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곽빈의 ML행 시계…6개월 만에 ‘완성형’ 투수로 급성장한 비결은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6.09.24 00:00 / 수정: 2026.09.24 00:00
제구력 불안 극복하고 최고 투수 발돋움
ML 10개 구단 관심, 2027시즌 뒤 포스팅
마지막 숙제는 체력과 내구성
두산 에이스 곽빈이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타고난 강속구에 변화구 제구력까지 탑재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시스
두산 에이스 곽빈이 완성형 투수로 거듭났다. 타고난 강속구에 변화구 제구력까지 탑재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지난 3월 14일 미국 마이애미. 극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합류한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을 맞아 0-10으로 참패했다. 이 경기에서 3회말 마운드에 오른 곽빈(27·두산 베어스)은 첫 두 타자를 잘 잡고 3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곽빈은 "상대를 너무 의식해 피해 다니기 바빴다"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 경기를 계기로 곽빈은 달라졌다. 빠른 공 하나론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절체절명의 불리한 순간에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제구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곽빈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잘 던지다가 한순간 볼넷을 남발한다. 제구력을 가다듬지 않곤 평생 꿈인 메이저리그는커녕 팀 내에서도 설 자리가 없다.

곽빈은 지난 3월 WBC 도미니카공화국전을 계기로 제구력 보완에 전력을 기울였다. 곽빈은 이제 국내 최고는 물론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투수로 급성장했다. /뉴시스
곽빈은 지난 3월 WBC 도미니카공화국전을 계기로 제구력 보완에 전력을 기울였다. 곽빈은 이제 국내 최고는 물론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투수로 급성장했다. /뉴시스

우선 투구 폼 수정에 속도를 붙였다. 오른팔 스윙 궤적을 줄였다. 일명 ‘숏 암 스윙’으로 바꿨다. 릴리즈 포인트가 일정해지면서 탄착군에 영점이 잡혔다. 다행히 투구 스피드는 줄지 않았다. 커터와 체인지업의 제구력을 갖추는데 온힘을 쏟았다. 시즌 개막과 함께 곽빈은 전혀 다른 투수로 탈바꿈했다. 150㎞ 후반대 속구에 제구력이 크게 개선됐다. 과감한 승부 기질까지 더했다.

곽빈은 지난 8월 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60.3㎞를 전광판에 찍었다. 이날 잠실 야구장엔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등 메이저리그 5개 구단 스카우트가 집결했다. 이밖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 10개 구단이 곽빈의 투구를 지켜보고 돌아갔다. 곽빈은 이번 시즌 11승 7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 중이다. 155이닝을 던져 186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볼넷은 39개를 내줬다. 속구 평균 구속은 153.7㎞로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 152.4㎞를 상회한다. 특히 9이닝당 탈삼진 10.80개와 볼넷 2.26개가 눈에 띈다. 볼넷이 크게 줄었다. 곽빈은 지난해까지 9이닝당 볼넷이 4.37개였다. 2025시즌도 3.38개였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선발 투수로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치다.

곽빈이 21일 대만과의 아시안게임에서 역투하고 있다. 곽빈은 6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던졌다. /뉴시스
곽빈이 21일 대만과의 아시안게임에서 역투하고 있다. 곽빈은 6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던졌다. /뉴시스

곽빈은 21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선발 6이닝 동안 볼넷 2개만 내주고 탈삼진 10개에 무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대만 타선은 대만프로리그(CPBL) 4명, 일본프로리그(NPB) 2군 1명, 대만 실업리그 4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곽빈의 구위에 완전히 눌렸다. 체인지업과 커터, 커브 등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곽빈은 2027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해외 포스팅 자격을 얻는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조건은 단 하나. 내년 시즌 모습이다. 곽빈은 지금까지 풀 타임을 소화한 게 다승왕을 차지한 2024시즌과 이번 시즌 두 차례뿐이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은 곽빈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지속력에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시즌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체력과 내구성을 보여줘야 한다. 내년까지 최소 두 시즌 연속 풀 타임으로 던져야 이런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다. 곽빈의 메이저리그행은 무르익었다. 류현진-김광현 이후 맥이 끊긴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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