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청남대서 만나는 엄미영의 특별한 질문
  • 선치영 기자
  • 입력: 2026.09.01 17:42 / 수정: 2026.09.01 17:42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10월 3일까지 엄미영 개인전 개최
은사시나무 톱밥이 예술이 되고 관람객의 기억이 작품이 된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은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엄미영 작가(작가명 GREENI)를 초청해 기획전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를 개최한다. 사진은 기획전 홍보 포스터. /엄미영 작가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은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엄미영 작가(작가명 GREENI)를 초청해 기획전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를 개최한다. 사진은 기획전 홍보 포스터. /엄미영 작가

[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이 올가을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예술적 질문을 던진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은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엄미영 작가(작가명 GREENI)를 초청해 기획전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를 개최한다. 개막식은 오는 12일 오후 2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은사시나무 톱밥을 주요 재료로 작업해 온 엄미영 작가의 독창적인 조형언어와 청남대가 지닌 자연·역사적 장소성을 결합한 체험형 기획전이다.

특히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기존 전시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감정과 기억, 정체성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시 제목인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는 관람객에게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문장 역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해설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들여다보도록 이끄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한다.

엄미영 작가는 물음표와 느낌표, 말풍선, 숫자 등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기호를 주요 조형언어로 활용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을 탐구해 왔다.

특히 은사시나무 톱밥을 화면 위에 차곡차곡 쌓아 반입체적인 마티에르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통해 자연의 부산물이 새로운 존재와 의미를 얻는 과정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빗대어 표현한다.

이번 전시가 청남대와 만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1983년부터 대통령 공식 별장으로 사용된 청남대는 2003년 국민에게 개방된 이후 역사와 자연,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전시는 청남대의 숲과 자연에서 출발해 그 자연이 남긴 흔적을 예술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장소성과 작품의 조화가 돋보인다.

관람객은 청남대 숲에서 살아 있는 나무를 만난 뒤 전시장에서는 그 나무가 남긴 톱밥으로 만들어진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과 예술, 역사와 개인의 기억이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되는 셈이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다. 전시장 두 곳에는 관람객이 평소 끝내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말을 직접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또한 전시장 바닥 전체에는 은사시나무 톱밥을 활용한 대형 설치미술이 펼쳐져 관람객이 자연이 예술로 확장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전시 첫날 비어 있던 벽면은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이 남긴 기호와 감정, 기억으로 하나둘 채워진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공동 기록으로 쌓이는 방식이다.

엄미영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기호는 의미가 발생하는 사건의 장소"​라며 "작품은 완성된 의미가 아니라 관람자의 사유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한다.

미술평론가 안현정 씨는 엄미영의 작업을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구조를 연결하는 '브릿지'로 해석한다.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과 감각을 작품에 가져오는 순간 작품은 개인과 사회를 잇는 매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을 단순한 소재가 아닌 관계를 다시 조직하는 기준점으로 바라보는 엄미영의 작업 태도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는 청남대가 가진 자연과 역사라는 공간적 특성에 현대미술의 참여 방식을 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관람객은 작품을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남기고 다른 관람객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면서 전시를 함께 완성해 나가게 된다.

특히 오는 12일 열리는 오프닝은 단순한 개막 행사를 넘어 전시 개막 이후 11일 동안 관람객들이 남긴 관계와 기억의 흔적을 공개하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다.

문화예술사이자 30년간 아동미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해 온 엄미영 작가는 현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에서 예술과 대중을 잇는 문화예술매개의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전사생회 사무국장과 한국미술협회, 한국판화가협회, 자연미술 단체 야투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기호입니까?'는 오는 10월 3일까지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전시장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표 및 입장 마감은 오후 4시 30분이다.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은 휴관한다. 전시 관람은 무료지만 청남대 입장료는 별도다.

올가을 청남대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이번 전시는 작품을 '보는' 전시를 넘어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하나의 기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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