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경제] 핫플레이스 1층을 '인형뽑기방'이 점령한 이유 (영상)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9.05 00:00 / 수정: 2026.09.05 00:00
대형 상권 초중심 장악한 보이지 않는 손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26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상빈, 이환호, 유영림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선배, 요새 주말에 홍대나 건대나 이태원 같은 '핫플레이스' 가 보셨나요? 젊은 친구들이 노는 이, 젊은 친구들이라고 하니까 조금 멋쩍긴 한데.

한림>젊은 친구들이죠.

선영>요즘 MZ들이 노는 메인 거리를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라는데요. 대형 의류 브랜드나 옛날에 탕후루, 대만 카스테라 이런 것도 유행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명당에 다 인형뽑기방이 들어서 있더라고요.

한림>맞아요. 저도 진짜 요즘 많이 보는 광경인데 그렇게 핫플레이스 같은 데 뿐만 아니라, 저희 집 앞이나 시내라고 하죠? 뭔가 상권이 형성돼 있는 지역 가면은 꼭 있어요. 그것도 아주 중심에, 아주 많이. 저도 몇 번 해 봤습니다만 너무 재밌거든요. 뽑을 때 도파민 진짜 폭발하고. 제 지인 중 한 명은 최근에 인형뽑기 손맛에 중독돼서 정신 차려보니까 한 달 동안 기계에 무려 100만 원 넘게 썼다고, 다신 안 해야겠다고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선영>100만 원이면 좀 어마어마한 것 같은데요. 요새 또 인형뽑기방에 가보면 솜인형만 있는 게 아니고, 번호키 달린 상자 뽑아서 열쇠로 문을 여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방식이 있던데. 명품 냄비나 프라이팬 이런 것도 다 이렇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들도 들어 있더라고요.

한림>맞아요. 10만 원이 넘는 제품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 제품이 보이니까 검색을 해 보면 가격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막 15만 원, 20만 원 이런 것들도 있어요. 많이 해 봤다는 애기겠죠, 제가? (웃음) '이번엔 뽑히겠지' '뽑을 때까지 집에 안 간다' 뭐 그런 생각 때문에 계속 하게 하고,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뭐 이런 생각 들잖아요, 하다 보면.

선영>이게 잡았다가 놓으니까 되게 안달나더라고요

한림>가까이 있는 거를 잡아야 하는데. 이건 약간 꿀팁이지만, 멀리 있는 건 시도하시면 안 됩니다.

선영>맞아요.

한림>어쨌든 그런 짜릿한 욕심과 기대감을 돈을 주고 사는 재미가 쏠쏠한 거죠. 예전에 '탕진잼'이라는 말도 유행을 했잖아요. MZ들이 어쨌든 소비를 통해서 뭔가 자기 욕구를 채우려고 하는 것에 걸맞은 그런 문화 같은 거로 자리 잡는 느낌도 나고 그래요. 실제로 창업 사이트 같은 데를 들어가 보면 인형뽑기방이 제품 원가 대비 수익률이 어마어마하다는 광고도 넘쳐나요. 예를 들어서 1000원짜리 인형이 있는데 열 번 뽑으면 1만 원 그럴 거 아니에요? 그러면 10번 시도했는데도 안 뽑히면 그거는 원가 10배 그냥 버는 거고. 제품 지불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되는 것처럼 '많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창업해 달라' 이렇게 광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상품이나 기계값, 전기세 같은 것만 내면 특히 인건비 없이 그렇게 알아서 돈을 벌어다 주니까 지나가면서 생각했을 때는 '저 노다지 땅에서 인형을 뽑아서 임대료를 감당하고 있을까?' 하는 상상도 되죠

선영>이런 비싼 땅이나 상가 건물의 월세도 수천만 원에 달할 것 같은데 감당하려면 또 인형뽑기가 대박이 터져야 될 것 같은데요.

한림>건당 1000원이잖아요. 건당 금액도 적고 대박 쉽지 않죠. 여기서 한번 짚어 보고 넘어가야 될 게 있어요. 겉보기에는 남녀노소 즐겁게 지갑을 열고 즐기는 유쾌한 놀이터처럼 보이지만, 기저에는 임차인들과 건물주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밀당 그리고 내 빌딩, 내 건물의, 내 자리의, 내 상가의 몸값을 사수하기 위한 건물주의 눈물겨운 생존 방식이 숨어 있는데요. 이번 주 '미스터리경제', '인형들은 왜 노다지 땅 주인이 됐나' 그 미스터리를 오늘 파헤쳐 봅니다.

한림>후배님, 지금 인형뽑기방이 즐비해 있는 광안리나 홍대나 건대나 강남이나 이런 초핵심 상권 빌딩들의 몸값, 즉 그 건물의 자산 가치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혹시 아세요?

선영>아무래도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도 있을 거고 월세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빌딩 전체 가격이 수백억 원이나 수천억 원 이렇게 책정되지 않을까요?

한림>네, 맞습니다. 상가 건물은 매달 나오는 월세 액수를 기준으로 전체 몸값이 평가가 돼요. 그런데 한 달에 월세 5000만 원이 나오는 자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 건물 안 그 건물은 수백억 원, 많게는 그런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구조죠. 그런데 요즘처럼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아무리 대기업 브랜드나 글로벌 프랜차이즈 이런 매장이 들어온다고 해도 거기를 운영하셨던 점주님들도월세가 너무 비싸니 건물주한테 '좀 깎아달라' 이렇게 요구를 할 수도 있고, 아예 진입을 포기하고 좀 관망세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건물주가 당장 대출 이자가 급하다고 월세를 쑥 낮춰서 임대를 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선영>그러면 당장의 공실은 피할 수 있겠지만 말씀하신 대로 건물 몸값 자체가 수십억 원씩 막 뚝뚝 떨어지지 않나요?

한림>네, 바로 그겁니다. 그렇다고 1층 메인 자리를 어둡게 텅텅 비워 두자니 '저 건물 이제 망했네' '이 상권도 이제 끝났네' '여기 가격 많이 떨어지겠네' '여기 내가 지금 이 정도 있는 금액으로 시도 한번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죠. 소문이 돌죠. 부동산에서 소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상당하거든요. 건물의 가치가 더 가파르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겁니다. 월세를 깎아주자니 내 자산가치가 깎여서 자존심이 용납을 못 하고 비워 두자니 유령 건물이 되는 최악의 외통수에 걸리는 거죠. 여기서 인형뽑기방이 등장해요. 건물주들이 찾아낸 기막힌 '임시대피소'가 바로 '무인 인형뽑기 기계'인 셈이죠.

선영>그러면 임대라고 써 붙여놓는 그거를 피하려고 인형뽑기방으로 계속 대체를 하고 있는 건가요?

한림>그렇게 볼 수 있죠.

선영>그렇군요. 그러면 인형뽑기방 주인은 죄다 건물주인가요?

한림>100%는 아니겠죠. 실제로 창업 커뮤니티나 인형뽑기 프랜차이즈 사이트를 보고 소자본 무인 창업으로 대박을 내 보겠다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하고 아예 그 건물 그 위치에 통임대로 들어간 진짜 점주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주목하는 홍대나 건대나 강남이나 광안리 같은 그런 초핵심 상권 메인 거리의 1층 대형 매장들은 건물주 본인이거나 건물주와 얽힌 곳에서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리고 또 인형뽑기방이 1층이 아닌 곳은 없거든요. 1층이 아닌 곳을 본 적 있나요?

선영>가끔 광안리에서 2층도 봤는데, 1층에는 무조건 있었고. 2층에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림>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같은 경우는 1층이나 저층, 같은 동이라도 매우 싼 편이거든요. 상가는 정반대예요. 그런데 거기가 공실이고 임대가 안 나간다? 그러면 자산 가치를 지켜야 하는 건물주가 뭐라도 해야 된다는 거죠. 이전에 유행했던 디저트 카페나 프랜차이즈 매장 같은 게 1층에 많이 있었던 것도 사실 주인은 임차인이 아니라 건물주가 잠깐 이렇게 해놨을 수도 있다는 거죠. 유행 따라가면 어쨌든 유행을 하고, 출시 효과 정도는 누릴 수 있으니까. 탕후루 가게들도 요즘에 싹 다 없어졌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런 곳이 건물주 본인이 스스로 운용을 하고 있는 곳일 수 있다, 일종의 '보초'를 세워둔다고 할까요? 그런 개념인 것 같습니다.

한림>다시 인형뽑기 이야기로 돌아와서 놀라운 미스터리가 또 있습니다. 인형뽑기방 주인이 사실 건물주였다고 쳐요. 그런데 건물주가 인형뽑기 사업 프랜차이즈들과 매장 계약을 해서 아예 인형뽑기방을 통으로 차려 넣었을까요? 아니면 인형뽑기 기계들만 하나하나씩 임대를 해가지고 쓰고 있을까요?후자가 확률이 더 높다는 겁니다.

선영>그러면 가게를 통째로 연 게 아니고 기계만 따로따로 빌려 놓은 거군요.

한림>인형뽑기 기계 말이에요. 쿠팡에서도 살 수 있거든요. 물론 엄청 거대한 인형 들어가고 이런 건 비싸니까 안 팔지만, 100만 원 내외에서 살 수 있어요. 진짜 실제 매장에 있는 것들도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이렇게 수요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또 이렇게 온라인으로 살 수도 있는 거 + 렌탈 시장이 생깁니다. 인형뽑기도 해당했던 거고요. 건물주 입장에서는 인형 뽑는 사업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이 비싼 1층 상가에 불을 켜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어떻게든 붙잡아두는 게 최우선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사람이 모이고 상권에도 활기가 돌아서 내 부동산 가치가 어느 정도는 유지가 될 수 있으니까. 또 대대손손 이 인형뽑기방 내 자식한테 물려줘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이 자리를 차린다기보다는 경기가 조금 나아질 때까지 몇 달 쓰고 말 거라고 생각해서, 빌려서 갖다 놨을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인형뽑기방 이름 같은 거 보면, 물론 프랜차이즈 이름 같은 것도 많이 보이지만 샤방샤방, 뽑고가, 뽑아줘, 엔조이, 블링블링 이렇듯 제각각인 이름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가 본인 짓고 싶은 대로 그냥 지으면 됩니다. 예전에 한 10년, 20년 전에 인형뽑기방이 이렇게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싹 없어졌어요. 일본에서 나온 얘긴데 '인형뽑기방이 유행하면 경제가 불황의 징조다' 저희 예전에 '립스틱 효과' 미스터리랑 약간 일맥상통한 느낌이죠. 좀 두고 봐야 될 것 같아요. 경제가 다시 나아지면 아마 인형들은 또 사라지지 않을까.

선영>오늘 '미스터리경제'는 저희가 오프닝 때 외친 슬로건에 딱 맞는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세상엔 당연한 경제는 없다. 이유 없는 자본의 풍경은 없었던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림>표현력이 아주 대단한데요?

선영>감사합니다.

한림>눈에 보이는 현상은 남녀노소 즐기는 유쾌한 유행일 뿐이지만, 그 이면을 파헤치면, 자산 가치를 굳건하게 지키려는 보이지 않는 손들의 치열한 계산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 속 즐거움이나 미스터리한 현상 뒤에 숨은 경제적 진실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 '미스터리경제'가 지켜야 할 철학이지 않나 싶어요.

선영>오늘은 '왜 굳이 인형뽑기를 저 비싼 1층 자리에 놔뒀지?' 하는 질문에서 상가 1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부동산 시장의 생생한 숨결을 그대로 느껴 본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경제' 오늘 저희가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는 더 오싹하고 흥미진진한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 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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