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설경구, 노련함으로 완성한 '들쥐'
  • 문채영 기자
  • 입력: 2026.09.09 13:00 / 수정: 2026.09.09 13:00
흥신소 사장이자 문재의 조력자 노자 役
"머리로 계산하지 않아…'틈' 있는 인물"
배우 설경구가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배우 설경구가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 | 문채영 기자] 배우 설경구의 선택이 통했다. 캐릭터의 무게감을 과감히 덜어내는 그의 결단이 지금의 '들쥐'를 있게 했다. 다만 그는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았다. 그저 작품의 흐름, 상대 배우와의 조화만을 고려했다. 그렇게 설경구는 노련한 판단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설경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극본 이재곤, 연출 김홍선)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전직 조폭이자 현직 흥신소 사장 노자 역을 맡았던 그는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들쥐'는 의문의 존재에게 이름과 얼굴, 인생을 모두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 분)가 사라진 돈을 되찾으려는 사채업자 노자, 의문의 투서를 받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 형사 순용(이규형 분)과 함께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손톱 먹은 들쥐' 설화를 기반으로 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달 28일 10개 에피소드를 전편 공개했다. 이후 3일 만에 2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쇼 5위에 올랐다.

설경구가 '들쥐'를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대본을 보자마자 재밌게 느껴졌고 이전과 비슷한 작품, 캐릭터를 피하려는 그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졌다. 그는 "계속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였다"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 설경구가 연기한 노자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자, 도둑맞은 돈을 되찾기 위해 신분을 잃은 문재를 돕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노자를 '어딘가 비어 있는 인간' '틈이 있는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단다.

"작가님은 노자를 묵직한 인물로 생각했던 것 같더라고요. 근데 저는 무게감 있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문재도 진지한데 저까지 그러면 둘의 동행이 재미없어질 것 같았거든요. 작품을 만들면서 방향을 틀었죠. 숨구멍이 필요해 보였어요."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에서 노자를 작품의 숨구멍이라고 표현했다. /넷플릭스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에서 노자를 작품의 '숨구멍'이라고 표현했다. /넷플릭스

이러한 설경구의 노력 덕분일까. 노자는 친근함과 잔인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문재와 있을 때는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적대하는 인물과 목숨을 건 결투를 치를 때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드러낸다.

설경구는 노자의 양면성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머리로 계산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다"며 "문재를 혼낼 때는 가벼운 말로 그쳤지만 싸울 때는 여러 장비를 써서 그렇게 보여진 것 같다"고 밝혔다.

노자는 여러 번 문재를 바른길로 인도하려 한다. 과거의 기억을 잃고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는 문재에게 '진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끊임없이 건넨다. 설경구는 이런 노자의 조언을 "결국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고 바라봤다.

"노자는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온 사람이에요. 그래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예요. 진짜 제대로 살고 싶었겠죠. 그래서 그런 속마음을 문재에게 끊임없이 말로 전달하는 거예요. 결국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죠."

문재 역을 맡은 류준열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설경구는 류준열을 두고 "준비 많이 해오는 배우, 분석을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특히 작품에 다 쓰이지는 못했지만 여러 아이디어로 극을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류준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류준열을 항상 대본을 들고 다녀요. 그러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던지죠. 물론 아닌 건 '이거 아니야. 임마'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본인만 보는 것이 아닌 장면 전체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고맙기도 했어요. 좋은 게 많이 나왔거든요."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를 두고 중간에 자리를 뜨기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배우 설경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를 두고 "중간에 자리를 뜨기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설경구는 노자의 결말을 향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인물의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마무리였단다. 그는 "후련이 아닌 씁쓸하고 허전한 감정을 느끼는 노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노자는 문재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해요. 미련과 걱정이 남죠. 화면으로 표현됐을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사라져 버렸나 싶어 문재의 모습을 찾는 듯한 모습도 있어요.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결말이 좋다고 생각해요."

또한 설경구는 '들쥐'가 요즘 시대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바라봤다. 그는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인증과 공증이 이루어지는 만큼 시스템 안에 정보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며 "급격히 변하는 첨단 기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가 되면 정말 끔찍한 이야기"라며 "애정을 가지고 3부까지만 보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뛰어난 현실성과 거듭되는 반전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회차별 엔딩을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들쥐'는 중간에 자리를 뜨기 힘든 작품이에요. 그래서 불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회차별 엔딩이 좋아서 뒷이야기를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접목해도 재밌어요. 만약을 넘어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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