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 원 들인 오천그린아일랜드, 복구 vs 존치 기로
  • 김영신 기자
  • 입력: 2026.09.07 14:28 / 수정: 2026.09.07 20:44
'원상복구'로 시민 불편 해소 vs '존치'로 시민 휴식 공간 유지
29억 원을 들여 조성한 순천시 오천그린아일랜드가 복구와 존치 두 선택지를 두고 시가 고심에 빠졌다. /김영신 기자
29억 원을 들여 조성한 순천시 오천그린아일랜드가 복구와 존치 두 선택지를 두고 시가 고심에 빠졌다. /김영신 기자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동천과 박람회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9억 원을 들여 조성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오천그린아일랜드가 복구와 존치 두 선택지를 두고 시가 고심에 빠졌다.

오천동과 도사동 일대 주민들이 시내로 진입할 때 이용하던 4차선 강변도로 약 1㎞ 구간의 차량 통행을 막고, 토사를 덮은 뒤 잔디광장으로 바꾼 이곳은 당시 오천동과 도사동 주민, 도로 이용자들의 반발이 컸다.

생활권 도로를 막으면서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느냐는 논란이 일었고, 실제 도로 폐쇄 과정에서는 인근 마을 주민들과 시 공무원들이 장시간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 역시 주민들과 협의한 뒤 사업을 추진하고 박람회 이후에는 간선도로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의 당초 계획도 박람회가 끝나면 도로를 복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공간은 현재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임시시설'이라는 성격에서 다소 멀어진 분위기다.

감사원 공익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순천시는 2022년 도로 폐쇄 당시 주민 민원에 대해 '박람회 종료 후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복구하겠다'고 안내했고, 당시 노관규 시장도 시의회에서 복구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의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로 오천그린아일랜드를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바뀌었고, 노 시장의 '복구 계획'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도사동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직선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빙 돌아서 가야 한다. 지난 3년간 이런 불편을 참고 견뎌왔다"며 "당초 복구하기로 했다면 그렇게 해야 맞는 것 아니냐,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정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행정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휴식공간이니 힐링공간이니 하는 말로 자랑거리가 되겠지만 생활권인 도로를 이용해야만 하는 주민들에게는 감내해야 하는 불편의 극치다. 더 이상 불편을 감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천그린아일랜드는 넓은 공간에 펼쳐진 푸른 잔디와 동천의 수변 풍경이 잘 어우러지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한 시민은 "오천그린아일랜드에서 이 공간을 빼면 오천그린스퀘어가 볼품이 없어질 것"이라며 "이동의 자유와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이 공간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의 활용도 또한 고려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민들의 친숙한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은 이곳을 다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또 들여서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저녁 그린아일랜드를 찾은 한 시민은 "푸른 잔디를 걷어내고 다시 시멘트 도로로 복귀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들에게 불편을 계속 감수하라고도 없을 것 같다"며 "오천그린아일랜드로 인해 직접 불편을 겪고 있는 도사동, 오천동 주민들에게 거기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해주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감사원의 판단도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고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오천그린아일랜드 조성 과정에서 기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도로에 녹지를 조성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민과 지방의회 의견을 듣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도시관리계획을 녹지로 변경해 존치하거나 현행 계획에 맞춰 도로로 원상복구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민선9기 순천시는 원상복구를 위한 실시설계비 1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했지만, 순천시의회는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국가하천 기본구상 용역 결과를 먼저 살펴보고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의회는 추가 논의를, 순천시는 국가하천 관련 용역과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향후 방향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공간 오천그린아일랜드, 원상복구로 주민 생활권 보호냐, 존치로 시민 휴식공간 유지냐를 놓고 순천시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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