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도 안 만나고 85억에 죽도 샀다…기장군, 죽도 매입 당시 무슨 일이?
  • 손연우 기자
  • 입력: 2026.09.07 17:27 / 수정: 2026.09.07 17:27
지난해 신앙촌과 매매계약…군 "소유자 자필 아닌 것으로 추정"
우성빈 "매도 의향서부터 인감증명·감정평가까지 모두 의문"
부산시 기장군 죽도 전경. /기장군청
부산시 기장군 죽도 전경. /기장군청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부산시 기장군이 약 85억 원을 들여 매입한 죽도를 둘러싸고 계약 과정에서 당시 등기상 소유자의 매도 의사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장군은 매입의 출발점이 된 매도 의향서부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감정평가 관련 서류까지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원소유자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실종신고하기로 했다.

죽도는 기장읍 연화리 해안과 인접한 섬으로,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며 지역 대표 관광명소인 '기장 8경' 중에서도 '제2경'으로 꼽힌다. 군은 신앙촌 측 소유인 죽도를 공공 자산으로 확보해 활용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원소유자의 대리인을 자처한 이들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입에는 약 85억 원의 군비가 투입됐다.

당시 계약은 마무리됐지만 민선9기 출범 이후 매입 절차를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우성빈 기장군수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죽도 매입 전반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우 군수는 "죽도 매매 계약에 투입된 군민의 혈세와 이후 투입될 국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미룰 수 없는 국면"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계약 과정의 문제점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매입 출발점 '매도 의향서', 원소유자 명의 아니었다

죽도 매입 절차는 2023년 3월 2일 기장군에 '죽도 매도 의향서'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기장군 조사 결과 당시 죽도의 등기상 소유자는 신앙촌 제2대 교주 박모 씨였지만 매도 의향서는 박 씨가 아닌 신앙촌식품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모 씨 명의로 제출됐다.

문제는 이후 매매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기장군이 원소유자인 박 씨의 매도 의사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에 따르면 당시 담당자가 박 씨를 직접 만난 사실이 없었고, 전화나 영상통화 등을 통해 본인에게 죽도를 팔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기록도 없었다.

계약에 앞서 받은 법률 자문에서도 본인 확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장군에 따르면 법무법인 3곳은 전화나 대면, 영상통화 등의 방법으로 매도인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것을 권고했지만 실제 계약 과정에서 이 절차는 이행되지 않았다.

우성빈 기장군수가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죽도 원소유자 실종신고 배경과 감사원 감사 청구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우성빈 기장군수가 7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죽도 원소유자 실종신고 배경과 감사원 감사 청구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위임장·인감증명서·계약서도 곳곳 의문

계약 과정에서 제출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관련 서류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나왔다.

우 군수는 매매계약 당시 제출된 매도인 위임장에 박 씨의 신분증이 첨부되지 않았으며, 계약에 사용된 박 씨의 인감증명서 역시 본인이 직접 발급받은 것이 아니라 대리인을 통해 발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는 과정에서 제출된 위임장은 박 씨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신 작성했으며, 실제 매매계약서에는 부동산 매매에 사용하는 매도용 인감증명서가 아닌 일반 인감증명서가 첨부됐다는 게 군 측의 설명이다.

매매계약서 자체에도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표시와 대리인의 기명날인이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원소유자의 매도 의사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매입 절차가 진행된 경위가 당시 공유재산 관리계획 수립과 군의회 의결을 위한 기초자료에는 담기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군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근거로 대리인과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관련 절차가 적정했는지를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감정평가 서명도 '도마'…원소유자 소재 확인 나서

죽도 매입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감정평가동의서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군은 해당 동의서에 적힌 토지소유주의 서명이 원소유자인 박 씨의 자필이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서명의 진위 여부가 관계 기관 등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닌 상황이다.

군은 감사 청구와 별도로 당시 죽도의 등기상 소유자였던 박 씨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도 나선다. 박 씨의 매도 의사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만큼 현재 소재와 안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실종신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박 씨가 실제 실종됐거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통해 박 씨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newsb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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