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중학교 2학년인 동생이 직업계고에 관심을 보이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일반고에 진학하는 것이 익숙한 선택지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문득 궁금해졌다. 직업계고에 가면 무엇을 배우고,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또 예전에 우리 세대에서 배웠던 직업계고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이에게 학교를 선택할 시기가 오기 전에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6일 오후 대전시교육청이 마련한 '2026학년도 자녀 진로 설계 학부모 연수' 현장을 찾았다. 이날 <더팩트> 취재진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동아마이스터고와 충남기계공고, 대전도시과학고, 유성생명과학고 등 4개 학교 부스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가장 먼저 꺼낸 질문은 기능경기대회였다. 아이가 기능경기대회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학과가 있는지, 학교마다 어떤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지, 대회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물었다. 입상하면 학생에게 어떤 변화와 기회가 생기는지도 궁금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각 학교가 강점을 갖고 있는 기능 분야와 대회 성과, 학생들의 준비 과정 등을 설명했다. 기능경기대회 입상이 학생의 진로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기능경기대회가 학교 교육과정과 학생의 진로 선택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상담을 통해 조금씩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학교마다 설명도 달랐다. 강점을 두는 분야와 교육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같은 직업계고라도 학생이 얻을 수 있는 교육과 경험에는 차이가 있었다. 학교 이름이나 취업 실적만으로 학교를 살펴보는 것과는 다른 정보였다.
상담을 이어가면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은 직업계고의 입학과 전공 선택이었다.
학교와 학과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일부 학교는 입학 성적의 문턱이 상당히 높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공 선택지도 과거에 알고 있던 것보다 다양했다.
직업계고를 단순히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학교'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학교마다 주력 분야가 뚜렷했고, 그 분야에 맞춰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과정도 다양했다.
학생의 진로를 설명하는 교사들의 열의도 눈에 띄었다.
어떤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지,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능경기대회 준비와 입상 이후의 진로, 교육과정에 대한 질문에도 학교와 학과별 차이를 전제로 답변했다.
결국 학교를 선택할 때는 '직업계고냐, 일반고냐'라는 큰 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학교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부스에서 입학과 교육과정을 살펴봤다면 토크 콘서트에서는 졸업 이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대전시교육청이 중학교 1~3학년 학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마련했다. 대전 지역 직업계고 12곳이 참여했고, 오기영 미래교육연구소장의 인공지능(AI) 시대 직업계고 관련 강연과 졸업생·학부모 토크 콘서트, 학교별 일대일 상담 등이 이어졌다.
학부모들의 질문은 취업 여부에서 끝나지 않았다.
임금과 승진, 직장 내 차별, 진로 변경 가능성 등 졸업 이후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이어졌다.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보다 오히려 그 이후를 더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한 졸업생의 학부모는 자녀가 직업계고에 다닐 당시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하나은행에 취업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자녀의 초임과 복리후생 수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특정 졸업생 가정의 경험인 만큼 이를 모든 직업계고 졸업생의 상황으로 확대할 수는 없지만 학부모들이 취업 이후의 현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궁금해하는지는 느낄 수 있었다.
취업 이후에도 공부를 이어가는 사례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약 6년간 근무해 온 한 졸업생은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성균관대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업계고를 졸업하면 취업으로 진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시 대학에서 공부하는 길도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직장 내 차별과 임금 격차에 대한 경험은 졸업생마다 달랐다.
한 졸업생은 대학 졸업자와 비교해 이론적 지식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며 궁금한 부분은 질문하고 다시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다른 졸업생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채용과 승진 체계를 설명하며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직업계고 졸업생이라도 회사와 개인의 경험에 따라 이야기가 달랐다. 결국 학교를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취업 이후의 근무환경과 진로 변경 가능성까지 하나의 경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들은 직업계고가 모든 학생에게 맞는 선택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교별 교육과정과 졸업 후 진로를 살펴보고 학생의 적성과 희망에 맞는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취업처에 합격하지 못하거나 이후 진로를 바꾸고 싶을 경우를 대비해 취업 준비와 추가 진학 등 여러 경로를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며 직접 학교별 상담을 받아보니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입학 성적부터 전공 선택, 기능경기대회 준비, 취업과 대학 진학까지 학교마다 설명이 달랐다. 무엇보다 직접 질문하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웠던 내용이 적지 않았다.
아직 아이에게 어떤 학교가 맞을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이번 상담을 통해 학교 이름이나 취업 실적만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실제로 배울 수 있는지, 학교가 그 분야에서 어떤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에는 그 결정을 서두르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하는지부터 조금 더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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