-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바라는 점?

그저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바랄 것이 없어요. 남편, 아버지, 선수로서 정말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다 해주고 있어서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건강했으면 좋겠고, 또 경기에서도 잘 하면 더 좋구요.(웃음)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니퍼트는 지난 2005년 결혼해 슬하에 아들 케이든(6)과 딸 오브리(4)를 두고 있다. 2011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같은 해 4월 가족 모두 한국으로 옮겨와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글, 사진 = 박소연 인턴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claire85@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