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헌신을 조직력으로 만드는 것은 감독의 책임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 모두가 힘껏 악기를 연주한다고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소리를 낮추고, 누군가는 잠시 기다리며, 누군가는 다른 악기의 선율을 받아야 한다. 열정이 화음으로 바뀌려면 같은 악보와 지휘가 필요하다. 축구도 그렇다. 열한 명의 분투가 하나의 팀으로 이어지는 것은 함께 뛰어야 할 순간과 방향을 공유할 때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에콰도르전 3-0 승리, 우루과이전 1-4 패배, 베네수엘라전 0-0 무승부. 출범 후 세 경기에서 희망과 실망을 오간 대표팀에는 승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최종 스코어만이 아니다. 첫 45분부터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가 더 근본적인 시험이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전반보다 후반에 경기력이 나아졌던 이유를 하프타임의 전술 수정에서 찾았다. 전반부터 상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던 점도 인정했다. 솔직한 진단이다. 동시에 감독 스스로 평가의 기준을 제시한 발언이기도 하다.
하프타임 '라커룸 스피치'에서 문제를 찾아 고치는 능력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세 경기에서 전반의 답답함이 반복됐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후반에 찾은 답을 왜 경기 시작 전에는 준비하지 못했는가. 상대 분석과 선발 구성, 선수들에게 전달한 역할은 충분히 맞물렸는가.

전반 45분은 후반을 위한 예행연습이 아니다.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은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했다. 뒤늦은 수정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이미 기울어진 승부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대표팀에 함께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정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제한된 시간 안에 선수들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약속을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또 하나의 화두는 ‘원팀’이다. 베네수엘라전 뒤 김민재는 개인보다 팀이 하나가 돼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의 책임감을 환기하는 말이다. 다만 선수의 헌신을 요구하는 데서 진단이 끝나서는 안 된다. 열심히 뛰는 것과 함께 잘 뛰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다.
한 선수가 상대 수비수에게 달려들 때 동료가 패스 길을 막지 않으면 압박은 쉽게 풀린다. 미드필더가 앞으로 나설 때 뒤에서 공간을 좁혀주지 않으면 그 열정은 오히려 상대의 역습 통로를 열 수 있다. 공을 가진 선수가 첫 압박을 벗겨내도 동료의 지원이 늦으면 공격은 다시 멈춘다. 개인의 분투가 팀의 힘이 되려면 다음 움직임이 연결돼야 한다.

동심협력(同心協力).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친다는 뜻이다. 그라운드에서 같은 마음은 같은 판단으로 드러난다. 언제 압박하고, 누가 빈자리를 메우며, 공을 빼앗은 뒤 어디로 움직일지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감독이 만들어야 할 ‘원팀’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모레노 감독은 베네수엘라전의 개인 패스와 경합에서 효율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 지적과 함께 살펴야 할 것은 동료의 지원이다. 패스 실수가 선수의 부정확성에서 비롯됐는지, 받을 선수가 없어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았는지 구분해야 한다. 경합에서 진 선수에게 더 강하게 싸우라고 요구하면서, 그 주변에서 두 번째 공을 준비한 선수는 있었는지도 물어야 한다. 개인의 책임과 팀의 구조를 함께 봐야 처방이 정확해진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팬들이 보고 싶은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첫 압박에 동료가 반응하고, 공을 가진 선수에게 두세 개의 선택지가 생기며, 공격이 끊겼을 때 함께 수비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선수들에게 요구한 헌신이 전술적 약속 안에서 힘을 얻는 장면이다.
모레노 감독은 변명 대신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이제 그 다짐을 첫 휘슬부터 보여줄 차례다. 하프타임에 건네는 좋은 처방만큼 경기 전에 공유하는 명확한 약속이 필요하다. 한국 축구가 기다리는 ‘원팀’은 구호의 크기가 아니라, 서로의 다음 움직임을 믿고 뛰는 열한 명의 모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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