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개발자인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이사가 인보사 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보도가 나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있는 서울 마곡동 원앤온리타워 /더팩트 DB |
이관희 전 대표, 인보사 허가 전후로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10만 주 처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또 다른 아버지로 불리는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전 인하의대 정형외과 교수)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관희 전 대표는 인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받기 전 이미 '신장세포'가 유입될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이를 코오롱생명과학에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전 대표는 인보사 국내 허가를 앞두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가 12만 원대로 최고치에 달했을 때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막대한 이익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특히 그에게 법률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인보사 개발회사인 코오롱티슈진 대표를 지낸 이관희 전 대표는 KBS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유래세포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2006년 미국에서 임상이 시작되기 전, 다른 학자로부터 '신장세포'가 인보사 2액에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 지적받았다"면서 "코오롱 측엔 이와 같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관희 전 대표가 보내온 이메일만으로 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소액주주 및 환자들의 단체 소송을 이끌고 있는 최덕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관희 전 대표이사가 직접 본인의 이메일로 보낸 것인지 확인조차 안 되고 그 내용도 믿을 수도 없다"며 "그 동안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연구원들이 '인보사'와 관련해 함께 임상시험을 하고 논문을 발표해왔다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이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몰랐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핵심 연구원들이 논문 저자에 다 들어가 있다. 그런데 어떻게 몰랐을 수가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인보사를 개발한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를 향해 법률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보사 제품 이미지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
법조계 일각에선 이관희 전 대표가 도의적·법률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인보사 개발의 핵심 역할을 했던 이 전 대표가 세포 변경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전 대표는 당시 코오롱티슈진의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사직도 겸하고 있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동창이었던 이관희 전 대표는 이 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표를 믿고 지난 1993년부터 10년 넘게 인보사 개발을 위한 연구 자금을 지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난 1999년 미국에 설립된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 대표를 맡았고 인보사 아시아 판매를 위해 설립된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사직도 겸임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2010년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 코오롱티슈진 대표이사 직에서도 내려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관희 전 대표는 '인보사'의 개발자이자 코오롱티슈진의 전 대표이사였으며, 이와 함께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사직도 겸하고 있었다"면서 "(코오롱)티슈진에서 알게된 일이기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묻지 않아 말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뿐더러, 공동개발계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사실에 대해서도 공유를 했어야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코오롱티슈진의 주권매매거래를 한 가운데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모니터를 확인하는 모습. /뉴시스 |
이관희 전 대표의 '불공정 주식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미공개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주식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이관희 전 대표는 티슈진아시아가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몇 차례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10만 주의 지분을 획득했다.
이관희 전 대표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한 시점은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직에서 물러난 2010년부터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코스닥에 상장한 지 1년째 되는 해이자 코오롱생명과학 주가가 12만 원대로 식약처 허가 직전 최고치에 달했을 때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인보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기 전후 인 2017년 6~9월 사이 코오롱생명과학에 남은 3만 주가량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희 전 대표는 인보사로 상당한 이익을 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대표가 발을 빼고 난 후 인보사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연골재생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오히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은 20%가량 급락했으며, 이후 허가 직전 최고가를 넘지 못했다.
특히,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후인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2만 원대 초반이다. 이는 이관희 전 대표가 매도했던 시기의 6분의 1 수준이다.
앞선 최덕현 변호사는 "인보사 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주식을 처분을 했다라면 매우 비도덕적인 일"이라며 "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내부자 정보를 가지고 주식을 팔았다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된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는 특히 이관희 전 대표가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논문을 연구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해충돌가능성(COI)이 있어 문제가 된다. 국내 법과 해외 법이 다를 수 있지만 인보사 논문에 참여했던 이 전 대표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도 이관희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인보사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난항도 예상된다. 이 전 대표의 국적이 현재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일 경우 '국제형사사법공조법'상 공조수사는 가능하나, 한국에서 수사할 때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