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마드리드, 뮌헨과 코리안 더비…결승은 메트로폴리타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출발선에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기다리고 있고, 여정의 마지막 종착지는 자신의 안방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새로운 ‘7번’ 이강인(25)이 유럽 최고의 별들이 겨루는 무대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목표는 단순한 16강이나 8강이 아니다. 유럽축구 최고의 영예인 ‘빅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트로피다.
UEFA(유럽축구연맹)가 28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실시한 2026~2027시즌 UCL 리그 페이즈 추첨 결과 아틀레티코는 포트1에서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SV 에인트호번, 페네르바흐체, 보되/글림트, 비킹,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하게 됐다. 아틀레티코는 뮌헨·맨유·페네르바흐체·비킹을 홈으로 불러들이고 리버풀·PSV·보되/글림트·슈투트가르트 원정에 나선다.
그중에서도 한국 축구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경기는 뮌헨전이다. 아틀레티코의 공격을 이끌 이강인과 뮌헨의 최후방을 책임지는 김민재가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맞선다. 두 선수가 함께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창과 방패’가 세계 최고의 클럽대항전에서 정면충돌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김민재는 뮌헨에서 2024~2025,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를 경험한 유럽 정상급 센터백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틀레티코와 뮌헨 사이에 얽힌 52년의 역사다. 아틀레티코가 처음 유럽 정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1974년 유러피언컵 결승 상대가 바로 뮌헨이었다. 당시 아틀레티코는 연장 114분 루이스 아라고네스의 선제골로 우승 직전까지 갔으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틀 뒤 열린 재경기에서 0-4로 무너지며 빅이어를 놓쳤다.
그 후에도 아틀레티코의 챔피언스리그 악연은 계속됐다. 2014년과 2016년 결승에 올랐지만 두 번 모두 같은 도시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무릎을 꿇었다. 1974·2014·2016년 세 차례 결승 진출, 세 차례 준우승. 유로파리그에서는 세 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정작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아직 한 번도 없다.
따라서 전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두 차례나 빅이어를 들어올린 '우승 DNA' 이강인의 이번 도전은 개인의 챔피언스리그 여정을 넘어 아틀레티코가 반세기 넘게 풀지 못한 숙원을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의미까지 갖는다.
무엇보다 올해는 운명적인 무대까지 마련돼 있다. 2026~2027시즌 UCL 결승전은 2027년 6월5일 아틀레티코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다. 메트로폴리타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개최하는 것은 리버풀이 토트넘을 2-0으로 꺾었던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아틀레티코가 결승까지 살아남는다면 이강인은 매주 홈팬들과 호흡하는 자신의 안방에서 빅이어를 놓고 마지막 90분을 치르게 된다. 이보다 극적인 시나리오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강인은 아틀레티코 합류 뒤 스스로를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승부욕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고, 한국 방문 당시에는 팀을 위해 "120%를 쏟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제 그 승부욕을 증명할 가장 큰 무대가 문을 연다.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리그 페이즈 방식에서는 36개 팀이 하나의 순위표에서 경쟁한다. 각 팀이 서로 다른 8개 팀과 맞붙어 1~8위는 16강에 직행하고, 9~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며 25~36위는 그대로 탈락한다. 1차전은 9월8~10일 시작하고 마지막 8차전은 내년 1월27일 열린다.
한국 선수들의 도전도 이어진다. 황인범의 포르투와 이한범의 클뤼프 브뤼허 역시 본선 리그 페이즈에 나서지만 한국 선수 소속팀끼리 맞붙는 대진은 아틀레티코-뮌헨전이 유일하다.
이강인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뮌헨을 비롯해 리버풀과 맨유 등 유럽의 거함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쉬운 길이었다면 ‘빅이어’라는 이름도 그토록 빛나지 않았을 것이다.
1974년 뮌헨에 막혔고, 2014년과 2016년 레알 마드리드에 울었던 아틀레티코. 그리고 2027년 결승 무대는 바로 그들의 집이다. 52년 동안 이어진 미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그 길 한가운데 대한민국의 ‘7번’ 이강인이 섰다. 김민재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마지막에는 자신의 홈구장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것. 이강인의 가장 위대한 유럽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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