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구인난과 인력 고령화, 공급망 불안에 직면한 부산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해서는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 등 업종 특성과 기업 규모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기업 제조데이터 구축 및 활용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 현장에서 생산 과정에 축적되는 데이터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부산을 비롯한 국내 상당수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 제조 수준은 여전히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노후 설비와 통신 표준화 부족, 핵심 정보 유출에 대한 보안 우려 등이 제조데이터 구축과 활용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최고경영진의 추진 의지와 자본력, 전담 인력 보유 여부에 따라 중견기업과 영세기업 간 스마트 제조 도입 격차도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산업과 공정의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스마트 제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주 때마다 제품 사양이 달라 범용 자동화가 어려운 조선기자재 업종에는 수주·견적 산출과 설계 업무를 지원하는 맞춤형 AI 에이전트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했다. 공정 규격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자동차부품 업종은 산업용 로봇과 AI 기반 예지보전을 결합한 무인화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봤다.
기업 규모에 따른 지원 방식도 달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견기업에는 고도화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개념검증(PoC)을 지원하고 전담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영세기업에는 설비와 통신망 등 하드웨어 기반을 장기적으로 확충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앞서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지역 대학에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장 퇴직 숙련공을 영세기업에 파견하고 기존 생산 인력을 재교육하는 인재 양성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조데이터 플랫폼은 지자체가 별도의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기보다 기존 국가·지역 플랫폼을 연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신규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경우 중복 투자와 예산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안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인공지능 제조혁신 플랫폼인 'KAMP'와 부산시 통합 데이터 플랫폼 '빅데이터웨이브'를 연계하고 국비 공모 사업인 '지역제조AI센터'를 부산시에 유치하는 방안을 내놨다.
보고서는 제조데이터가 공공데이터와 달리 기업의 민감한 영업비밀이자 특정 공정에 종속된 사적 자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공급자 중심의 데이터 구축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보다 기업의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면서 생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중심의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호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현장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려면 스마트 제조 역량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 제조기업에는 현장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솔루션 공급기업에는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연결하는 상생형 스마트 제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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