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역 반도체 인재 양성의 핵심 시설인 전남대학교 공동연구소 건립이 지연되면서 국정감사에서 대학의 사업 추진 역량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정부가 수천억 원을 투입하는 국립대 반도체 공동연구소 사업이 전국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에 대비한 교육·연구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전남광주시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충청·호남권 국립대학 국정감사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 사업의 지연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반도체 공동연구소는 정부가 지방 거점국립대를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2023년부터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전남대와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전북대, 강원대 등 6개 대학에 시설과 기자재 구축 비용을 포함해 총 2665억 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현재 6개 대학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곳은 강원대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당초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했던 사업이 계속 늦어지면서 준공 시점이 2029년 말까지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전남대의 경우 설계 공모가 두 차례 유찰된 데 이어 연구소 건립 부지까지 변경되면서 사업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강 의원은 정부의 예산을 확보하고도 연구·실습 시설 구축이 지연되는 상황을 문제 삼으며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과 신속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학생들이 실제 실습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확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근배 전남대 총장은 부지 선정과 입찰 과정에서 약 7개월의 지연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3차 설계를 마치고 지난달 교육부에 심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내년 3월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다.
반도체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와 대학의 인재 양성 계획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서구을)은 전남광주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반도체 산업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생산시설 구축과 인재 양성 시기가 맞지 않을 경우 인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반도체 산업이 본격화하면 대규모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학이 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지역 대학들과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관련 비전과 세부 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남광주시는 광주군공항 일원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내년 상반기부터 개발이 가능한 부지의 기반공사에 착수하고 2028년까지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첫 양산 목표 시점은 2030년 6월이다.
이처럼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조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지역 대학의 연구·실습 시설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일정도 산업단지 조성계획에 맞춰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른 국립대의 연구소 건립 사업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충남대는 2024년 반도체융합학과를 신설해 신입생 60명을 모집했지만 연구소 건립이 지연되면서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충분한 전용 실습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겸 충남대 총장은 다른 학과의 실습 장비를 활용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장비·인력 교류를 추진하는 등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다른 대학보다 1년 늦게 사업에 선정됐으며 현재 설계를 마치고 조달청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국립대 한국어 강사들의 고용 불안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고민정 민주당 국회(서울 광진을)은 외국인 유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어 강사들이 10주 단위 근로계약과 2주간의 휴식 기간을 반복하는 고용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반복하면서 실제 강의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관행이 강사들의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국립대학이 한국어 강사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대학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 총장은 전남대가 현재 한국어 강사 28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와 협의해 한국어 강사에게 시간강사에 준하는 대우를 적용할 수 있다면 4대 보험과 퇴직금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대학 재정과 관련 제도의 제약이 있는 만큼 다른 대학 총장들과 함께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이 지연되는 문제와 관련해 사업 추진 대학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연구소 건립 지연 문제가 이번 국감에서 재차 제기되면서 향후 대학별 착공 일정과 인재 양성계획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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