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레는) Re(플) : 이재한 살아 있는 거 보고 싶다(sky2****)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시청자들 사이에 구명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바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조진웅 분) 형사 살리기 운동이다.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안타까운 미제 사건을 극적으로 풀어내 보는 이들의 눈물과 공분을 자아낸다. 작품성으로 따져도 영화 같은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엄지손가락을 절로 치켜들게 한다. 특히 조진웅은 정의로우면서 '큐티섹시'한 인간미를 지닌 이재한 형사로 열연하며 배우로서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진웅이 연기하는 이재한은 25년 전부터 15년 전까지 과거에 머무는 인물이다. 그는 2015년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과 무전으로 도움을 받으며 과거를 바꾸고, 현재의 변화를 이끄는 역을 한다. 하지만 현재엔 이미 백골사체로 발견된 상황이다. 첫 방송부터 그의 죽음이 암시돼 충격을 안겼지만 최근 방송에서 다시 어깨에 철심이 박힌 이재한의 백골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의 죽음은 이상하지 않지만 유독 '이재한을 살려달라'는 탄원이 많은 이유는 이재한의 캐릭터 때문이다. 이재한은 위험에 처할 것을 알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부당한 음모를 밝혀내겠다는 의지 하나로 스스로 죽음을 각오한다. 정의만을 좇은 우직한 사람이기에 그를 향한 갈증은 더 크다.
이재한은 기본적으로 '여심'을 잡는 보증 수표인 '츤데레'(차가운 듯하지만 속내는 따뜻한) 캐릭터다. 무뚝뚝한 말투에 자신을 짝사랑하는 차수현(김혜수 분)의 마음을 경찰서 내에서 가장 뒤늦게 알아차리는 곰 같은 남자다. 그러면서도 차수현이 형사가 아닌 여자로서 상사에게 커피 타는 사태를 막기 위해 목소리 굵은 '미쓰 리'로 변신하거나 첫사랑의 죽음에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우는 감성으로 다정한 면모를 보여준다. 한 마디로 카리스마와 '큐티섹시'한 반전 매력을 동시에 가졌다.
또 형을 억울하게 잃고 외롭게 살아가는 어린 박해영의 뒤에서 오므라이스로 숨은 위로를 전하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노릇으로 '남남케미'까지 발산해 설레게 한다.

조진웅은 이렇게 다양한 이재한의 면면을 뚜렷하게 전달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든다. 박력 넘치게 멋있다가도 막 자다 깨서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눈곱도 떼지 않은 채 등장하는 이재한은 조진웅의 생활 연기로 빛난다. 조진웅이 다각도로 비추는 이재한을 발견할 때마다 인간미가 느껴지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까지 얻는다.
그가 KBS2 '솔약국집 아들들' 속 코믹하고 귀여운 재미교포 브루터스 리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걸어온 필모그래피가 '시그널'의 이재한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사 무~휼"하고 외치던 충신이 한쪽 눈을 슬쩍 감고 손가락으로 '브이'(V) 모양을 그리는 애교가 전용 포즈라면 어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재한은 이미 연기력으론 입증된 조진웅에겐 그만의 고유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대방출하는 기회를 제공한 인생 캐릭터다. 이재한 캐릭터를 살리는 조진웅과 조진웅의 배우 존재감을 살린 이재한의 콜라보레이션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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