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박한 사람들의 생계부터 빼앗으려 한다"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서울에서 오세훈 시장이 벌인 집단해고를 경기도에서 반복하지 마십시오."
27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도청 1층 로비. 장애인 노동자와 시설 종사자, 부모 등 3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재정난을 이유로 가장 약한 고리인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부터 삭감하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는 호소였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전권협) 소속 장애인 노동자와 단체 회원뿐 아니라 정의당 등 진보정당 관계자들도 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경기도가 재정난으로 내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 127억 8000만 원을 편성하지 않으려 한다며 예산 전액 반영과 고용 유지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추 지사가 지방선거 당시 약속한 '장애가 삶의 장벽이 되지 않는 경기도'를 언급하며 공약 이행을 요구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 축소 사례를 거론하며 "국민의힘 시장이 서울에서 벌인 일을 더불어민주당 도지사가 경기도에서 되풀이해서야 되겠느냐"고 외쳤다.
신현자 정의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추 지사를 향해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없어지면 수백 명의 장애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며 "장애인들이 투쟁으로 얻어낸 일자리인데, 재정이 어렵다고 가장 절박한 사람들의 생계부터 빼앗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장애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월급을 받고 동료를 만나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내년도 예산에 사업비 전액을 반영하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김포시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활동하는 우종균 씨의 발언을 대독한 참석자는 장애를 얻은 뒤 기존에 하던 일을 더는 할 수 없었던 경험을 전하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제 삶을 완전히 바꾼 혁명적인 사례였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권리를 배우고 알리며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는 취지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전담 인력인 박성옥 씨도 일터에서 목격한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김포 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20명 가운데 12명이 기초생활수급자"라며 "한 달에 50시간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옷을 사고, 동료와 식사하고 가족에게 용돈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위축됐던 장애인들이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고 외부 활동을 제안하거나, 쉬는 날에도 사업장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권리중심 일자리는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돕는 생명줄"이라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조례상 장애인 노동자 8명당 전담 인력 1명을 두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10명을 지원하는 사례도 다반사"라며 "과로와 잦은 인력 교체를 해소하려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오히려 사업 예산을 없애려 한다"고 항의했다.
참석자들은 "일하고 싶은 장애인에게 일할 권리를 주고 그 기회를 지속할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이 중증장애인을 지키는 일"이라며 경기도에 내년도 예산 전액 반영과 고용 보장을 거듭 촉구했다.
전권협은 28일에도 경기도청 6번 게이트 앞에서 3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고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 편성을 재차 요구할 예정이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기도의 2027년 본예산 편성안은 어떠한 사항도 확정된 바 없으며, 도의회와 사전협의를 위한 기초안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어 "누적된 재정 위기로 내년 가용 재원은 예년의 40%대 수준"이라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도 시급하고 절실한 민생 예산 확보를 위해 지방채 발행과 기금 사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확보한 재원은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민생경제 회복 등 가장 절박한 사업에 우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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