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천년 등불', 지리산 화엄사를 물들이다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10.12 10:09 / 수정: 2026.10.12 10:09
차일혁 추모재부터 록 사운드까지… 제22회 화엄문화제 성황리 폐막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대화엄사(주지 우석스님)는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내 특설무대와 도량 일원에서 개최한 ‘2026 제22회 화엄문화제’를 성료했다./화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대화엄사(주지 우석스님)는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내 특설무대와 도량 일원에서 개최한 ‘2026 제22회 화엄문화제’를 성료했다./화엄사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천년 고찰 지리산 대화엄사가 전통의 무게와 현대의 활력을 아우르며 사흘간의 문화 대향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대화엄사(주지 우석스님)는 지난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내 특설무대와 도량 일원에서 개최한 ‘2026 제22회 화엄문화제’를 성료했다고 12일 밝혔다. ‘바람 속에 등불을 밝혀라’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전하고 이웃과 희망을 나누는 열린 소통의 장으로 펼쳐졌다.

문화제 첫날인 9일에는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상부의 소각 명령을 거부하고 사찰을 지켜낸 고(故) 차일혁 경무관의 제68주기 추모재가 각황전에서 봉행됐다. 불교계와 경찰 관계자, 지역민들은 문화유산 수호의 참뜻을 기리며 숭고한 결단을 되새겼다. 이어 국보인 화엄사 영산회 괘불을 장엄하게 펼치는 괘불재와 구례향제줄풍류 공연이 이어져 천년 사찰의 유구한 역사성을 드높였다.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상부의 소각 명령을 거부하고 사찰을 지켜낸 고(故) 차일혁 경무관의 제68주기 추모재./화엄사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상부의 소각 명령을 거부하고 사찰을 지켜낸 고(故) 차일혁 경무관의 제68주기 추모재./화엄사

둘째 날인 10일에는 현대인의 힐링을 이끈 제6회 지리산대화엄사 요가대회가 열려 장관을 연출했다. 흰 옷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은 고즈넉한 전각과 지리산 능선을 배경으로 심신의 균형을 찾았다.

이날 저녁 보제루 특설무대에서 열린 ‘화엄음악제’는 산사의 밤을 깊은 울림으로 채웠다. 육법공양 의식으로 막을 올린 무대는 생황 연주자 고은수의 신비로운 소리와 정가 가객 하윤주의 아정한 가락으로 전통의 깊이를 전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가수 최백호의 묵직한 보컬과 록 밴드 국카스텐의 폭발적인 사운드가 가을 산사를 뒤흔들며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

화엄문화제 행사에 동참한 가수 최백호 공연 장면./화엄사
화엄문화제 행사에 동참한 가수 최백호 공연 장면./화엄사

축제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생활문화의 활기가 도량을 채웠다. 제3회 구례군 라인댄스 동호인대회에서는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지역 동호인들이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였으며, 치열한 경연 끝에 '구례랑' 팀이 영예의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어 열린 '제6회 어머니의 길 걷기대회'는 참가자들이 '함께 걷고, 함께 밝히다'라는 기치 아래 지리산 숲길을 걸으며 사흘간 이어진 여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주지 우석스님은 "천년의 기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문화와 예술로 살아 숨 쉴 때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며 "화엄사가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치유를 건네는 열린 문화 도량으로 거듭나도록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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