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역무원 칼부림 사건 후 트라우마 가득한 현장

[더팩트|경기 고양=오승혁 기자] ""그냥 평범해 보이던 직장인이었는데… 문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진 아무도 모르죠."
"다 안타까워... 저 공간 전체가 트라우마로 가득찬 것 같은데..."
2일 '오승혁의 현장'은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원당역을 찾았다. 굳게 닫힌 역무실 앞을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평온해 보였지만 공기엔 여전히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불과 닷새 전 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여성 역무원이 쓰러졌던 곳이다. 인근 상인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 앞에서는 말을 아꼈다.
역사 주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기억하는 두 사람은 괴리감이 들 만큼 지극히 평범한 일터의 구성원들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직장 동료처럼 보였기에, 닫힌 문틈 뒤편에서 감정의 골이 어디까지 곪아가고 있었는지는 곁에서도 알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일상의 평온함 뒤로 역무실 안쪽의 상황은 처절했다.

당시 역무실 탕비실 안쪽에서 누수 탐지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목격담은 당시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을 닫고 일하던 중 들려온 것은 "주임님 왜 그러세요, 하지 마세요"라는 피해자의 다급한 비명과 가해 남성의 포효였다. 단순한 승객 소란인 줄 알고 나섰던 작업자들이 마주한 것은 이미 피를 흘리며 벽에 기대 쓰러진 피해자였다.
작업자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를 덮쳐 결박했다. 목숨을 건 대치 끝에 추가 피해는 막았지만, 현장을 목격한 작업자는 "소리가 났을 때 곧바로 나갔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해냈다.
지난달 28일 낮 12시 30분께 발생한 이 비극으로 피해자는 목 부근 주요 혈관과 척추 신경이 손상되고 3리터에 달하는 출혈을 겪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다행히 고비를 넘겨 의식은 되찾았으나, 추가 대수술을 앞두고 있어 아직 제대로 된 진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살인미수 혐의로 가해 역무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가족들의 절규는 처절하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온라인을 통해 "뒤에서 급소를 노렸고, 평소 수개월 전부터 흉기를 소지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결코 우발적인 범행일 수 없다"며 감형 없는 엄벌을 호소했다. 가해자 A씨가 경찰 조사에서 "혼잣말로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해 격분했다", "조울증 약을 과다 복용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내세우는 듯한 진술을 두고도, "계획된 잔혹성을 덮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직장 내 사소한 마찰이나 갈등이 있었다고 해도 흉기를 휘두른 범행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동시에 사건 전 일터 내부의 갈등 신호가 감지되고 적절히 조치되었는지는 수사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몫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원당역 개찰구로는 시민들이 계속 들어왔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무심히 오가던 평범한 지하철 역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아침에 지옥이 되어버린 공간이다.
사경을 헤맨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을 바라는 마음과 함께, 숨어 있던 위험 신호를 왜 막아서지 못했는지 시스템의 구멍을 차분히 따져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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