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확장→싱어송라이터 성장→그 다음은?

[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16년 '미워요'를 부른 무명의 신인 가수와 2026년 '또또'를 직접 쓰고 만든 스타디움 가수. 임영웅은 그 시간 동안 트로트를 자신의 뿌리로 간직하면서도 그 이름 앞에 굳이 장르를 붙일 필요가 없는 가수로 성장했다. 그래서 데뷔 10주년에 발매하는 앨범 'IM HERO 10(아임 히어로 텐)'은 기념이자 또 한번의 출발이다.
임영웅은 오는 8일 오후 6시 스페셜 디지털 앨범 'IM HERO 10'을 발매한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정규 2집 'IM HERO 2' 이후 1년 1개월 만의 신보다. 스페셜 디지털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지만, 정규 1집 'IM HERO'와 정규 2집에 이어 같은 이름을 내건 세 번째 두툼한 결과물이다.
숫자 10은 단순히 활동 기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임영웅이 어디에서 시작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좌표다. 새 노래 6곡으로 다음 방향을 제시하면서 데뷔곡과 대표곡, 자작곡을 포함한 지난 행보를 압축하는 4곡을 다시 불렀다. 지난 10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한 장에 마주 세운 셈이다.
임영웅은 2016년 8월 8일 싱글 '미워요/소나기'로 데뷔했다. 트로트 발라드 특유의 애절함을 앞세웠지만 곧바로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긴 무명기를 거치다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연을 계기로 톱스타로 떠올랐다.
'미스터트롯'에서 보여준 힘은 단순히 트로트를 잘 부르는 데 있지 않았다. 임영웅은 노랫말을 또렷하게 전달하고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긴 여운을 남겼다. 익숙한 노래를 자기 호흡과 이야기로 바꾸는 해석력이 세대를 가로질렀고, 트로트 경연에서 출발한 인기는 전 국민적 신드롬으로 번졌다.
임영웅의 진가는 정상에 오른 뒤 더 빛난다. 경연에서 증명한 방식과 이미지만 반복해도 탄탄한 팬덤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임영웅은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자리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몇몇 곡으로 자신을 감싼 틀을 두드리기 시작한 그는 2022년 5월 첫 정규 앨범 'IM HERO'에서 아예 알을 깨고 나왔다. 12곡에 발라드와 트로트뿐 아니라 팝, 힙합, 댄스, 포크를 아울렀다. 한 장르에서 다른 장르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한가운데에 자신의 목소리를 놓았다. 장르가 아닌, 그의 목소리와 감정이 정체성이 된 순간이다.

다음 단계는 창작이다. 임영웅은 2022년 11월 'London Boy(런던 보이)'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첫발을 뗐다. 2023년 '모래 알갱이'에서는 직접 쓴 노랫말과 멜로디에 편안한 포크 감성을 담았고, 같은 해 'Do or Die(두 오어 다이)'에서는 작사에 참여하는 동시에 강한 전자음과 역동적인 퍼포먼스까지 소화했다.
2024년 발표한 '온기'는 작사·작곡에 참여해 따뜻한 위로를 전했고, 함께 수록한 'Home(홈)'으로는 경쾌한 댄스 음악과 군무를 선보였다. 어쿠스틱한 자작곡을 발표한 뒤 EDM에 도전하고, 다시 서정적인 노래와 댄스곡을 한 싱글에 묶었다.
각각의 시도는 단발적인 변신이 아니라 다음 앨범을 위한 축적이었고, 그 결과가 지난해 8월 발매한 정규 2집 'IM HERO 2'다. 11곡을 통해 발라드와 트로트, 댄스 팝, 팝 록, 포크 팝, 힙합을 오갔다. 'ULSSIGU(얼씨구)'의 노랫말을 썼고, '비가 와서'는 홀로 작사·작곡했다. 마지막 곡 '우리에게 안녕'의 작곡에도 참여했다.
첫 정규 앨범이 '임영웅은 트로트 외에도 많은 장르를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정규 2집은 그 넓어진 영역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채워 넣었다.
새 앨범 'IM HERO 10'은 그 흐름 위에 있다. 앨범에는 '모이세', 'Baila(바일라)', 타이틀곡 '또또', '부디 행복해질 것', '살아온 우리에게', 'New York(뉴욕)' 등 6곡의 신곡이 담긴다. 제목만으로 특정 장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글과 영어, 스페인어가 뒤섞인 곡명은 임영웅이 이번에도 한 가지 분위기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나머지 4곡은 앞서 발표한 '미워요', '사랑은 늘 도망가', 'A bientot(아비앙또)', '모래 알갱이'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선곡이 절묘하다. '미워요'는 출발점이고, '사랑은 늘 도망가'는 세대를 아우른 대중성을 상징한다. 레게풍 힙합 'A bientot'는 틀을 깨고 나아가고 있음을, '모래 알갱이'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대표곡이다.
가장 많이 사랑받은 노래만 다시 모은 것이 아니라 지난 음악 행보의 변곡점들을 골랐다. 같은 곡을 10년 차의 목소리와 현재의 감각으로 어떻게 바꿨는지 비교해 듣는 것만으로도 임영웅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변곡점들을 한 데 모으는 새로운 출발선의 중심에는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또또'가 있다. 뮤직비디오 티저에는 아역 배우 김준과 반려견 시월이가 등장하고, 경쾌한 멜로디 위로 '내 맘을 훔친 거야 또'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10주년의 무게를 거창한 선언으로 풀기보다 일상의 사랑스러운 순간과 기분 좋은 에너지로 전할 전망이다.

티저만으로 곡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대할 지점은 분명하다. 그동안 임영웅의 자작곡은 '모래 알갱이'와 '온기', '비가 와서'처럼 위로와 그리움에 가까운 서정적인 정서가 중심이었다. '또또'가 공개된 일부처럼 밝고 재치 있는 결이라면, 창작자로서 감정의 폭을 넓히는 또 다른 전환점이다.
앨범을 세상에 처음 들려주는 방식도 임영웅답다. 그는 음원 발매에 앞서 4일부터 6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IM HERO - THE STADIUM 2(더 스타디움 2)'를 개최하고 이 무대에서 새 앨범 10곡을 모두 최초 공개한다. 음원으로 먼저 익숙하게 만든 뒤 공연하는 통상적인 순서를 뒤집고 라이브로 곡의 첫인상을 만든다.
콘서트 후 7일 오후 6시 16분 '또또' 뮤직비디오를, 이튿날인 8일 오후 6시 앨범 전곡을 발표한다. 이어 1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26 더팩트 뮤직 어워즈'에 참석한다. 최근 몇 년간 앨범과 단독 공연에 집중해온 그가 데뷔 10주년과 신보 발매 직후 다시 대형 K팝 축제에 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고양의 스타디움이 팬들과 지난 10년을 나누는 자리라면, 부산의 시상식은 동료 아티스트와 국내외 K팝 팬들 앞에서 현재의 임영웅을 보여주는 무대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공연 생태계를 구축한 그가 다시 여러 장르와 세대가 모이는 자리로 나와 어떤 신곡 무대를 선보일지 기대된다.
임영웅의 10년을 돌아볼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발라드와 팝, 포크, 힙합, EDM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음악 안으로 끌어들였고 그 과정에서도 기존 팬들과의 연결을 놓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임영웅은 경연 우승자가 어떻게 일시적인 신드롬을 넘어 자기 음악과 공연 브랜드를 구축하는지도 보여줬다. 인기의 크기만큼 음악 주도권도 확장했다.
그렇게 갈어온 10년의 답을 모아놓는 동시에 다음 10년의 질문을 던지는 앨범이 'IM HERO 10'이다. 트로트 신인에서 국민적 스타로, 뛰어난 가창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뮤지션으로 우직하게 걸어온 임영웅은 또 한 번 익숙한 자신을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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