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채수빈 케미와 OST가 심폐 소생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재벌 3세와 평범한 여자의 계약 로맨스, 여기에 인공 심장과 전기 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까지 더했다.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에 색다른 한 스푼을 얹은 'K-로코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막상 마주한 것은 2000년대 인터넷 소설의 정석이다. 과도하게 올드한 대사와 허술한 설정에 멈칫하지만, 두 주연 배우의 설레는 케미스트리와 사랑스러운 열연, 그리고 귀를 사로잡는 OST가 극을 심폐 소생한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극본 송유채, 연출 박수원)가 오늘(9일) 오후 5시 전 세계에 전편 공개된다. 공개에 앞서 넷플릭스는 언론시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10개의 에피소드 중 4개를 선공개했다.
'나를 충전해줘'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백호랑(김영광 분)과 몸에 전기가 흐르는 능력을 가진 나보배(채수빈 분)가 서로의 필요성을 위해 계약을 맺으며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총 10부작으로 구성됐다.
작품은 각자 비밀을 지니고 있는 두 주인공이 순정만화저럼 엮이며 시작한다. 톱스타급 인기를 자랑하는 지은호(차우민 분)로 인해 인파가 몰리고, 이로 인해 등떠밀린 백호랑과 나보배는 입을 맞춘다. 나보배는 그날 이후 백호랑이 자신의 전기가 통하지 않는 '인간 고무장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두 사람은 정전이 된 병원에서 다시 마주한다. 백호랑은 인공 심장을 위한 고성능 배터리 장착 수술을 받고 TS그룹 승계 준비에 나서려고 한다. 그러나 대망의 수술 날, 병원은 정전되며 인공심장이 방전된다. 그때 같은 병원에 있던 나보배 덕분에 백호랑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왔고, 이후 나보배와 스킨십을 하면 심장이 충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초반 내용만으로도 알 수 있듯 '나를 충전해줘'는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라간다. '재벌 3세와 평범한 여자의 계약 로맨스'는 차치하고 '닿으면 충전되고 떨어지면 방전된다'는 판타지 설정까지도 뻔하지만 '로코의 정석'으로 본다면 여전히 통할 수 있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지나치게 익숙하며 그 안에서 나오는 대사들이 너무나도 올드하다. 대기업 이사가 수술받는 병원이 번개가 친다고 비상전력조차 제대로 안 돌아가 방전되는 상황부터, 재벌가를 둘러싼 진부한 권력 암투와 클럽 난동, 특히 총지배인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마치 수사관을 방불케 하듯 현장을 급습한 비서들의 행동은 사전 조사가 부실한 듯한 인소 감성에 가깝다.
또한 백호랑을 경계하는 사촌 최도윤이 나보배에게 하는 "그 자식보다 내가 더 잘해줄게요"부터 계약 과정에서 거액의 숫자를 주고받으며 "이게 맞아요? 0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데" "훗. 그 숫자 맞아요. TS가 책정한 가치는 그 정도고 원하면 협상도 가능해요" 등의 촌스러운 대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연예계와 방송가를 둘러싼 개연성 부족은 몰입을 한층 더 방해한다. 나보배의 데뷔작으로 인연을 맺은 지은호는 '중고 신인'이라는 모호한 설정과 달리, 첫 회부터 톱스타에 맞먹는 파급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재벌 3세인 백호랑에게 다소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마스크 하나 달랑 쓴 채 밖을 활보하며 친한 작가라지만 나보배를 데리러 간다는 설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에 현실적인 잣대를 지나치게 들이댈 필요는 없다. 그러나 판타지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개연성의 구멍을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순간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단순한 허술함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전기 능력'과 '인공 심장 배터리'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중심에 둔 작품인 만큼, 오히려 그 주변의 세계는 조금 더 단단하게 구축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결국 작품의 과한 올드함은 시청자에게 '고무장갑'과 '배터리'를 동시에 요구한다. 뻔하고 익숙한 대사에 손이 오그라들 때를 대비한 고무장갑, 그리고 다소 허술한 전개를 계속해서 완주할 체력적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붙잡게 만드는 힘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케미스트리다. 특히 피지컬 차이부터 로맨스의 정석을 자랑하는 김영광과 채수빈의 투샷은 존재 자체만으로 설렘을 자아낸다.
김영광은 차갑고 완벽해 보이는 재벌 3세 백호랑에게 능청스러운 매력을 더했다. 다만 로맨스 장르에서의 설렘은 아직 완전히 무르익었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대사와 장면이 지나치게 낯간지러운 탓에 배우의 연기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전작들과는 다른 매력을 자랑하며 작품에 힘을 더한다.
채수빈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자칫하면 과하게 보일 수 있는 설정 속에서도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캐릭터를 살려낸다. 유치한 대사나 대놓고 귀여움을 어필하는 장면조차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이는 채수빈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 덕분이기도 하다. '로봇이 아니야'와 '여우각시별' 등 판타지 설정이 가미된 작품은 물론 '지금 거신 전화는' 등 원작이 있는 작품까지 소화해온 만큼, 비현실적인 설정을 화면 안에서 받아들이게 만드는 데 익숙하다. 때문의 채수빈의 활약은 '나를 충전해줘'의 가장 큰 구원투수다.
조연들의 활약도 빼놓기 어렵다. 허동원은 백호랑의 비서 윤재호 역을 맡아 기존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이런 역할도 잘하는구나'를 느끼게 한다. 능청스러운 비서 연기로 김영광과 티키타카를 만들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양현민 역시 나보배에게 로맨스 집필을 요구하는 감독 염민규 역으로 자연스럽게 웃음을 끌어낸다. 자칫 유치하게 흘러갈 수 있는 장면에서도 적절한 톤 조절과 리얼리티한 연기로 작품의 호흡을 살린다.
OST 또한 작품의 큰 강점이다. 1회 시작부터 매회 등장하는 음악들은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4회까지 나온 매 OST가 좋다 보니 때로는 OST를 더 기다리게 된다. 특히 주연들의 투샷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은 '그래, 이래야 로코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나를 충전해줘'는 4회까지 허점도 많고 어설픈 구석이 있는 작품이지만, 김영광 채수빈의 남다른 케미와 조연들의 호연, 그리고 감성적인 음악 덕분에 가볍게 즐길 만한 틀을 유지한다. 2000년대 인터넷 소설의 오그라드는 감성을 감내할 준비가 된 시청자라면, 가벼운 로코 속 배우들의 매력에 빠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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