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여수=김영신 기자]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10일 개막 닷새째를 맞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관람객들은 대체로 "입장료에 비해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박물관과 박람회의 중간쯤 되는 것 같다"며 '글로벌 세계박람회'라는 이름에 비해 콘텐츠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개막 5일째인 이날 행사장에는 관람객보다 스태프와 안내요원, 입점업체 관계자들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곳곳에서 한산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홍보 부족 때문인지, 콘텐츠 부족으로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관람객 유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주제관과 국제교류섬, 보물섬 등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나마 가장 활기를 띤 곳은 어린이 체험관인 '보물섬'이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체험학습을 나온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들은 박람회장 체험관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키즈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섬'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주제섬부터 쭉 둘러봤는데 딱히 볼거리가 없는 것 같다"며 "체험이라고 해봐야 벽에 손바닥을 갖다 대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이나 초·중학생들의 체험학습 시설로 활용하기에는 적당할 것 같지만, 일반 관람객이 입장료를 내고 찾아올 만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 행사장 내에는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기념품 판매점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기념품 판매점은 모두 3곳이다. 박람회 공식 봉제 마스코트를 제외하면 지역 작가들의 공예품보다는 수원과 순천 등 타 지역 업체에서 들여온 상품들이 판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개막 당일에는 매출이 비교적 괜찮았지만 이후에는 하루 매출이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조하다고 전했다.

광양 특산품인 매실을 활용해 위스키와 와인을 생산하는 '섬진강의 봄'도 부스를 마련하고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오규식 부사장은 부스 사용료를 내고 이번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매출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보다는 '섬진강의 봄'이라는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옥외 카페와 튀르키예 등 외국인이 운영하는 푸드트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사장 곳곳에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뜸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소수의 관람객들조차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람회가 끝나는 날까지 이곳에서 영업해야 하는 상인들에게는 관람객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아 보였다.

기대를 안고 입점했을 상인들의 한숨이 행사장 곳곳에 묻어나는 듯했다.
반면 세계관에서 통가(Tonga) 부스를 운영하는 참가자는 행사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Very nice." 통가 국 공무원이라고 밝힌 참가자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며 박람회를 위해 먼 길을 날아온 소감을 짧게 전했다. 국제행사를 통해 국가와 지역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려한 수식어와 거대한 목표를 내건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오는 11월 4일까지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 주행사장과 개도·금오도 등에서 펼쳐진다. 이번 박람회에는 해외 지방정부·기구와 국내 지방정부·공공기관·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주 행사장과 편의시설, 관광섬 정비 등에 모두 192억 원의 재정을 지원했다. 섬 박람회에 쏟아 부은 예산은 총 713억 원이다.
그러나 개막 닷새째인 이날 매표소부터 행사장 출입구까지 대기하는 관람객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양산과 갈증을 덜어줄 얼음생수를 입구에 비치하는 등 관람객 편의를 위한 시설을 갖췄지만, 이른바 '오픈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대형 차양시설과 테이블, 대규모 식당·마켓에 마련된 수많은 좌석도 부족하지 않게 잘 갖춰져 있지만 이용객이 없어 대부분 비어 있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국제박람회의 성패는 개막식의 규모나 홍보물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관람객이 입장료를 내고 찾을 만한 콘텐츠가 있는지, 시설과 운영은 불편함이 없는지, 여수의 섬 관광과 연계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조직위 역시 당초 300만 관람객 유치를 위해 단체관광객과 체험학습, MICE 등을 적극 유치하고 숙박·식비 지원 등을 통해 체류형 관광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지만 빈 구호에 불과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치르는 세계박람회가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개막 이후 관람객들의 아쉬운 반응이 이어지자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전시 중심 관람에서 벗어나 공연과 참여형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보강한다고 밝혔다. 11일부터 매주 금·토요일 오후 7시30분 주행사장 열린무대에서 '위클리 콘서트'를 열고 버스킹과 문화공연, 미디어파사드 이벤트, 보물찾기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직 50여 일 남았다. '세계 최초'라는 이름값을 증명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관람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반전의 기회는 있다. '제 2의 잼버리'라는 실패한 국제행사가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점검과 실행이 필요하다.
300만 명이라는 관광객 목표 숫자를 채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나서며 "잘 왔다, 잘 봤다",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람회에 기대를 걸고 입점한 상인들이 마지막 날까지 "장사하러 오길 잘했다"고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성공적인 박람회의 중요한 기준이다.
불과 개막 닷새 만에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단순히 '초반이라 그렇다'고 넘겨서도 안 된다. 관람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박람회로 입소문 날 수 있도록 남은 50여 일은 세계 최초의 섬 박람회를 추진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등을 꼼꼼히 살피고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콘텐츠와 운영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박람회의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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