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톡톡] 무서운 10대 구자철 "제2의 박지성? NO!"
  • 심재희 기자
  • 입력: 2008.02.26 09:23 / 수정: 2014.06.18 11:39

[더팩트 I 심재희기자] 10대 축구선수들의 맹활약상이 조명되는 것은 이제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형님들을 훌쩍 뛰어넘는 어린 축구천재들의 환상적인 플레이는 관중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유럽 빅리그의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리오넬 메시 등은 '무서운 10대'로 통했던 대표적인 선수들. 그리고 최근에는 세르히오 아게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오반니 도스산토스, 보얀 크르키치(바르셀로나), 알렉산드르 파투(AC 밀란), 테오 월콧(아스날) 등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국내에서도 '무서운 10대'는 축구팬들을 크게 흥분시켰다. 이제는 30대가 된 '앙팡테리블' 고종수를 비롯해 '라이언킹' 이동국, 그리고 '축구천재' 박주영이 10대 때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그 바통을 이어받은 유망주가 있다. 바로 앳된 티를 아직 완전히 벗지 못한 만 18세 소년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새로운 무서운 10대' 구자철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제2의 박지성? NO!

먼저 유럽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10대 축구스타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구자철은 손사래부터 쳤다. "대단한 선수들이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구자철은 매우 겸손한 자세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무서운 10대'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금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을 크게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그 선수들은 그 선수들이고, 저는 저니까요." 또래 월드스타들을 마냥 부러워만 할 수 없다는 것이 구자철의 생각이었다.

얼마 전부터 구자철은 '제2의 박지성'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무명에 가까웠던 박지성을 발굴해 키워냈던 것처럼, 그리 유명하지 않았던 구자철도 10대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부름을 받으며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자철은 '제2의 박지성'이라는 비유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박지성 선배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입니다. 배워야 할 부분도 매우 많고요. 하지만 '제2의 박지성'이라는 말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또 한 번 이야기하지만 저는 저니까요. 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리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구자철의 말대로 그는 '제2의 박지성'이 아닌 축구선수 구자철이다.

# 더이상 약골이 아니다

구자철은 고등학교 때까지 빈혈증세를 자주 보였다. 성장과정에서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다 힘에 부쳐 체력적으로 문제점을 자주 드러냈다. "빈혈증세가 심했습니다. 운동장을 오래 못 뛸 정도였으니까요." 구자철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등학교 때를 되뇌였다. 하지만 지금은 체력적인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속적으로 몸관리를 하고 체력을 끌어올린 뒤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빈혈로 병원신세까지 지면서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그였지만, 이제는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어엿한 프로 2년차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지난시즌 구자철은 신인으로 K리그 무대를 뛰면서 1골 2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잔부상으로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유망주로서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구자철은 프로 2년차가 되는 올해 소속팀에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쳐야 될 판이다.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호물로가 가세했고, 전재운, 조형제, 오봉진 등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중원에 많이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몸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여줄 수 있을 때 확실히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주전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자신임을 잘 알고 있는 구자철이다.

# 박지성 박주영보다 빨랐다. 하지만...

구자철은 한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3회 동아시아축구대회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중국과의 첫 경기에 교체투입되며 국가대표로 첫 발을 내딛었다. 태어난지 18세 355일만에 A매치에 나선 구자철은 한국축구 역사상 8번째로 어린 나이에 A매치 신고식을 치른 주인공이 됐다. 이는 박지성이나 박주영보다도 더 빠른 기록이다.

구자철은 동아시아축구대회의 이야기를 꺼내자 먼저 "아쉬웠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변명같지만 중국에서 몸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습니다." 그는 꿈에도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이 맘 먹은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부담감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실 경기 전에 허벅지 쪽이 좀 좋지 못해서 걱정이 좀 됐었습니다. 하지만 변명은 필요없습니다. 경기 끝나고 (축구팬들로부터) 욕도 좀 많이 먹었는데요. 제가 생각해도 '빵점'이었습니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 아닌가. 환상적인 A매치 데뷔전이 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나은 3번째 4번째 A매치가 구자철을 기다리고 있다.

#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구자철의 보인고등학교 시절 지도자였던 임근재 대신고등학교 감독은 '만능 미드필더'라고 제자의 능력을 평가했다. 임 감독은 "시야가 넓다. 드리블도 괜찮고, 슈팅도 좋다"고 운을 뗀 뒤 "가장 큰 장점은 영리하다는 것이다. 경기의 흐름을 파악할 줄 안다. 홀딩과 앵커,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며 구자철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내 "성실하다. 정말 성실하기 때문에 더 많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자철의 성실성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한 임 감독은 애제자에 대한 단점도 지적했다. "순간적인 스피드를 좀 더 길렀으면 좋겠다. 또한 힘을 더 붙여야 한다. 파워에서도 밀리지 않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며 더 많은 노력을 주문했다.

구자철은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못내 진지해졌다. "움직이면서 볼을 컨트롤 해놓는 능력과 상대의 타이밍을 뺐으면서 플레이하는 점에서 자신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저도 파워에서 보완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경험을 더 쌓아야 좀 더 영리하게 볼을 찰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라며 보완점에 대해서도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구자철은 갑자기 뜬 선수가 아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중적인 인기스타보다는 능력있는 축구선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이라는 단어를 항상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입니다. 항상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할 겁니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kkamanom@sportsseoul.com
사진 I 최승섭기자, 남병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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