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1년 연기, 한국축구 한숨 돌렸다…모레노 평가·갈등 치유 시간 확보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11.04 09:37 / 수정: 2026.11.04 09:37
2027년 1월 개막에서 12월로 변경…새 일정 FIFA 승인 절차 예정
11월 계약 만료 모레노, 예정대로 6경기 평가…성적·전술·선수단 운영 종합 점검 기회
내년 1월 아시안컵 개막에 쫓기던 한국 축구가 한숨을 돌렸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대회가 약 1년 연기되면서 차기 사령탑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최근 은퇴설과 불화 의혹으로 흔들렸던 대표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확보했다./더팩트 DB
내년 1월 아시안컵 개막에 쫓기던 한국 축구가 한숨을 돌렸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대회가 약 1년 연기되면서 차기 사령탑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최근 은퇴설과 불화 의혹으로 흔들렸던 대표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확보했다./더팩트 DB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내년 1월 아시안컵 개막에 쫓기던 한국 축구가 한숨을 돌렸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대회가 약 1년 연기되면서 차기 사령탑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최근 은퇴설과 불화 의혹으로 흔들렸던 대표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확보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거취 역시 대회가 임박했다는 이유보다 경기력과 선수단 운영 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할 여건이 마련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3일 당초 2027년 1월 7일부터 2월 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아시안컵을 2027년 12월 23일부터 2028년 1월 21일까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지역 정세 변화에 따른 물류상의 어려움과 이동 차질 등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변경 일정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위해 제출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에는 준비의 시간표를 다시 짤 수 있는 변화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말 모레노 감독의 계약이 끝난 뒤 아시안컵 개막까지 남는 시간은 약 5주에 불과했다. 감독 교체를 선택하더라도 새 사령탑이 선수들을 파악하고 전술을 정착시키기에는 촉박한 일정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임시 감독의 계약 연장 여부와 정식 사령탑 선임을 대회 준비의 시급성에 떠밀려 결정할 필요가 줄었다. 대한축구협회는 모레노 감독의 성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차기 대표팀 운영 방향에 맞춰 인선을 추진할 여유를 얻었다.

AFC(아시아축구연맹)는 3일 2027년 1월 개최예정이던 아시안컵 일정을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AFC 홈페이지
AFC(아시아축구연맹)는 3일 2027년 1월 개최예정이던 아시안컵 일정을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AFC 홈페이지

◆모레노 평가의 기준은 그대로…결과와 과정 함께 봐야

모레노 감독의 임기는 11월 말까지다. 지난 9~10월 A매치 4연전에서 2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며, 오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과 17일 카타르전까지 총 6경기를 치른 뒤 평가를 받는 일정이다. 두 경기는 모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대회 연기만으로 모레노 감독의 유임이나 교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 협회 관계자도 아시안컵만을 위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아니라며 당초 계획대로 6경기 이후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가에서는 승패와 함께 경기 내용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상대 압박에 대응하는 빌드업, 수비 조직력, 주축 선수들의 역할 배분, 교체를 통한 경기 대응 능력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남은 2연전은 모레노 감독이 앞선 4경기에서 드러난 과제를 어떻게 보완했는지 보여줄 기회다.

한국 축구로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모레노 감독이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연속성을 검토할 수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새 감독에게 준비 시간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회 일정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에 따른 판단이다.

내부 갈등설에 휘말린 한국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연기로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울산=뉴시스
내부 갈등설에 휘말린 한국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연기로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울산=뉴시스

◆‘96라인’ 모두 재발탁…원팀 회복도 남은 2경기의 과제

확보한 시간은 대표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도 활용해야 한다. 9~10월 A매치 이후 김민재·황인범·황희찬 등 이른바 ‘96라인’의 은퇴설이 불거졌고, 선수 간 불화 의혹까지 확산하면서 대표팀은 경기장 밖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다만 확인되지 않은 갈등설을 사실로 단정하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선수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감독·선수·협회 사이의 소통을 정비하는 일이 우선이다. 은퇴설이나 추측성 주장과 실제 대표팀 운영의 문제를 구분해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11월 소집 명단에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을 모두 포함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주축 선수들도 함께한다. 기존 핵심 자원들이 다시 모이는 이번 소집은 경기력을 점검하면서 서로의 역할과 대표팀의 방향을 확인할 기회다.

감독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태가 길어지면 선수단의 혼란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협회는 대회 연기로 시간을 벌었다고 결정을 미루기보다 평가 절차와 향후 일정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운영 원칙을 세우는 것 역시 대표팀 안정의 출발점이다.

아시안컵 연기는 한국 축구에 준비할 시간을 더 줬다. 그러나 시간의 확보가 곧 경쟁력 향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모레노 감독에 대한 정확한 평가, 투명한 차기 사령탑 인선, 선수단 신뢰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 급한 불을 피한 한국 축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미뤄진 대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흔들렸던 대표팀의 토대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skp200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