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전=선치영·정예준 기자] 대전시의 주요 현안을 놓고 기존 행정의 틀을 과감히 벗어난 해법을 제시한 정근모 대전시의회 의원(민주당, 동구1)의 정책 제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본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 문제부터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대전선 활용, 도시철도 2호선 트램까지 대전의 굵직한 현안을 한꺼번에 꺼내 들고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사업방식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1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99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허태정 대전시장과 일문일답을 진행하며 대전의 균형발전과 도시 경쟁력, 교통 인프라, 재정 효율화 방안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히 이날 정 의원의 시정질문은 '이미 결정된 계획이라고 해서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의원은 먼저 동구·중구·대덕구 등 본도심과 서구·유성구 등 신도심 사이의 인구구조 변화와 생활 인프라 격차를 지적했다.
정 의원은 "본도심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과 도시개발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혁신도시 지정 당시 대전역세권과 연축지구가 본도심 활성화와 지역 내 균형발전을 주요 기준으로 선정됐던 점을 들어 균형발전을 선언적 목표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정 의원은 강도 높은 주문을 내놨다.
사업 여건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사업 내용과 규모, 추진 방식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칭) '충청메가스퀘어' 사업과 복합2구역 사이의 기능 중복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두 사업이 서로 경쟁해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복합2구역과 중복되는 기능은 줄이고, 복합환승 기능과 이공계 대학·연구기관, 첨단산업 기업 유치 공간 등 차별화된 기능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대전의 잠재된 철도자산을 활용한 새로운 정주 전략도 제시했다.
2017년 이후 열차 운행이 중단된 대전역~서대전역 5.7㎞ 구간의 대전선을 지상 도시철도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대전선과 충청권 광역철도를 연계해 대전역과 서대전역 간 이동 편의를 높이면 수도권 직장인과 청년층을 대전으로 유입시키는 새로운 정주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 의원의 구상이다.
정 의원은 이를 "'출근은 서울로, 거주는 대전에서'라는 새로운 생활권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의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와 KTX·SRT 등 광역교통망을 결합하면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문제에 대응하면서 대전선 주변 중앙동·삼성동·홍도동 등의 재개발·재건축과 도시재생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의 이날 시정질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설계 개선안'이다.
정 의원은 인동네거리~원동네거리~중앙·역전시장 구간을 대표적인 난공사 구간으로 지목하고 현재의 중앙 복선 방식 대신 '중앙 단선+교행시설' 방식으로 설계를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계획대로 정거장이 들어설 경우 일부 구간에서 기존 약 4m 수준의 보도가 약 2m 내외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인과 보행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공사비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이 제시한 방식은 해당 구간을 단선으로 운영하되 적정 지점에 교행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공사비를 약 30% 내외 절감하고 지장물 이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보행공간 축소에 따른 시민불편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제안이 특정 지역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전시 행정 전반의 사고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SOC 사업은 설계가 결정되면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사 과정에서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확인된다면 과감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같은 기능을 확보하면서도 공사비를 줄이고, 공사 난도를 낮추고 시민의 보행공간까지 지킬 수 있다면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시민의 세금을 단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노력이 대전시 행정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트램 공사로 인한 대전로의 교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대전천변 둑방길을 활용한 2차로 준고속화 도로 조성 방안도 내놨다.
대성동 일원에서 삼천교 구간까지 대전천변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교통축을 구축하고 대전로에 집중되는 차량을 분산시켜 본도심 남북 간 교통 흐름을 개선하자는 구상이다.
정 의원이 이날 제시한 해법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새로운 사업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활용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보고, 불필요한 비용은 과감하게 줄이자는 것이다.
정근모 의원은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을 이유로 시민들에게 계속 인내와 이해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기존 방식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면 과감히 시도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시정질문은 잘못을 따지기 위한 질문보다 대전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의미를 뒀다"며 "오늘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단순한 제안에 머무르지 않고 대전시의 검토와 실행으로 이어져 시민들이 실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제 지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행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 정근모 의원의 이번 시정질문이 대전시의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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