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지 이용 실태조사…농지만 바라보지 말고, 농민까지 바라봐야
  • 이수홍 기자
  • 입력: 2026.09.17 11:58 / 수정: 2026.09.17 11:58
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서산시의회
장갑순 서산시의회 의장. /서산시의회

농사를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고령인 농민들의 현실을 헤아려해야 한다. 농지를 지키려면 먼저 농민의 삶을 지켜야 한다.

저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촌에서 자랐고, 흙을 만지며 살아온 농업인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논밭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농사는 단순한 생업이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식을 키워낸 삶의 터전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농지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농지를 제대로 관리하고 투기를 막아 실제 농업에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농지를 지키기 위한 정책이 평생 농지를 지켜온 농민들에게 또 하나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농지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휴경하는 농지에 대해 처분 의무와 이행강제금 등이 적용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왜 농사를 짓지 못하는지 그 사정부터 살펴야 한다.

오늘의 농촌은 참 어렵다. 농민은 새벽부터 논밭에 나가 한여름 뙤약볕을 견디고 비바람과 싸우며 농작물을 키운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인데 인건비와 비료·농약·농자재비, 농기계 사용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죽도록 땀 흘려 농사를 지어도 손에 남는 것이 없는 것, 이것이 지금 농민들이 마주한 서글픈 현실이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내려갈까 걱정이고, 흉년이 들면 수확할 것이 없어 걱정이다. 농사를 잘 지어도 걱정, 못 지어도 걱정인 것이 농민의 삶이다. 더욱이 평생 농사를 지어온 고령의 농업인들은 마음은 여전히 논밭에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사람을 쓰자니 인건비가 부담스럽고, 직접 농사를 짓자니 체력이 버텨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땅을 쉽게 팔 수도 없다. 농촌 인구는 줄고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도 부족해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임대하고 싶어도 마땅한 경작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농민에게 단지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농지를 처분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평생 새벽이슬을 맞으며 논두렁을 걷고, 허리가 휘도록 일하며 자식들을 키워낸 땅이다. 그 땅에는 한 농부의 청춘이 묻혀 있고, 가족의 세월과 땀과 눈물이 스며 있다. 오죽하면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가 자기 땅을 눈앞에 두고도 농사를 짓지 못할까. 농사를 짓기 싫어서가 아니다.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농지 조사는 필요하다. 다만, 처분과 제재에 앞서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길부터 만들어야 한다. 고령 농업인이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는 청년농과 전문 농업인에게 연결될 수 있도록 임대·위탁 제도를 보완하고, 노동력과 장비가 부족한 농가에는 농작업 대행 등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지를 조사하기 전에 농민에게 먼저 물어봐 주었으면 한다. "왜 농사를 짓지 못하고 계십니까?", "무엇을 도와드리면 다시 이 땅을 일굴 수 있겠습니까?" 농업정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 역시 농업인으로 살아왔기에 잘 알고 있다. 몸은 늙어도 봄이 오면 논밭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들녘이 푸르게 변하면 마음부터 설레는 것이 농부이다.

몸은 늙어도 땅을 향한 농부의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농지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땅을 평생 지켜온 농민의 삶도 함께 지켜야 한다.

농지만 바라보지 말고, 농민까지 바라봐야 한다. 농지를 조사하되 농민의 사정을 먼저 살피고, 농지를 지키되 농민의 삶까지 지켜주는 정책. 죽도록 일하고도 남는 것 없는 농사를 묵묵히 이어온 농민들의 굵은 땀방울이 더 이상 눈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농업을 살리고, 우리 농촌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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