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천막농성으로 번진 군위군의회 갈등…'주장'보다 '기록' 제출로 책임 가려야
  • 정창구 기자
  • 입력: 2026.10.06 13:52 / 수정: 2026.10.06 13:52
5분 자유발언 사전 수정·불허 논란…"의회가 제 역할 하자는 취지"
행감 자료 공방…"요구·제출 내역 공개하면 끝날 일"
대구시 군위군의회 청사 내부 전경. 최근 5분 자유발언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을 둘러싼 갈등이 천막농성으로 이어지면서 의원의 의정활동 보장과 의장의 권한 범위, 집행부의 자료 제출 책임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창구 기자
대구시 군위군의회 청사 내부 전경. 최근 5분 자유발언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을 둘러싼 갈등이 천막농성으로 이어지면서 의원의 의정활동 보장과 의장의 권한 범위, 집행부의 자료 제출 책임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창구 기자

[더팩트ㅣ군위=정창구 기자] 대구시 군위군의회에서 의원의 5분 자유발언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군청 앞 천막농성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주·이종무 군위군의원은 6일부터 군위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김 의원은 5분 자유발언 무산과 의장의 원고 수정 요구를, 이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문제 삼고 있다.

두 의원은 정당한 의정활동이 제약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군위군 집행부는 요구받은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으며 설명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천막농성 자체보다 지방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느냐에 있다.

김현주 의원은 지난달 23일 정례회를 앞두고 대구 편입 이후 도로 관리주체 변경에 따른 재정부담과 중단된 도로사업, 주민 안전 문제 등을 다루는 5분 자유발언을 준비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서대식 의장이 발언 원고를 '사전 검토'하고 일부 표현에 대해 "군수가 무능하게 보일 수 있다"는 취지로 수정을 요구했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발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문위원의 조언에 따라 일부 표현을 순화하는 등 한 차례 원고를 수정했지만 발언의 핵심 내용까지 삭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은 군수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회가 제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다"며 "표현을 순화하라는 조언까지 받아들였지만 발언의 본질까지 삭제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발언 자체가 막히면서 의회 안에서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없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군위군의회 김현주(왼쪽)·이종무(오른쪽) 의원이 6일 군위군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의정활동 제약에 항의하는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손을 들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두 의원은 김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무산과 이 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문제 등을 제기하며 의정활동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정창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군위군의회 김현주(왼쪽)·이종무(오른쪽) 의원이 6일 군위군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의정활동 제약에 항의하는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손을 들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두 의원은 김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무산과 이 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문제 등을 제기하며 의정활동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정창구 기자

군위군의회 회의규칙은 의원이 발언 요지를 기재해 신청하면 의장이 5분 자유발언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장에게 회의 진행과 발언 허가에 관한 권한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권한이 의원의 정책적 주장이나 집행부 비판 내용까지 사전에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발언 내용이 회의규칙 등에 어긋나서가 아니라 군수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집행부와의 마찰을 우려해 수정됐다면 의장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가 개인의 발언권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장이 의원의 발언 내용을 사전에 통제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아무런 사과나 조치 없이 그냥 참으라고만 해서는 의회의 독립성과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무 의원을 둘러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논란도 쟁점이다.

이 의원은 군위군새마을지회의 최근 3년간 보조금 정산 및 행정감사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군민 세금이 투입되는 민간단체 보조금의 집행과 정산을 확인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주요 감시 기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자료 요구 과정에서 이 의원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려면 수만 장에 달하는 자료가 필요하고 행정업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7만장'이라는 숫자를 놓고 의원과 집행부 사이에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이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통상적인 3년 치 자료를 요구했을 뿐이다. '7만장을 요구해 행정업무를 마비시켰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출 자료가 부실해 추가로 확인한 결과 회계처리와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의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군위군 관계자는 언론에 7만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결국 논란을 해소할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이 의원이 요구한 자료 목록과 전체 분량, 군위군이 실제 제출한 자료 목록을 공개하면 된다. 전자문서 제출이 가능한 자료와 종이문서로만 확인해야 하는 자료를 구분하면 자료 요구가 과도했는지, 집행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대구시 군위군의회 청사 내부에 설치된 의회 안내판. 최근 5분 자유발언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문제를 둘러싸고 의원과 의장, 집행부 간 갈등이 천막농성으로까지 번지면서 군위군의회의 의정활동 보장과 의회 운영 방식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정창구 기자
대구시 군위군의회 청사 내부에 설치된 의회 안내판. 최근 5분 자유발언과 행정사무감사 자료 제출 문제를 둘러싸고 의원과 의장, 집행부 간 갈등이 천막농성으로까지 번지면서 군위군의회의 의정활동 보장과 의회 운영 방식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정창구 기자

의원에게 행정사무감사와 자료 요구 권한이 있다고 해서 그 범위가 무제한일 수는 없다. 감사 목적과 직접 관련된 자료인지, 중복 자료는 없는지, 방대한 원본 전체가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원 역시 설명할 책임이 있다.

집행부 역시 자료가 많고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감사자료 요구를 사실상 제약해서는 안 된다. 제출이 어렵다면 의원과 협의해 범위를 조정하거나 전자파일 제공, 열람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사태에서 서대식 의장의 역할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장은 의회를 대표하고 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동시에 개별 의원들이 정당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의회를 운영해야 한다.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가교' 역할과 집행부를 보호하기 위해 의원의 비판을 사전에 제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반대로 서 의장이 회의규칙에 따른 정당한 발언 허가권을 행사한 것이라면 어떤 이유로 김 의원의 발언을 허가하지 않았는지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갈등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낼 사안이 아니다.

김현주 의원은 최초 발언 원고와 수정된 원고, 의장과 협의한 과정을 공개하고, 이종무 의원은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요구한 자료의 구체적인 목록과 범위를 제시해야 한다. 서 의장은 원고 수정에 관여한 경위와 발언을 허가하지 않은 이유를, 군위군은 실제 요구받은 자료의 양과 제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주장과 함께 기록을 내놓으면 진실은 분명해진다.

군위군의회는 국민의힘 4명,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갈등이 여야의 정치적 힘겨루기로 흐른다면 피해는 결국 군민에게 돌아간다.

의원에게는 집행부를 견제할 권한과 그 권한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책임이 있다. 의장에게는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공정하게 보장할 책임이 있고, 집행부에는 의회의 정당한 감시와 자료 요구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다.

천막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원고와 회의 절차, 자료요구 목록과 제출자료를 군민 앞에 공개하는 것. 그것이 이번 논란의 책임을 가리는 가장 빠르고 분명한 방법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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