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점점 빨라지는 'K팝 컴백 주기'…그 배경은 무엇일까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9.29 00:00 / 수정: 2026.09.29 00:00
대형 기획사 위주로 빠른 컴백 늘어
중소 기획사 상대적 어려움 증가 호소도
그룹 아일릿은 4월 30일 발표한 Its Me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10월 26일 새 미니앨범 BREAK EVEN의 발매를 확정했다./빌리프랩
그룹 아일릿은 4월 30일 발표한 'It's Me'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10월 26일 새 미니앨범 'BREAK EVEN'의 발매를 확정했다./빌리프랩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그룹의 컴백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가수들의 '공백기'와 '활동기'가 비교적 뚜렷했던 것에 비해 최근 K팝 그룹은 '컴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촘촘한 활동을 이어가며 달라진 풍경을 만들고 있다.

23일 기준 9월 말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컴백이나 신보 발매를 예고한 그룹은 약 34팀에 달한다. 일본·해외 발매와 유닛·프로젝트·데뷔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관련 팀은 46팀까지 늘어난다. 이 중 올해 이미 앨범이나 음원을 한 번 이상 발표한 팀은 39팀이고, 2회 이상 발표한 팀도 전체의 과반인 26팀에 달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K팝 그룹의 일반적인 신곡 발표 주기가 연간 2회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컴백 주기가 부쩍 빨라졌다고 체감할 만한 수치다.

이처럼 컴백 주기가 빨라진 이유에는 주로 '음악을 소비하는 주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음악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숏폼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금방 식상함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과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작 차트를 살펴보면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각종 차트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컴백을 예고한 그룹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일릿(ILLIT)의 경우 4월 30일 발표한 'MAMIHLAPINATAPAI(마밀라피나타파이)'의 타이틀곡 'It’s Me(이츠 미)'가 음악 플랫폼 멜론 21일 자 일간차트에서 12위를 기록했다. 또 이 곡은 스포티파이 한국 지역 일간 톱 송에서 21위, 유튜브뮤직 일간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28위를 차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일릿은 10월 26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BREAK EVEN(브레이크 이븐)'의 발매를 예고한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아일릿은 'It’s Me'의 인기가 지금보다 더 높았던 6월 컬래버레이션 음원 'ICONIC BY MISTAKE(아이코닉 바이 미스테이크)'에 참여했고, 7월에는 일본 싱글 'I Got Your Back(아이 갓 유어 백)'을 발표했다. 더군다나 'I Got Your Back'은 8월 한국어 버전을 추가로 발매하고 일본 걸그룹 HANA(하나)의 멤버 지수 모모카 등과 방송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BAD'의 성공으로 그룹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에이티즈(ATEEZ) 역시 올해 2월 'GOLDEN HOUR : Part.4(골든 아워 : 파트4)'와 6월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5)'를 발표했으며, 'GOLDEN HOUR : Part.5' 타이틀곡 'BAD'가 여전히 각종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11월 새 앨범 발매를 예고 했다.

그룹 에이티즈 역시 11월 새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K팝 그룹의 컴백 주기는 점점 빨라지는 양상을 보인다./KQ엔터테인먼트
그룹 에이티즈 역시 11월 새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K팝 그룹의 컴백 주기는 점점 빨라지는 양상을 보인다./KQ엔터테인먼트

아일릿과 에이티즈의 사례처럼 여전히 기발표 음악이 소비되고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새 앨범을 발매하는 팀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빠른 컴백 주기'를 단순히 '음악 소비가 빨라져서'라는 답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업계에서는 컴백주기가 빨라진 또 다른 원인으로 달라진 제작 환경과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과거에는 쉼 없는 컴백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로 곡 수급 문제가 꼽혔다. 실제로 작곡가 풀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과거에는 컴백을 하고 싶어도 원하는 수준의 음악이 나오지 않아 곡이 갖춰질 때까지 시간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지금은 자체 제작 그룹이 늘었고 송캠프 등을 통해 해외 작곡가들의 참여도 대거 확대되면서 곡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해졌다.

여기에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방식의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반응이 좋을 때 더욱 활발하게 활동해 확실하게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 역시 '빠른 컴백'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 A씨는 "최근 K팝 업계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세븐틴, 트와이스처럼 확실하게 '톱 클래스', '아웃라이어'라고 부를 만한 후속 그룹이 코르티스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며 "그리고 코르티스는 신인임에도 빠르게 정상급 그룹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들은 앨범을 연간 두 번, 세 번 내고 있지 않다. 결국 어느 정도 가능성을 지닌 그룹들이 반응이 좋을 때 확실하게 지지 기반을 다지고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쉼 없이 새로운 활동을 이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음악과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오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다시 K팝 신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부작용이 등장한다.

현재 연간 2회 이상 신작을 내는 팀은 대부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주요 기획사 소속이거나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어가는 인기 그룹에 치중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아니면 잦은 음반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지속해서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회자되는 말 중에는 '안정적으로 다음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음반 판매량 30만 장은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2026년 발매된 음반 가운데 현재까지 초동 판매량(발매 후 첫 1주일간 판매량) 30만 장을 넘긴 작품은 49개에 그쳤고, 팀 단위로는 불과 44팀만이 3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연간 발매되는 K팝 그룹의 앨범이 약 300개 내외임을 감안하면 확실히 적은 수치다.

실제로 성신여대 김정섭 교수가 1996~2025년 K팝 아이돌 1182개 그룹을 전수분석한 조사에서도 단일 앨범 판매량 30만 장 이상을 기록한 그룹은 전체의 3.55%에 불과했다. 시장의 성과가 일부 팀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제작비 회수가 어려운 중소 기획사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각종 행사나 소규모 투어 등을 지속해야 할 수밖에 없으며 앨범 제작은 점점 뒤로 밀리게 된다.

현재 K팝 시장에서 중소돌은 경쟁에 나설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중소돌의 기적을 이룬 그룹 리센느./더뮤즈엔터테인먼트
현재 K팝 시장에서 중소돌은 경쟁에 나설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중소돌의 기적'을 이룬 그룹 리센느./더뮤즈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중소 기획사는 상대적으로 자체 제작 역량을 갖춘 멤버를 확보하기도 상대적으로 어렵고 송캠프나 유명 작곡가에게 좋은 곡을 받을 기회도 적어 컴백이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A씨는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는 힘들여 제작비를 마련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나왔지만, 경쟁 상대는 항상 대기업이 돼버린 상황이다"라며 "최근 리센느의 사례가 나오면서 '절대로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중소 기획사의 성공 사례는 점점 더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A씨는 "사실 K팝 업계도 자본주의 논리를 따르는 만큼 지금 상황을 두고 누구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 경쟁에 나설 최소한의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대기업 소속의 특정 그룹이 아닌 K팝 전체가 주목받을 수 있도록 상생하는 길을 함께 찾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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