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첫 대표팀 명단 발표, 24일 에콰도르전서 사령탑 데뷔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인천국제공항=오승혁 기자] "한국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표팀을 만들겠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충격을 딛고 새 출발에 나선 한국 축구가 로베르트 모레노(48·스페인) 감독과 함께 본격적인 재건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모레노 감독은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자신을 보좌할 코칭스태프와 함께 한국 땅을 밟은 모레노 감독은 입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첫 인사를 건넨 뒤 "많은 꿈과 책임감을 지고 왔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며 표류하던 한국 대표팀이 약 두 달 반 만에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다시 출항하는 순간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사상 처음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까지 A매치 6경기를 지휘할 임시 감독으로 모레노를 낙점했다. 모레노는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 수석코치를 거쳐 스페인 대표팀 감독까지 맡은 한국 축구 사상 첫 스페인 출신 대표팀 사령탑이다.

모레노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은 것이 갑작스러운 선택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원했다"며 "이 대표팀의 감독이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실패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감독직에 지원한 배경에는 그동안 쌓아온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준비도 이미 시작됐다. 모레노 감독은 부임이 결정된 뒤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 "매일매일 경기와 대표팀이 어떻게 경기를 진행하는지 분석했다"며 한국의 문화까지 공부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최근 대표팀의 경기 운영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는 의미다.
그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월드컵 실패로 무너진 대표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모레노 감독 역시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해 "누구에게나 매우 슬픈 일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있었던 일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을 바라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대표팀을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겠다."
모레노 감독이 내건 첫 번째 키워드는 화려한 전술이나 특정 선수의 발탁이 아니라 ‘원팀’과 ‘자부심’이었다. 그는 "대표팀을 계속 더 나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팀을 하나로 만들어 한국 국민이 대표팀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모레노 감독은 입국 하루 뒤인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자신의 첫 A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이어 선수들을 소집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뒤 오는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28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첫 소집부터 강한 상대와 연달아 맞붙는 만큼 모레노 감독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선수들을 선택하고 어떤 축구를 입힐지가 최대 관심사다.
모레노 감독은 정식 감독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당장의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계약상 오는 11월까지 6차례 A매치를 지휘한 뒤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임기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미래가 아니라 대표팀의 변화라는 입장이다.
월드컵 실패 이후 한국 축구는 감독 교체와 축구협회 개혁 논란 속에서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이제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진 것은 단순한 6경기의 성적표만이 아니다. 흔들린 대표팀의 경기력을 회복하고, 선수들을 다시 하나로 묶고, 무엇보다 떠나간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팀을 만들겠다"는 모레노 감독의 첫 약속이 한국 축구 재건의 출발점에 놓였다. ‘모레노호’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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