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26승 질주 속 ‘전광석화’ 김인혜 30승 정조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모터의 굉음과 거친 물보라 속에서 남녀의 경계는 지워진다. 체격과 완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정교한 조종술과 날카로운 스타트를 앞세운 여성 모터보트 레이서들이 2026시즌 미사리 수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총괄본부에 등록된 전체 경정 선수는 140명. 이 가운데 여자 선수는 단 28명으로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승률과 다승 판도를 들여다보면 이들 ‘소수 정예’의 위력은 숫자를 압도한다. 남녀가 계급장을 떼고 같은 출발선에서 맞붙는 경정 무대에서 여성 선수들이 최상위권의 판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거센 여풍의 중심에는 백전노장 이주영(3기, A1)이 서 있다. 올 시즌 이주영은 평균 스타트 0.23초, 승률 35.6%, 연대율 57.5%, 삼연대율 71.2%라는 경이로운 지표를 작성하며 26승을 쓸어 담았다. 여자 선수 다승 1위는 물론, 쟁쟁한 남자 강자들을 제치고 전체 다승 순위에서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주영의 가장 큰 무기는 코스를 가리지 않는 대담함이다. 통상 불리한 조건 탓에 입상이 까다로운 외곽 5·6코스에서도 0.22초의 전격적인 스타트로 승부수를 던지며 삼연대율 65.2%(23회 출전)를 합작했다. 이미 2005년과 2018년에 작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승(26승) 타이기록을 조기에 달성한 이주영은 오는 16~17일 열리는 ‘서울올림픽 38주년 기념 대상 경정’에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권을 따내며 또 한 번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주영의 뒤를 바짝 쫓는 김인혜(12기, A1)의 화력도 매섭다. 시즌 23승을 거두며 여자 다승 2위를 달리고 있는 김인혜는 0.18초라는 전광석화 같은 스타트 타이밍이 일품이다. 승률 33.8%, 삼연대율 64.7%를 마크 중인 그는 시즌 중반 부상 악재를 털어내고 특유의 휘감기와 휘감아찌르기 전법을 완벽히 회복했다. 지난해 세운 개인 최다승(29승)을 넘어 생애 첫 ‘시즌 30승’ 고지 돌파가 가시권이다.
‘허리층’의 활약도 든든하다. 올해 14승을 올린 안지민(6기, A1)은 최근 스타트 집중력이 정점에 달하며 외곽 코스에서도 거친 1턴 몸싸움을 이겨내고 삼연대율 67.6%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관록의 박정아(3기, A1·13승)와 김지현(11기, A1)도 상위권 진입을 노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반면 중견급 선수들의 기복과 신예들의 더딘 성장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전통의 강호 김계영(6기, B2·9승)과 손지영(6기, A2·8승)이 1턴 전개력 난조로 다소 주춤한 데다, 14~18기 신인급 세대에서는 플라잉(사전출발 위반)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해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경정 전문가들은 여성 선수들의 잠재력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상지 ‘경정코리아’의 이서범 분석위원은 "경정은 모터 성능과 선수의 선회 테크닉이 완벽히 결합해야 승리하는 종목으로, 성별 구분 없이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열린 무대"라며 "선회 시 원심력을 이겨내는 집중력과 1턴 수싸움 능력을 더 가다듬는다면 메이저 대상경주 시상대 맨 위를 차지하는 여성 선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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