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허위종결' 파문 조직 책임으로 번졌다…제주경찰청장 공식 사과(종합)
  • 조효근 기자
  • 입력: 2026.08.27 16:52 / 수정: 2026.08.27 16:52
허위 보고 걸러내지 못한 지휘·관리 체계 감찰…종결 사건 298건 전수조사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제주시 이호이동 에스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조문을 위해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오후 제주시 이호이동 에스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조문을 위해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제주=조효근 기자]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허위종결 파문이 담당 경찰관 개인의 비위를 넘어 경찰의 지휘·감독 책임과 실종사건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대되고 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27일 유가족과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제주 지역 실종사건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허위종결 혐의로 구속된 부모 경장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 한편, 과거 그가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과 당시 지휘라인의 관리·감독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고 청장은 이날 제주경찰청 지휘부 회의에 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책무를 저버리고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이를 제때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제주 치안을 책임지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의 한 축은 부 경장이 왜 실종사건을 반복해 허위로 종결했는지 밝히는 데 맞춰져 있다.

부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미란(37) 씨의 실종 신고를 맡은 뒤 실제 통화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에게 장 씨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내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는 장 씨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실제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연락이 이뤄진 것처럼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실종자는 이후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부 경장은 현재까지도 실종자들과 실제 통화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사무실 내선전화 등 통신기록을 확인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락 정황을 찾지 못한 상태다.

고 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 경장의 행동에 대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실적이나 포상과 직접 연결되는 업무도 아닌 만큼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을 조기에 걸러내지 못한 경찰 내부 대응 과정도 조사 대상이다.

장 씨 가족이 지난달 다시 실종 신고를 했을 당시 경찰 내부 시스템에는 이미 '교통사고 사상자'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이 기록의 문제점을 즉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 경장이 상급자에게도 장 씨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보고했지만 객관적인 통화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종결 여부가 곧바로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청은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전·현직 지휘라인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며 보고와 관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하면서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실종자의 실제 소재 확인 여부와 종결 사유가 적정했는지 등을 살펴 유사한 사례가 더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숨진 장 씨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쯤 제주시 한림읍 숙소를 나간 뒤 다음 날 새벽쯤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 24일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발견된 장 씨의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는 목뿔뼈 골절이 확인됐다.

목뿔뼈 골절은 법의학적으로 목맴사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소견이지만 국과수는 사후 부패 과정에서 골절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밖에 머리와 몸통 등에서는 타살을 의심할 만한 특이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숙소를 나온 이후 행적과 정확한 사망 경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고 청장은 이날 오후 장 씨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다시 사과했다.

고 청장은 "고인에게 한 점 억울한 부분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 유족에게 결과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장 씨 유족은 언론 접촉을 줄이고 장례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이번 사건을 장 씨 개인보다는 부 경장의 사건 처리와 수사 과정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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