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오른쪽) 아산재단 이사장은 올해 배당으로 777억 원을 받는다. 정 이사장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배당액은 153억 원이다. /더팩트 DB |
정몽준·정기선 각각 777억 원, 153억 원 배당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현대중공업이 오너일가에게 많은 배당금을 안겨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갑질 피해를 수습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영업이익도 줄어든 상황에서 거액배당을 실시해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올해 배당으로 777억 원을 받는다.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배당액은 153억 원이다. 두 사람의 배당금은 930억 원에 달한다. 정몽준 이사장은 개인별 배당 순위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4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보통주 1주당 1만8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지난 6일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2705억 원이다.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이 총 배당금의 34.3%를 가져가게 된다. 현대중공업지주 전체 지분 가운데 정몽준 이사장이 25.8%, 정기선 부사장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의 지난해 배당액은 836억 원으로 올해 100억 원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지주의 실적은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조6303억 원, 666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22.6% 쪼그라들었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시설투자 등의 자금소요가 없음으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배당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동자들은 매달 20~30%씩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반대투쟁 때 대량 징계는 사측의 반대로 노사합의를 보지 못했다"면서 "그 결과 임단협은 해가 지났지만 기약이 없고, 조선업 수주가 늘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기대했던 주민들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에 바닥을 친다"고 말했다.
한익길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가 지난달 13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앞에서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한림 기자 |
이어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6% 감소했지만 고배당을 강행한다"면서 "향후 3년간 70% 배당성향을 결정한 것도 정씨 일가에게 지속해서 현금을 지원해 재벌승계를 마무리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장 배당 잔치와 자사주 매각을 의결할 주주총회가 관건인데 온갖 편법과 날치기로 진행된 지난해 법인분할 주총이 재탕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하도급 갑질 피해에 대한 보상 없이 고배당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해 매서운 시선를 보내고 있다. 김도협 현대중공업 갑질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갑질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08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검찰고발을 당했음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피해보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라며 "현대중공업도 갑질과 관련하여 공정위 조사를 받았지만 그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거대한 이슈는 대책위의 목소리를 덮어 버릴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지만 무대응 무책임 원칙을 고수한 채 피해업체들이 고사할 때까지 사태해결을 지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 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들에 아무런 조치와 보상을 하지 않고 있어 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