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으로 된 천장 부분이 회색과 흰색으로 돼 있는 스카이돔 천장, 볼이 사라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해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
[더팩트 | 최용민 기자]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한창입니다. 겨우내 담금질을 통해 시즌을 준비한 선수들과 '야생야사' 야구를 기다려왔던 팬들은 한 경기 한 경기 시선을 뗄 수가 없겠지요. 15일 넥센과 SK의 시범경기가 열렸습니다. 이날 경기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첫 KBO리그 경기로 야구팬들의 시선이 집중 됐었는데요, 지난해 한국 야구대표팀과 쿠바의 슈퍼시리즈, 고교야구 청룡기야구선수권대회 등 여러 차례 경기가 열렸지만 프로팀들 간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라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1회초 1사 SK 고메즈의 파울 플라이 때 넥센 3루수 김민성이 포수 박동원과 충돌 직전 간신히 잡아내고 있다. |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려 볼까요?. 돔구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양팀 선수들은 경기 전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를 했습니다. 아마도 개장 전 부터 야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해 온 스카이돔(고척돔) 지붕 때문에 그런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고척스카이돔과 관련해서 많은 문제점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붕이었죠. 자연광이 그라운드에 투영 될 수 있도록 설계가 됐다지만 야구장이 전체적으로 회색톤인 데다 원형 천장 마저 하얀색이라 볼이 사라지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대표적으로 지적 됐었습니다.
넥센 고종욱이 5회초 최정의 좌익수 플라이 때 여유만만하게 포구를 하려다 지붕속에 사라진 볼을 찾지 못해 허둥대며 간신히 잡아내고 있다. |
넥센 고종욱이 간신히 타구를 잡아낸 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
막상 경기에 들어가보니 양팀 선수들이 적응에 상당히 애를 먹는 모습이 보입니다. 1회부터 SK 고메즈의 내야 파울 타구 때 넥센 포수 박동원과 3루수 김민성이 충돌할 뻔한 장면이 연출 됩니다. 서로간의 콜 호흡이 맞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다고 봤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 했네요. 2회 SK 이명기가 넥센 김하성의 타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3루타를 만들어 줍니다. 넥센 정수성 코치는 선수를 반기기 보다는 천장을 쳐다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보입니다.
넥센 외야수 임병욱이 6회초 SK 이재원의 타구 낙구지점을 놓치며 볼을 잡지 못하고 있다. |
사라진 볼 때문에 타구의 낙구 지점을 잡지 못한 넥센 중견수 임병욱. |
넥센 임병욱(오른쪽)이 낙구 지점을 포착 못하고 볼을 놓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
5회에는 넥센 고종욱이 SK 최정의 타구를 여유있게 따라가다 갑자기 사라진 볼에 허둥대며 묘기를 부리듯 간신히 잡아냅니다. 고종욱의 표정에 상당히 당혹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6회엔 넥센 중견수 임병욱 역시 SK 이재원의 타구에 제대로 낙구지점을 잡지 못해 3루타를 만들어주네요. 임병욱은 실수 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습니다. SK 고메즈 또한 9회에 낙구지점을 잘못 판단해 어렵게 잡아냅니다.
넥센 정수성 코치가 SK 이명기가 김하성 타구를 잡지 못하고 3루타를 만들어 줬으나 기뻐하기 보단 근심스런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은 플라이 포구에 어려움이 있다고 스카이돔 천장을 원망(?)했습니다. 고종욱은 "천장과 조명, 볼 색깔이 비슷해 잃어버리기 쉽다" 임병욱은 "햇빛과 조명이 겹쳐 야간보다 낮 경기가 힘들다"며 낯선 수비 환경을 호소했습니다.
9회말 SK 유격수 고메즈가 넥센 장영석 내야 플라이 때 낙구지점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부랴부랴 쫓아가고 있다. |
9회말 SK 유격수 고메즈가 낙구지점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서 간신히 볼을 잡아내고 있다. |
넥센 염경엽 감독은 "프로라면 구장의 환경을 탓해선 안된다. 뜬공은 잡아야 한다. 적응의 문제일 뿐"이라고 선수들의 호소를 일축하며 프로로서 자세를 강조합니다. 당분간 선수들은 플라이 타구를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며 '공공의 적'이 돼버린 스카이돔 천장을 푸념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은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생겨 야구를 보는 재미가 쏠쏠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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