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부터 시청률·화제성 장악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실패하지 않습니다." 김지원이 '닥터X'에서 분한 천재 외과의사 계수정의 이 한마디가 현실에서도 통했다. '닥터X'는 방송 첫 주부터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으며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그 중심에는 냉철한 카리스마부터 인간적인 매력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지원의 연기가 있다.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 온 그가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김지원은 지난 9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극본 편성근, 연출 이정림, 이하 '닥터X')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지원은 극 중 의사 용역 소개소에서 파견된 외과의사 계수정 역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은 실패도 타협도 모르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깨부수는 '닥터X' 계수정(김지원 분)의 활약을 그린 사이다 메디컬 누아르다. 일본 드라마 '닥터X'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총 12부작으로 현재 2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지난 14일 넷플릭스 공식 차트 집계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공개 3일 만에 시청 수(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460만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1위에 올랐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총 36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시청률 상승세도 가파르다. 첫 회부터 11.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출발했다. 이는 2026년 방송된 미니시리즈 첫 방송 시청률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어 2회에서는 14.9%로 3.5%P 상승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화제성 역시 뜨겁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화제성 분석 기관 펀덱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10월 2주 차 TV·OTT 화제성 순위에서도 방송 첫 주 만에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같은 흥행의 중심에는 단연 김지원이 있다. 김지원이 분한 계수정은 구서대학교병원의 외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사 용역 소개소에서 파견된 외과의사다. 오직 수술에만 집착하는 인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구서대학교병원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앞세워 부패한 의료 권력을 도려내고 병원 내 권력 구도를 뒤흔든다.
계수정은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의사들과는 사뭇 다르다. 동료들과 친목을 쌓기 위한 사적인 대화는 하지 않고 오후 6시 정시 퇴근과 점심시간을 철저하게 지킨다. 논문 대리 작성 등 수술과 무관한 업무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병원 내 권력이나 위계질서에도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런 계수정의 실력은 첫 회부터 빛을 발했다. 환자의 탈장을 단번에 알아채고 적절한 처치를 하는가 하면 병원장의 이상 징후를 미리 포착하는 등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줬다. 특히 병원장이 쓰러진 후에는 순식간에 수술실을 장악하고 어려운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실패하지 않습니다"라는 자신의 말을 실력으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지원의 연기는 계수정이라는 캐릭터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표정과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다. 계수정은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허점을 짚어내고 긴 대사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상대를 압도한다.
특히 권력과 돈에 눈먼 의사들을 향해 거침없이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통쾌함을 안긴다. 교수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면서 정작 환자 앞에서는 권위를 내세우는 의사들을 향한 계수정의 냉소적인 태도에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담겨 있다. 김지원은 감정을 절제한 연기로 이러한 계수정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렇다고 계수정이 마냥 차갑고 무뚝뚝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평소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계수정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누구보다 진지하게 먹는 데 집중한다. 케이크를 맛있게 먹거나 바나나 우유 하나에 기분 좋아지는 모습은 수술실에서의 냉철한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어려운 수술을 마주했을 때 눈빛이 반짝이는 모습에서는 수술을 향한 열정까지 엿보인다.

김지원은 이처럼 상반된 매력을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수술실에서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듯한 날카로운 눈빛을 보여주다가도 일상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둬 계수정을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한다.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천재 외과의사 캐릭터에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 셈이다.
주변 인물들과의 호흡도 눈길을 끈다. 홀로 행동하는 데 익숙하고 타인과 거리를 두는 계수정이지만 그의 곁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든다. 특히 인턴 의사 박태경(김우석 분)과의 관계에서는 계수정의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좀처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계수정도 먹을 것을 매개로 박태경과 특유의 케미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김지원이 그려내는 계수정은 단순히 수술을 잘하는 천재 의사에 머물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보다 자신의 지위와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료계의 부조리에 맞서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영웅이 되려 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돈에 따라 움직이는 의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환자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는 진심과 의사로서의 확고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시청자들이 계수정의 행보를 응원하게 만든다.
SBS에는 이미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대표적인 의학드라마가 있다. 환자를 향한 진정성과 압도적인 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김사부(한석규 분)는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의사 캐릭터다. 계수정은 김사부와 추구하는 방식도 성격도 다르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의료계의 부조리에 맞서고 자신만의 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 김사부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김지원이 그려내는 계수정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김지원은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천재 외과의사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닥터X'가 김사부에 이어 또 하나의 대표적인 의학드라마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그 중심에 선 김지원의 활약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패하지 않습니다"라는 계수정의 이 한마디는 어쩌면 매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지원에게도 어울리는 말인지 모른다.
'닥터X'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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