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는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벗어놓은 대학 점퍼가 놓여있다. /이새롬 기자 |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에서 2025학년도 신설되는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 입학 허용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최근 동덕여자대학교(총장 김명애)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설로 촉발된 학생들의 점거 시위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인근 성신여대 등으로 시위 불길이 번지며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남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공학 철회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본관 앞에 학생들이 벗어놓은 대학 점퍼가 줄지어 놓여 있다. |
가을 단풍이 지고 있는 동덕여대의 교정은 빠져나간 학생들로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건물 곳곳은 온통 현수막과 피켓, 락카 페인트로 뒤덮여 황폐해졌다.
남녀공학 전환 소식이 알려지고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동덕여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행동에 나선 학생들이 건물을 점거하기 위해 집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학생들의 시위가 일어난 지 닷새째인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 앞에는 외부인 출입을 막는 안내 푯말이 세워졌다. 취재진도 학교 관계자의 허가를 받고나서야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단과대 건물들은 점거한 학생들로 인해 굳게 닫혔다.
동덕여대 정문에 '외부인 출입금지' 푯말이 설치됐다. |
학교 곳곳에는 '창학 정신을 잊은 동덕은 차라리 명예롭게 폐교하라',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학생 몰래 추진한 공학 전환 결사반대', '여자들이 만만하냐', '민주동덕 다 죽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 근조화환 등이 설치됐다.
본관 앞에는 학생들이 벗어둔 대학 점퍼(과잠)가 줄지어 놓였다.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선 지 나흘째 되는 15일 텅빈 교정의 모습과 바닥에 락카 스프레이로 쓰여진 항의 문구가 보이고 있다. |
학교 내·외부 벽이나 바닥에는 락카 스프레이로 항의 문구가 쓰였다. 본관 앞에 놓인 고 조용각 전 동덕학원 이사장의 흉상에는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의해 달걀, 스프레이, 생활쓰레기 등 각종 오물이 뿌려졌다.
학생들은 항의의 의미로 본관 앞에 벗어놓은 대학 점퍼를 늘어놓았다. 사흘 뒤 다시 찾았을 때는 우천을 대비해 점퍼에 비닐을 씌워놓았다. |
남녀공학 전환 소식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모인 재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건물을 점거하는 등 대규모 시위에 들어갔다. 대면 수업은 전면 폐지됐고, 교수와 교직원들 역시 학교 밖으로 쫓겨났다.
단과대 건물에서 학생들이 문을 걸어 잠근 채 점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대학 측은 지난 5일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해당 방안이 의제로 거론, 12일 교무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총학생회를 대상으로 한 설명을 거쳐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었다는 설명이다.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이 입구를 지키며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
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학교의 중장기 발전계획안인 '비전 2040'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난 9월 말쯤부터 2차례를 회의를 가졌다"라며 "남녀공학은 회의에서 나온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인데,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위로 인해 수업이 있는 학생들 대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고, 수시 입시기간인데 행정 업무도 모두 중단돼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학생처 등 교직원들이 비공식으로 학생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진전된 상황은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점거한 건물은 항의 문구와 피켓 등으로 도배돼 굳게 잠겨 있다. |
동덕여대 측은 이날 홈페이지에 '학내 사태로 인한 피해금액 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건물 점거와 기물 파손, 외부 시설 대관 등으로 인한 피해액이 최소 24억 4434만 원에서 최대 54억 4434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학교에는 남녀공학을 반대하는 근조 화환이 놓였으며, 내·외부 벽이나 바닥에는 락카 스프레이로 항의 문구가 쓰였다. |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은 이날 오후 2시께 대학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 점거를 해제하기 위해 학생들이 취약한 금전적 문제로 겁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돈으로 겁박 말고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학교 곳곳에는 학교 측의 비민주적 행정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김명애 총장의 입장문이 공개됐을때 즉시 면담 요청을 했고, 공식적으로 요청서를 보내 다시 한번 더 면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처장단과 만나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전날(14일) 처장단과 만나 우리의 요청사항을 전달했으나, 대학 본부에서는 공학 전환 논의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아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한 건물 입구에 '김명애 총장 사진과 학생 몰래 공학 추진한 김명애 OUT' 이라는 피켓이 붙어 있다. |
학교 측이 주장한 피해에 대해서는 "우리도 등록금 내고 수업을 들으러 온 재학생으로 역시 피해자이다. 학교가 학교 만의 피해를 주장하기에는 조금 이기적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학교 측이 우리와 최대한 빨리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우리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서 최소한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총학생회가 학교 측이 청구한 피해 보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최 회장은 "최우선의 요구 사항은 남녀 공학 전환 철폐"라며 "현재 한국어교육원 한국어 전공이 신설돼 이미 남학생 6명이 들어와 있는데 이에 대한 해명도 필요하다. 이미 남학생이 우리 대학에 학부생으로 들어와있는데 어떻게 된 상황이지, 앞으로 남학생들을 얼마나 더, 어떻게 받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학생들에게 전달한게 없다. 그에 대한 확답 역시 받을 때까지 시위는 계속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덕여대 정문 앞에 남녀공학에 반대하는 재학생들에 연대하는 졸업생 트럭시위가 열리고 있다. |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총학생회 측에 3억 3000만 원에 달하는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이는 지난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2024 동덕 진로·취업 비교과 공동 박람회' 관련으로 학생들의 점거와 시위로 인해 발생한 파손에 대한 금액이다.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에서 2025학년도 신설되는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 입학 허용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신여대 총학생회 '여일하게' 역시 이날 오후 4시 돈암 수정캠퍼스 잔디밭에서 '2025 국제학부 모집 관련 남성 입학 반대'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총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검정색 옷을 입고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성신여대, 남성입학 철회하라', '자주성신 정체성은 여성이다', '소통없는 독재본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총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위하는 학생들 앞 건물 벽과 바닥에는 공학전환을 반대하는 항의 피켓과 락카 스프레이가 뿌려졌다. |
임수빈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 본부는 현재 소통없는 일방적인 결정을 통해 학생 동의 없이 외국인 남학생 입학을 모집요강에 포함시켰다"며 "'여일하게'는 학교 본부의 독단적 행동을 규탄하고자 여러 차례 면담과 소통을 시도해왔지만 아직까지 본부는 남학생 입학 철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주지 않고, 학생 의견 반영 않은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용각 전 동덕여대 이사장(왼쪽)과 성신여대 설립자 이숙종 박사의 동상이 계란, 오물, 스프레이 등으로 훼손돼 있다. |
임 회장은 "여자대학교는 여성 교육권을 보장하며 오직 여성을 위해 설립됐다"며 "여자대학의 본질과 설립 이념을 좌시하는 학교 본부에 성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학생 입학 허용이 정말 우리 학교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그 이전에 학교 주인인 학생 의견 경청하고 소통하는 의견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성신여대 학생들이 남학생 입학 허용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건물 한켠에 학생들이 벗어놓은 대학점퍼가 쌓여 있다. |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교 측에 '성신여대의 방향성을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소통할 것, 여자대학교 존립 이유를 해치는 남성 대학생 수용을 중단할 것, 오직 여성 만을 위한 여자대학교의 본분을 직시하고 학생의 존엄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성신여대 학생들이 남학생 입학을 반대하며 적은 종이가 바닥에 붙어있다. |
동덕여대 본관 앞에 서울여대 학생들이 연대 의미로 보낸 학교 마스코트 인형들이 놓여 있다. 이날까지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6곳이 동덕여대 총학과 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현재까지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6곳(광주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숙명여대)에서 남녀공학 반대 시위에 나서거나 연대 입장을 표명했다.
'남자 사절' 성신여대 설립자 이숙종 박사 동상과 건물 외벽에 남녀 공학을 반대하며 '남자 사절'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가운데 여자 대학은 현재 6곳이며 모두 사립 대학이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서울여대는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없었다. 반면 성신여대는 2018년, 덕성여대는 2015년 공학 전환이 추진됐으나 학내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1990년대에 여대 4곳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성심여대가 가톨릭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했다. 상명여대와 부산여대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서 학교명을 각각 상명대와 신라대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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